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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Feb 01. 2018

나의 Main Job은 '채용'이었다.

신입사원이 신입사원을 채용하게 되었을 때


나의 Main Job은 채용이었다.

얼떨떨한 나를 데리고 과장님은 채용시스템부터 보여주셨다.


그저 신기했다.

내 눈으로 내 이력서를 보고 있노라니 

그새 얼마나 됐다고 그저 촌스럽고 손발이 오글거렸다.

얼른 다른 동기들 이력서 찾아보고 놀려야지!

내 인적성 결과는 어땠을까?

그저 재미있었다.






업무를 배운지 얼마 안되서,

사수셨던 과장님의 업무가 변경되었다.

과장님께서는 급한대로 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주셨고 난 그때까지도 심각성을 몰랐다.

드디어 나도 본격적으로 업무를 하는구나! 

하는 설레임과 욕심에 들떠있었다.

내게 주어진 이 일을 잘해내서 하루빨리 인정받고 싶었다. 욕심으로 설렜다.



출처 : SK하이닉스 블로그




그렇게 입사 3개월차,

채용담당자로써 나는 '수시채용' 업무부터 진행하게 되었다.






서류전형을 시작하게 되면서 서서히 뭔가 이상했다.

아, 이게 아니었다.


내가 뭘 안다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감히 사람들을 심사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정해진 기준대로, 알려주신대로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갑자기 나는 미칠 것 같은 부담감에 시달렸다.


이 지원자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간절함과 절박함에 지원했을진대,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지 이들과 같은 상황이었고,

시스템 클릭질 몇번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버거웠다.

말이 되지를 않았다.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다.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사원이 갑자기 심각하게 면담을 신청했다는 데에서 팀장님은 뜨악하셨다.


그리고 그 앞에서

펑펑 울어제끼는 나를 보고 더 식겁하셨다.


팀장님, 전 정말 못하겠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크고 버거워, 도저히 제 역량으로는 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실망하실 줄 알지만 그래도 너무 무섭습니다. 제가 뭘 안다고 사람들을 평가하고...


주저리주저리 무슨 말을 하는 줄도 몰랐다. 눈물이 끊임없이 나왔다.


출처 : gettyimages



팀장님은 끝까지 들으시더니

니가 생각하는 바른 서류전형의 기준이 무엇이냐?

짧게 물으셨다.


니 안에, 니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세워지지 않아서 그렇다.
회사의 기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너만의 기준을 만들어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

내가 떳떳해질 수 있는 기준을 만들라는 말씀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생각이 많다.

아마 그 때부터 길들여졌던 것 같다.


8년차까지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단 한번도 채용업무에 대해 쉽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그것은 곧 나에게 스트레스였고 부담이었다.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중했다. 극복해야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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