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의 힘

사랑의 힘

<제 3 부> 맹자님, 인간이 善합니까?

by 청목

6. 여기에 지장을 찍을 래? 여기서 죽을 래?


“지금부터 묻는 말에 거짓 없이 답하라!”

주소, 가족관계, 소속부대와 탈영 이유를 물어 그대로 답했다.

“왜 북쪽으로 갔느냐? 고향에 있는 친구들 이름을 대라.”

“휴가 때 고모와 박모를 잠깐 보았습니다.”

“오모나 한모도 만나지 않았느냐?”

“알고는 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습니다.”

“이 새꺄! 사실대로 말해!”

그들이 요구한 대로의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부터 무차별적인 구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입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사정없이 폭력을 가했다. 그때마다 그는 그만 정신을 잃었다. 그러면 다시 찬물을 끼얹어 온몸이 물에 젖어 있었다. 얼마동안 누워있을 때, 불이 켜지면서 다시 두 사람이 들어와 그를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수갑을 풀고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그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 맞은 곳마다 파랗게 멍이 들고 부어있기도 했다. 손을 잘못 맞았는지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한 병사가 밥을 먹으라고 가져왔지만 그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어 고개를 저으니 밥을 다시 가져갔다.

다시 수갑을 채워 창고에 집어넣어 졌다. 그는 마치 자기가 사람이 아닌 묶여 있는 어떤 짐승, 어쩌면 우리 속에 이렇게 갇혀 있다가 마치 죽을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어떤 가축이 되어 있는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제 만난 조사관 앞으로 다시 불려 나갔다.

“네가 들은 대로 순순히 말하면 두들겨 맞지도 않고 조사도 빨리 끝난다. 그리고 헌병대 가서 며칠 고생하고 나가면 될 걸 왜 고집을 부리느냐?”하고 어제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북한에 대한 정훈교육을 받은 적이 있지?”하고 물었고 그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유서(遺書)’는 무슨 생각으로 썼느냐?”

“…….”

그가 대답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병사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고는 나가 버렸다.

병사 둘이 들어와 그를 다시 창고에 가두었다. 밥을 주고 불을 켜주었고 그날 저녁에 다시 나오라고 했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처음 보는 조사관이 무언가 작성된 것을 그 앞에 밀어 놓고 읽어보라 했다.

거기에는,

‘북괴 김일성이 남북통일하고 청와대서 잔치를 하고, 월북하여 간첩교육받고 돈을 많이 받고 남파해서 가족과 잘 살아 보겠다.’는 등, 그리고 ‘제600 고지 등, 5부 능선을 따라 어느 정상에서 잤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저는 그런 것은 잘 모르고 월북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며, 월북하려 했으면 철조망도 없고 지척인 내 고향 강화도에서 하지, 이렇게 위험한 데서 왜 월북하겠습니까?”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를 무슨 벙커 같은 곳으로 끌고 들어가 앉히고는, 그들이 이미 작성해 놓은 서류를 그 앞에 다시 밀어 내놓았다.


“여기에 지장을 찍을래? 여기서 죽을래?”

“저가 하지도 않은 일인데 저는 죽어도 못 찍겠습니다.”라고 하자, 병사 둘이서 다시 몽둥이로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맞다가 그는 또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보니 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갑자기 심하게 기침이 나고 온몸이 떨려왔다. 조금 후에 다시 사무실로 끌고 와서 다시 읽어보고 지장을 찍으라고 했다.

그는 심신(心身)이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그저 멍하니 책상에 놓인 서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옆에 담배를 피우고 있던 그 조사관이 다시,

“여기 서류를 읽고 지장만 찍으면 돼.”하고 다시 재촉했다.

그가 길을 따라갔는데 600 고지는 뭐고 5부 능선에서 자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너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박 병장은

“이것은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뺨을 세게 후려치면서,

“이 악질 빨갱이 새끼가!”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조금 뒤 병사가 다시 들어와 대충 하라는 대로 하라고 했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를 다시 창고에 넣고 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가 밤, 10시쯤이나 되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당시, 5월이었는데도 이곳, 00사단 보안대, 그 분위기가 살벌해서였는지, 밤이 되면 그는 몹시 춥고 떨렸다. 그는 너무 두렵고 억울한 나머지 알 수 없는 말로 고함을 지르면서 울부짖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밥을 가져와 전깃불을 켜주고 다시 문을 잠갔다.

그리고 한 병사가 들어와 옷을 갈아입으라 하였으나 몸이 아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다시 두 명의 병사가 들어와 옷을 갈아입히는데 속옷도 없이 겉옷만 입혀 놓았다. 다음날 젖은 매트리스를 바꿔 주었다. 그는 온몸이 결리고 아픈데도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갑자기 크게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병사가 들어와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밥을 가져왔다며 먹으라고 했다.

그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껏 구타당했던 생각, 불안과 공포에 질려 차라리 그때 자살해 죽어버리고 말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아마도 그때가 5월 8일쯤이나 되었을까? 다시 날이 밝아왔다.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기침이 났다. 아예 눈을 뜨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창고와 같은 그곳이 밤에는 몹시 추웠던지 몸에서 오한이 나고, 입안은 헐어서 따갑고 쓰라렸다.


얼마 후 누군가 높은 사람이 들어오는지 밖에서,

“충성!”하며 경례하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그를 나오라고 했다. 현기증으로 비틀거리는 그를 옆에서 병사가 부축을 해 사무실로 데리고 나가 의자에 앉혔다.

며칠 전에 본 40대 조사관이었다.

“오늘은 잘해보자!”며 예전 서류를 그대로 그 앞에 밀어 놓고,

“사실대로 말하면 될 것을 거짓말을 하면 되느냐?”하고 타이르듯 말했다.

“오모와 한모도 너를 만났다고 이미 말했고, ‘최모’도 너를 처음 발견하여 '검거'했다고 이미 진술했다.

천천히 읽어보고 인정하고 빨리 끝내자.”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무슨 말을 들은 적도 없고, ‘최모’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처음 철책 선에서 만나 내무반으로 안내해 주었던 초병이 ‘최모’ 일병이라는 사실을 그 당시 알지 못했다.

초병인 최모 일병이 처음 박병장을 체포, 검거해서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그는 최모 일병을 직접 대면시켜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박병장, 그의 말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에 기록된 것은 최모 일병, 그가 했다고 그대로 시인한 거야. 고집부리지 말고 지장만 찍어라!”


박병장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기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하자,

“이 새끼가 사람을 놀려!” 하고 또다시 옆에 있던 각목을 들어 어깨와 다리 등을 마구 내리쳤다. 그가 의자에서 옆으로 쓰러졌다. 그때 각목으로 어쩌다 오른쪽 눈썹 위를 맞아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옆에서 지켜보고 서있던 한 병사가 지혈을 시키고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를 양쪽에서 부축하여 다시 그 조사관 앞으로 데려갔다. 연신 담배를 피우던 그 조사관은 윽박지르듯 큰 소리로,

“더 뜨거운 맛을 더 볼래. 순순히 시인하고 지장 찍을래?”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조사관은 옆에 병사들에게,

“야! 안 되겠다.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여 줘!” 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곧이어 한 병사가 더 들어왔고 그의 손을 뒤로 묶어 꿇어앉히고, 손목 묶은 줄을 발목 쪽으로 끌어당겨 발에 묶고 종아리와 허벅지 사이에 긴 각목을 끼웠다. 그리고 병사 둘이서 양쪽에서 각목을 밟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그의 허벅지와 양옆 어깨를 사정없이 마구 내리쳤다.

그가 고통을 못 참고 고함을 질렀다. 그는 거기까지 기억했다. 그리고 그만 정신을 잃었고,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온몸이 물에 젖은 듯 축축했고, 몸은 발작을 일으키듯 떨고 있었다. 그가 정신을 잃었을 때, 다리에 끼워진 각목도 지금은 빠져 있고 발목과 손을 함께 묶은 것도 풀려 있었다.

물을 가져와 먹으라고 했다. 그는 기침을 계속했고 몹시 춥고 두려움과 고통으로 온몸이 떨렸다. 이제 정신이 몽롱하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한 병사가 열을 재더니 그의 입을 벌려 약을 입안에 넣어주고 물을 먹였다. 그는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번에는 그의 웃옷을 벗기고 팔에 주사를 놓고 젖어 있는 옷을 갈아입혔다. 그리고 그를 창고 바닥으로 질질 끌어다 눕혀놓고 열을 체크하더니 다시 가루약을 입에 넣어주고 물을 먹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문이 열려 있고 병사 셋이 그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며칠인지도 잘 기억되지 않았다. 밖은 어느 사이 날이 밝아 왔다.


심한 기침이 다시 시작되었다. 한 병사가 또 열을 재었다. 죽을 주었으나 떠먹을 수가 없었다.

그때가 따뜻한 5월인데도 추운 곳에서 며칠 밤을 새운 까닭에 독감에 걸렸는지 머리가 깨어지게 아파왔고

기침을 심하게 했다. 의무병이 와서 주사를 놓았다. 다시 가루약을 입에 넣고 따뜻한 물을 떠서 입에 넣어주었다.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은 듯 깊은 잠이 들었다.

그가 다시 깨어보니 밖은 어두워졌고 죽을 가져와서 먹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먹이라고 했다며 떠먹였다. 그는 흐느껴 울며 몇 숟갈을 받아먹었다.

또다시 먹이려 했을 때 그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더 먹고 기운차려 진실을 밝히라!”하고 입에 억지로 넣으니 먹은 것 마저 토하고 말았다.

병사가 수건으로 닦아주고 수통의 물만 옆에 놓고 나갔다. 그는 또다시 온몸이 아파오고 머리가 깨질 것이 아팠다. 아무 기운도 없이 누워 있는데 누군가 다리와 팔을 만져 눈을 떠보니 처음에 취조하던 사람 같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서 병사들에게,


“악질 빨갱이들은 죽어도 불지 않는다니까!”하며 나가는 것이었다.

그는 설핏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었다. 사무실 쪽에 불이 켜져 있었고 밖이 어두운 걸 보니 이미 밤이 된 듯했다.

병사가 다시 들어와 열을 재고 약을 먹였다. 몸의 열은 좀 내렸는지 머리도 덜 아팠다. 그때 그는 혼자 계시는 아버지 생각이 갑자기 났다. 자꾸만 눈물이 나오고 그렇게 울다가 지친 듯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날이 밝아 왔는지 사무실 쪽이 환하게 보이고, 한 병사가 들어와 다시 열을 재고, 죽을 가져와 수갑을 풀어주었다. 가져온 죽을 조금 떠먹었다. 속이 울렁이고 매슥거려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어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들은 다시 수갑을 채웠다. 간호병인 듯 와서 열을 재고 약을 먹이고 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문을 열고 들어온 병사 2명이 일어나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일어서지 못하자 부축하여 일으켜 세워 취조실로 데려가 의자에 앉혔다.

나이가 좀 지긋한 조사관이 다시 왔고 담배를 피우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조사관을 올려다보자,

“이제 그만하자. 여기 조서대로 빨리 인정하고 지장을 찍어라.”하며 인주와 조서를 그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나는 거짓 증언을 할 수 없고 월북은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지장은 찍을 수 없다.”라고 하자 수사관이 갑자기 일어서며,

“이 빨갱이 새끼가 사람을 놀려, 네가 했다고 말해서 쓴 거지 내가 임의로 만들었냐?”

하며 의자에 앉은 그를 걷어차고, 화를 참지 못한 듯 그에 가슴, 옆구리, 다리 등 전신을 마구 밟고 구타를 한 후, 또다시 꿇어앉히고 팔뚝 같은 몽둥이로 그의 등과 어깨, 다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 목안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구토를 하고, 기침까지 심하게 계속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수사관은,

“빨갱이 새끼가 목마른가 보다 물 좀 먹여라!”

하는 소리가 들렸고 2명의 병사가 그를 질질 끌어갔다. 거기에는 드럼통을 반 절단하여 만든 물통이 있었고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그의 머리를 쳐 박기를 몇 차례고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그는 그만 정신을 잃었고 그 후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정신이 들어 그가 눈을 떠보니 다시 창고 안이었고 묶어 놓은 손과 발이 저려왔다. 아무 감각이 없으면서 온몸이 저절로 덜덜 떨고 있었다. 정신은 그저 멍하고 왼쪽 다리는 무릎을 다쳤는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이 통증이 왔다.

그때 문 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들어온 병사가 무엇인가 말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한참을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팔에 링거가 꽂혀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이곳 보안대 수사관들은 ‘북으로의 탈주 시도’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증거를 들이대며 그들이 의도하는 대로 조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북으로의 탈주자’라는 것을 ‘인정해라!’, 그리고 거기에 ‘무인(拇印)을 찍어라!’하고 그에게 말했다. 그토록 무차별적인 구타와 고문에 대하여 그때마다 그는 쓰러졌고 누차 정신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그와 같이 박병장은 작은 몸으로 그들의 위협과 협박을 거부하고 버텨낼 수 있었을까?

마치 그들은 ‘네가 얼마나 버텨내는지 보자, 누가 이기는지 어디 해봐!’하는 듯, 그야말로 두렵고 떨리도록 더욱 가혹하게 갖가지 폭력을 휘둘렀으나 그때마다 그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본인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무인(拇印)도 찍지 않았다.


그들은 끝내 결국 박병장, 그가 고문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붉은색 인주를 가져와 자기들 임의대로 작성한 조서에 그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강제로 찍어 서류를 작성하였다.(계속)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