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맛을 봐야 선을 지키더라고
진짜 고수들은 욕을 안 한다. 비속어 하나 안 쓰고, 목소리 한 번 안 높이고, 상대를 완전히 조용하게 만든다. 상대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고, 주변 사람들은 "어... 저 사람 말이 맞는데?"라고 생각하고, 나는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다음 할 일 한다. 그게 내가 말하는 "우아한 욕"이다.
우아한 욕은 상대에게 거울을 비춰주는 것과 같다. 상대가 던진 말을 정확하게 집어서 상대 앞에 다시 놓는 것이다. '이게 네가 한 말이야. 네가 한 번 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가 자기 말을 자기 귀로 다시 들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대부분의 선 넘는 말은 다시 들으면 본인도 민망해진다.
우아한 욕의 효과는 명확하다. 상대가 반박하기 어렵다. 되받아치기 어려운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말 들으면 기분 나빠요"라고 하면 "예민하네"로 받아칠 수 있다. 근데 "그 질문을 왜 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상대는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 그리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안 된다. 목소리 높이지 않고, 화내지 않고, 담담하게 선을 그으면 주변에서 볼 때에도 과하지 않고 합리적인 사람이 되고, 선 넘은 사람이 더욱 이상하게 보이게 된다. 무엇보다, 말하고 나서 찝찝한 기분이 남지 않는다. 화를 터뜨리면 집에 가서 크든 작든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뱉은 말은 나에게로 돌아오기도 하니까. 담담하게 선을 긋고 내 할 말을 다 하고 나면 후회도 없고 감정의 잔상도 남지 않는다.
이렇게 선 넘는 상대방에게 우아하게 한 방 먹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당신을 쉽게 보지 못하게 된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선 넘는 사람들은 그런 감각이 있다. 누가 만만하고 누가 안 만만한지 귀신같이 안다. 한 번 선 그으면 알아서 거리 조절을 한다. 그러니까 우아한 욕은 그냥 품위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효율의 문제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방법. 욕 한마디 시원하게 하고 뒷감당하느라 일주일 고생하는 것보다, 담담하게 한 문장 던지고 상대를 조용하게 만드는 게 낫다.
우아하게 욕하는 방법의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상대가 더 이상 나를 공격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고 상대의 선 넘는 발언을 그대로 질문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선 넘는 말에 대해 설명하거나 방어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으로 공을 상대에게 넘긴다.
"그 질문을 왜 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이 저한테 어떻게 들릴 것 같으세요?"
상대는 자기가 던진 말을 설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대부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담담한 톤으로 명확한 내용을 말해야 한다. 목소리는 낮추고, 말은 짧게, 하지만 내용은 명확하게.
"그런 얘기는 안 하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침묵'이다. 선 넘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2초 멈춘다. 그 침묵이 "지금 네가 한 말 이상하다"를 말없이 전달한다. 여기에 무표정을 더하면 완벽하다. 선 넘는 농담에 어색하게라도 웃어주면 상대는 "통했다"라고 생각한다. 웃지 않고 바라보기만 해도 상대는 민망해진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착한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의 '착한 사람'의 실체는, 솔직히 말해서 '다루기 쉬운 사람'이다. 불평 안 하고, 요구 안 하고, 거절 안 하는 사람. 상대 입장에서 편한 사람. 그래서 착함이 만드는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내가 늘 양보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상대는 그게 "내 몫"이라고 인식한다. 내가 감당하는 감정 노동의 양이 점점 커지는데, 상대는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어느 날 지쳐서 멈추면 "너 왜 달라졌어?"라는 말을 듣는다. 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듣지 말자. 그건 "넌 만만하다"의 점잖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선을 지키는 건 내 책임이다. 상대가 알아서 지켜주길 기대하면 안 된다. 말 안 해도 알아주는 사람은 애초에 선을 넘지 않는다. 선을 넘는 사람은 말해야 안다. 아니, 말해도 모르는 척할 수 있으니까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우아하게 욕한다는 건 감정을 숨기라는 뜻이 아니다.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내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며,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라는 굴레를 벗어야 한다. 착함은 미덕이 아니라 상대의 편의다. "괜찮아, 농담이야"라는 방패도 허용하지 말자. 웃어주는 순간 그 농담은 다음에도 돌아온다.
매운맛을 봐야 선을 지키더라고. 그러니까 매운맛을 보여줘야 한다.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