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는 비교적 쉽게 살았어요. 취직도 곧잘 되었고, 남자친구도 늘 있었어요. 가족들도 각자 무탈하게 살고 있어서 돈 나갈 일도 없었고요.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고민한 것 빼고는 큰 고민이 없었어요. 20대에 나의 꿈은 결혼이었어요. 한마디로 꿈이 없었죠. 30살쯤 되면 자연스럽게 결혼할 사람이 짠하고 나타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남들은 쉽게 하는 결혼이 저에게는 쉽지 않더라고요.
30살이 넘어 새로 이직한 곳에서 열심히만 하면 인정받고, 새로운 길도 팍팍 열리고 인생이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기복 신앙이었던 것도 있었고, 긍정의 힘을 신봉했었거든요. 인생은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어요. 결혼도 일도, 심지어 사는 곳도, 인간관계도 모두 내가 생각한 것이랑 다르게 흘러갔어요. 30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지금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각성한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10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어요. 어디에서 일하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였고, 책을 접하고 나서는 책을 읽으면서 내면과 외면을 닦아나가는데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광야에서 훈련을 받은 것처럼, 저도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내면의 스토리도 있었거든요.
이제 30대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먼가 흐릿하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 같아요. 그 10년의 세월이 지금 이 꿈을 꾸기 위해 준비된 시간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뭐 아니어도 괜찮아요. 인생 어떻게든 되겠죠. 내 삶을 신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