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생각> 안도현
스님이 길가에 앉아 졸다가 죽으면 살은 썩고 뼈는 삭아 흙이 되고 바람이 된다. 그리고 스님이 들고 있는 염주는 땅에 묻혀 훗날 다시 싹을 틔운다. 그 염주가 자라 열매를 맺게 되면 또 누군가가 새로 염주를 만들어 들고 길을 떠나게 된다. 풀, 들꽃, 나무, 새, 곤충, 물고기에 대하여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이다.
가장 많이 안다는 것은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는 이름을 가지지 않은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어떤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이름을 정확하게 제대로 알아야 한다.
시인의 생각은 이렇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中 시인의 생각 - 안도현
그룹 채팅방에서 한 분이 안도현 시인이 쓴 한 편의 글을 사진 찍어서 올려주셨어요. <시인의 생각>이라는 짧은 글이었습니다. 책 속의 문장 중에 "풀, 들꽃, 나무, 새, 곤충, 물고기에 대하여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이다. 가장 많이 안다는 것은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다"를 읽고 전율이 느껴졌어요. 마음속으로 '시인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 자연을 가장 많이 알고 느끼는 사림아라고? 하...' 감탄하며 새삼 시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감수성이 풍부했을 때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고 위로와 따스한 사랑을 느꼈지만, 시인이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함축적으로 리듬감 있게 표현하는 사람? 작가보다는 더 먼. 뭔가 신비한 존재라는 어렴풋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의 문장들을 읽고, '시인이 굉장히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풀, 들꽃, 나무, 새, 곤충, 물고기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진정한 시인이라니요. 그것들을 가장 많이 알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니요. 어렴풋하게 알던 시인의 의미가 정확해진 느낌입니다. 물론 모든 시인이 진정한 시인은 아니겠지만요. 삶을 살면서 느낀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그들은 도대체 어떤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요즘 들어 나 자신이 자연이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사람이(직장에서 돌보는 아이들)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끼고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삶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살아요. 그러한 경험을 그저 경험으로 끝내는 사람도 있고, 그 경험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시와 그림,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전자였어요. 이제는 경험을 소비하는 삶에서 머물지 않고, 조금 더 진화하고 싶습니다. 시인처럼 화가처럼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나만의 해석으로 변환하여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내는 생산자로 남은 생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