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이란, 자신이 가진 힘을 올바르게 쓰는 사람이다. 여기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돈, 권력, 영향력, 그런 것들이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것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힘을 쓰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참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 저 셋 중 하나만 달성해도 성공적인 인생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다 힘이 있거나, 현명하거나, 용기 있는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어렸을 적 내 아버지의 가족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알코올 중독자, 정신 이상자, 도박 중독자, 가정폭력.. 나열하자면 많다. 무엇보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사람이 좀 덜 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문제는 내가 그들과 어느 정도 피가 섞였다는 데에 있다. 혹시 나도 알코올 중독이 되거나 도박 중독이 되면 어떡하지. 그래서 나는 거의 술을 입에도 대지 않고, 사행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은 하지 않는다. 그 흔한 인형 뽑기조차 내 돈 주고 해 본 적이 없다. 어지간히 그 어른들이 어린 내 눈에 추했나 보다.
그저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각자의 경험은 축적되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어른, 심지어 '좋은 어른'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만 32년을 살면서 수많은 어른들을 깊게도, 얕게도 만나보며, '이 사람은 좋은 어른이다'라고 지금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가족들 외에도 학교에서 만난 어른들 역시 그랬다. 직장에서 만난 어른들도, 사회생활 하며 만나게 된 어른들도. 하나같이 다 뭔가가 빠져있었다. 힘은 있는데, 지혜가 없거나, 지혜는 있는데 용기가 없거나, 용기만 앞서있는데 지혜도, 힘도 없는 어른들도 많았다.
왜 다들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 셋은 좀처럼 함께 가지 않는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가 흔들린다. 힘을 얻으면 지혜가 흐려진다. 권력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고, 돈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어느 순간 자기가 옳다고 믿기 시작한다. 지혜가 생기면 용기가 줄어든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록, 굳이 나서지 않게 된다. 괜히 손해 볼 것 같고,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 같고. 용기만 있으면 힘이 따라주지 않는다. 부딪히고, 깨지고, 결국 지친다. 그러다 냉소적으로 변하거나, 아예 포기해 버린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성인이 되던 해에, 이번 생의 꿈을 "좋은 어른이 되는 것"으로 정했다. 원래 꿈은 도무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이 거창하고 커다랗게 꾸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달성 가능한 것이면 '목표'라 불렀겠으나, 죽을 때까지 노력하며 그 상에 닿기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는 의미에서 '꿈'이라 정의했다.
한 살씩 나이를 먹고, 버는 돈의 액수가 커지고, 가진 게 많아지고, 사회적으로도 조금이나마 영향력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 꿈이 정말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힘이 없을 때는 몰랐다. 힘을 갖는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인 줄. 선택지가 생긴다는 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힘이 생기면, 그 힘을 감시해야 할 대상도 생긴다. 그게 바로 나 자신이다.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그 질문이 나를 붙잡는다.
어쩌면 나도 이미 누군가의 눈에는 추한 어른일지 모른다. 내가 아버지의 가족들을 봤던 것처럼, 누군가는 나를 보며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한다. "제발 부탁이니 스스럼없이 나에게 아닌 건 아니라고 피드백해줘."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 때, 그들이 거울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듣기 불편한 말을 들을 때도 있다. 그래도 모르고 추해지는 것보다는 낫다. 결국 중요한 건 도착이 아니라 방향인 것 같다. 추해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어쩌면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꿈에 가닿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끝이 없기에 꿈이겠지. 그래도, 그래도. 한 살 더 나이를 먹은 이 시점에 나는 작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