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 작가 Nov 01. 2021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꼭 그렇게 말해야만 속이 후련했냐아

꼭 저렇게 말해야만 할까?


코로나 이후 보편화된 온라인 강의를 나도 종종 찾아 듣는다.


주제는 대체로 글쓰기나 재테크, 혹은 콘텐츠 관련 내용인데, 나 역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사람인지라 강의 내용은 물론, 강의자의 말투, 진행 방향 등도 참고하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과 내용에 감탄하기도 하고, 알맹이는 없고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강의자를 보며 실망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가 진행하는 강의를 돌이켜 반성도 한다.


그리고 이 글은 내가 '말'에 대해 에세이를 쓰려고 마음먹게 된 일화 중 하나다. 






얼마 전, 나는 기대했던 강의를 듣게 됐다.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메모장을 펴두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고, 단 한 강의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 내겐 장점이 95%나 된, 많은 도움을 받은 강의였다. 하지만 단점으로 남은 5%가 문제였다.


사실 강의자는 처음부터 예고했다.

본인은 그리 무서운 사람이 아니며, 말을 직설적으로 할 뿐이니 오해하거나 상처 받지 말라고. 나 역시 한 직설적인 사람이기에 그런 것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내용'아니겠는가?


하지만 강의자가 예고했던 것처럼, 직설적이라는 '그 언행'의 문제는 이따금 감정을 섞어 습관처럼 뱉는 나지막한 혼잣말에 있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내 글을 보며 혼잣말로 '별로.'라고 했으니까. (매후 순화해서 적음) 본인은 아마 기억 조차 못할 테지만.

 

들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딱히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강의자가 표현한 저 부분에 나도 동의하는 지점이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분명 강의자가 예고하지 않았는가? 오해하거나 상처 받지 말라고. 


하지만 모든 강의가 끝난 후 저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내 마음에 잔상처럼 남았고, 95%나 좋았던 강의는 5%의 단점으로 인해 퇴색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하며 두려워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밖으로 뱉어진 내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박혀 빠지지 않는 가시처럼 남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오디션 프로를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심사위원들의 냉혹한 평가에 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벌벌 떠는 지원자나 연습생들을 앞에 두고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몰아세우는 게 예고편의 하이라이트처럼 돌았다. 


전공 탓인지 오디션 프로를 보면 나는 나도 모르게 과몰입하고 만다. 어느새 내가 저 심사위원 앞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는 연습생 1이 된 것처럼 말이다.


예술은 답이 없기 때문에 노래든, 그림이든, 글이든 어떤 것이든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인생 작인 영화가 누군가에겐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나.


같은 말을 전하더라도,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의미'만 전하면 된다고 본다. 그 의미에 쓸데없는 감정이 담기는 순간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이 상대의 마음에 오래 남는 가시를 남길 수도 있다.


솔직하다, 직설적이다, 뒤끝이 없다는 것을 '쿨함'으로 포장해 상대를 배려할 생각조차 않는, 찰나의 가벼움이 싫다. 상대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농담이 될 수 없듯이 훌륭한 사람의 값비싼 조언이라 할 지라도 정작 듣는 사람의 기분이 상한다면 더 이상 그 조언은 조언으로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밖으로 뱉는 말을 스스로 경계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신경 쓴다고 해도 완벽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해야만 한다. 


이제 그 강의자를 떠올리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내 존재를 생각 없이 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퇴색시킬 순 없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욕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