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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Feb 12. 2024

수면 교육을 하지 않은 이유


나와 우리 딸은 태초에 한 몸이었다. 그래서일까. 태어난 지 130일 4개월이 되도록 우리 아기는 내 품에서 자는 걸 제일 좋아했다. 자려고 눕히면 앙앙 울다가도 품에 안으면 금방 눈물을 멈추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 품에 포옥 안겨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아기를 보면 아직도 배 속에 있을 때처럼 우리가 영원한 하나처럼 느껴진다. 


생후 한 달. 딸이 내 품에 안겨서만 잠자던 나날들.


사실 아기의 체중이 곧 7kg이 되어서 아기띠로 안아도 무겁고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저 우리가 하나인 느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남들 다 한다는 수면교육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기가 스스로 누워서 잘 수 있도록 교육하면 편하고 좋았겠지만, 울리면서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아기가 언제까지 내 품에서 자줄까, 곧 내 품을 떠나고 싶어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아기를 괜히 한 번 더 꼬옥 안게 된다. 물론 우리 딸은 안아서 재워도, 그러니까 수면교육을 하지 않아도 80일쯤부터 통잠을 잘 자는 대단히 고마운 기질을 타고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재우려고 아기띠로 아이를 안으면 침대에 눕혀달라고 발을 버둥버둥거린다. 이제는 엄마한테 안겨서 말고 누워서 스스로 자고 싶다는 신호. 이제 점점 내 품에서 자려고 하지 않는 아기를 눕히면서 아쉬운 마음이 불쑥 생긴다. 동시에 ‘너 좀 컸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도 피어오른다. 


자기 자리에 누운 아기는 얼마간 날 바라보면서 에- 에- 잠투정 소리를 내다가 깨꼬닥 잠이 든다. 수면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4개월 정도 크고 나니 비로소 누워서, 스스로 자기 시작한 거다. 딸이 깊은 잠에 빠져들 때까지는 옆에서 눈을 맞춰주면서 우리 둘의 충만한 시간을 누린다. 


수면교육과 분리수면은 육아에서 확실히 대세다. 전문가도, 육아서적도 대체로 권하는 일이다. 나도 아기를 낳기 전에는 ‘꼭 수면교육하고 분리수면해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보니 수면교육은 물론, 분리수면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딸이랑 매 순간 함께인, 딸의 세상이 온통 엄마뿐인 지금이 너무나 짧을 것 같아서다. 

백일까지 썼던 아기침대와 우리 부부 침대

그래서 아기 침대만 따로 뒀을 뿐, 나와 남편, 딸 우리 세 식구는 한 방에서 복닥거리면서 잔다.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 자는 시간이면 어렸을 적 부모님 사이에서 자던 내 모습이 떠올라 흐뭇해진다. 이런 흐뭇한 날들이 지나고 나면 아기가 자기 방에서 자고 싶다고 하는 순간도 올 거다. 더 이상 내 품에서 잠들지 않듯이 말이다. 그러면 나는 또다시 섭섭하고 뿌듯하게 침대를 옮겨주겠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아이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할 일을 한다는 거다. (물론 기질적으로 수면교육이 필요한 아이는 예외다. 타고나길 예민하고 잘 못 자는 아이에게는 수면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워서 잘 시기가 오면 누워서 자고 자다가 울거나 뒤척이다가도 스스로 다시 잠이 드는 때도 온다. 뒤집을 시기가 되면 알아서 뒤집고. 웃는 방법을 알게 되면 하루종일 방긋거리며 웃는다. 내가 할 일은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거다.


그렇다. ‘아기를 믿자’는 건 나의 중대한 육아 원칙이다. 내가 아기의 행동을 잘 관찰하고 요구하는 바를 성실히 도와주면, 아기도 제 할 일을 터득하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 나와 딸 사이엔 그런 믿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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