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성공하는 게 힘든 것이지

by 최지현

아는 오빠가 있다. 몇 년 전부터 글을 썼다. 처음엔 독립출판이었다. 자비로 책 만들어서 작은 서점에 몇 권씩 납품하던 시절. 그때 나는 그냥 멋있다, 응원한다, 그 정도만 말하고 잊어버렸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얼마 전 서점에서 익숙한 이름이 적힌 책을 발견했다. 그 오빠의 책이 출간된 것이다. 출판사 로고가 찍힌 책. 벌써 세 번째 책을 출간한 그는 이미 완연하게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 책을 손에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책도 어쩜 그를 쏙 닮아 있었다. 역시, 글은 필자를 닮는구나. 반갑고, 부럽고, 대단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서 오랜만에 그에게 연락을 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진짜 대단하다고. 그리고 물어봤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었는지. 대답은 심플하면서도 핵심이 담겨 있었다.


"그냥 하나씩 꾸준히 차근차근해 나아가다 보니까, 기회가 생기고 그걸 잡고 또 하면서 나아가는 것 같아."


정답이다. 이게 정답이 아니면 뭐가 정답일까 싶다.


그런데 왜, 이토록 간단한 답이 이토록 어려운 걸까. 꾸준히 하면 된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꾸준히"의 실체를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독립출판 시절을 떠올려본다. 자비로 책을 만들어 서점에 납품하고, 팔렸는지조차 모른 채 또 썼을 것이다. 이게 되는 건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그 물음을 안고 몇 년을 버텼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그게 꾸준함의 실체다.


꾸준함의 진짜 얼굴은 지루함이 아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이다. 우리가 포기하는 이유는 지루해서가 아니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다. 안갯속을 걷는 기분. 석 달째 운동하는데 몸은 그대로다. 반년째 글을 쓰는데 읽는 사람이 없다. 1년째 무언가를 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시간을 견디는 일은 지루함을 견디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는다. 예를 들면, '재능'. 누군가 무언가를 잘하면 습관처럼 말한다.

"재능 있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저런 거 없으니까. 묘하게 안심이 된다. 재능이 없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 사람이 특별한 거고 나는 원래 평범한 거니까. 그렇게 정리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재능이 없어서 안 되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버티지 못해 그만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둔 자신을 위로하려고 '재능'이라는 말을 꺼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처음부터 완성형 작가였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독립출판 시절 책과, 지금의 책은 다르다. 그는 그저 계속 썼다. 몇 년을 썼다. 그러는 사이 글이 깊어졌고, 가치로워졌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진짜 '작가'가 됐다.


동기부여도 마찬가지다. 동기부여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길어야 72시간. 자극받은 그 순간엔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해낼 것 같다가, 사흘만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또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선다. 하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이다. 행동이 아니라 소비다. 순서가 틀렸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동기부여가 있어서 꾸준히 하는 게 아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조금씩 되고, 그게 쌓여서 동기가 된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 있었다. 동기부여를 기다린다는 건, 결과를 먼저 달라는 말과 같다. 재능이 없어서, 동기부여가 없어서. 말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보이지 않는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이 무서워서 온갖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었다. 얼마나 오래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 머물렀느냐의 차이였다. 그런데 그 시간 속에 머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재능보다 어렵고, 운보다 어렵고, 머리 좋은 것보다 어렵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을 버텨야 하니까. 성공이 드문 건 성공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버티는 게 특별해서다.


서점에서 그 오빠의 책을 들었을 때, 부러웠다. 지금도 부럽다. 다만 부러운 지점이 달라졌다. 재능이 아니라 그가 버틴 시간이 부럽다. 그래서 지금은 부러움보다 경의가 앞선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시간을 버텼다. 그게 세 권의 책이 됐다. 물론 그에겐 재능이 있었다. 그런데 재능만이 지금의 그를 만든 게 아니다. 꾸준히 버텨온 시간이 그를 작가로 만들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그 시간을 버틴 것이 그의 진짜 재능이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내고 싶은 나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멈춰도 괜찮다. 다만 끝내지는 말 것."

버티는 것과 포기하는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한 걸음만 다시 내디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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