당신의 상처를 오독할 용기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읽기를 권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면 종종 활자보다 사람의 마음이 더 해독하기 어려운 텍스트라는 사실을 절감하곤 한다. 아이들이 꾹꾹 눌러쓴 서툰 글귀 이면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쓸 때나 모니터 앞에서 어떤 단어를 골라야 나의 진심이 곡해 없이 가닿을 수 있을지 고민할 때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읽고 또 누군가에게 읽히며 살아간다. 구병모 작가님의 소설 『절창』은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읽어내는 행위에 대한 서늘하고도 매혹적인 은유이다.
‘절창(切創)’, 예리한 칼날이나 유리 조각에 베인 상처.
소설 속 주인공은 타인의 몸에 남겨진 절창에 손을 대면 마치 책장의 페이지를 넘기듯 그 사람의 살아온 내력과 숨겨진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내는 기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가장 연약하고 숨기고 싶은 취약점, 즉 상처의 한복판으로 손을 뻗어야만 한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서글프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야기는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판타지적 쾌감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한 이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주인공의 능력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억압적으로 이용하는 '오언'은 역설적이게도 주인공에게만큼은 자신의 진짜 마음이 티끌만 한 오해 없이 온전히 읽히기를 갈망한다. 오언의 지독한 갈망을 지켜보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인생의 문턱을 넘어오며 무수히 많은 관계의 생성과 소멸을 겪었지만 내면 깊은 곳에는 여전히 누군가 내 밑바닥의 흉터까지 완벽하게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아이 같은 열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조차 실은 각자의 경험과 세계관이라는 필터로 걸러낸 '오독(誤讀)'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완벽한 이해가 불가능한 세계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손을 뻗는 일을 멈추어야 할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오히려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읽는 일이 필연적인 오독으로 끝날지라도 기꺼이 상처에 손을 얹어보려는 그 서툴고 애틋한 시도. 매번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타인이라는 낯선 세계를 포기하지 않고 더듬어 읽어내려 애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자 연대일지도 모르겠다.
서재에 꽂힌 팝업북을 펼치듯 납작해 보이는 활자들 사이에서 입체적인 진심을 길어 올려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상처가 어떤 문장으로 쓰여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구병모 작가님의 예리한 문장들이 오래도록 마음을 베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