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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 작가 Oct 31. 2021

욕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

너랑 너무 안 어울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거칠게 말할수록 강해 보일 것이라 믿었다.


학창 시절 욕 한 번 거하게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장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릴 땐, 나 역시 망설임 없이 욕을 사용하는 철없는 학생이었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다니며 서로를 놀리고, 별 것도 아닌 일에 까르르 웃고 떠들면 지나가는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차며 요즘 애들은 왜 저리 입이 험하냐고 뒷말을 했다. 물론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좋을 때라며 부러워하시기도 했지만.


어른이가 된 지금의 난, 교복을 입은 친구들에게서 때때로 그때 내 모습을 본다. 그들의 해맑은 웃음과 저돌적인 언행에 차마 전하지 못할 말을 속으로 되뇌면서.


얘들아, 이쁜 말 쓰자. 이쁜 너희들처럼.



욕 하는 거 너랑 진짜 안 어울려.


어느 날인가 친구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그러니 되도록 욕을 쓰지 말라고. 그게 칭찬인지 뭔지 구분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하고선 '너도 하면서 왜 나한테는 하지 말라고 해?'라고 되묻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의 전부였다.


생각해보면, 거친 말을 뱉는 행위는 내게 '강함'을 단시간 내로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무기였다. 


욕 하는 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날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순하게 생겼다거나 인상이 좋다거나, 밝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는데 (아아주 가끔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게 부정적으로 발전하면 강남역을 걷기만 해도 '선생님 뒤에서 환한 빛이 보이네요!', '도를 믿으십니까?' '이번에 새로 시작한 ** 서비스 한 번 보고 가세요', '**은행이 어디예요?' 등 다양한 이유로 붙잡히는 이들 중 1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 스무 살의 내가 강남역에 있는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면서 그러한 일은 꽤 자주 있었는데 당시엔 정말 진지하게 얼굴에 큰 상처라도 새기고 다녀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였다. 하물며 어떤 날은 정말이지 위험한 제안을 받기도 했으니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고. 말의 중요성은 지혜로운 조상님들부터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어 왔다. 


이 험난한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 때때로 시원하게 욕을 한 사발 퍼부어도 모자랄 인간의 유형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누구나 마음이 상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옳다. 욕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 욕이 어울리는 사람, 상관 않고 말이다.


순한 외모 때문에 과거엔 길거리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내적 차가움을 순화해 보일 수 있는 장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젠 애써 서툰 강함을 증명하지 않아도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태도가 진짜 강함이라 걸 안다.  


때문에 오늘도 나는 사포로 열심히 문지른 매끈하고 부드러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어 본다.


예쁜 말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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