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뇌과학>
나는 2023년 겨울 심한 무기력증을 앓았다. 한참 자기 계발에 빠져있었을 때였는데 잠시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없었다. 하루에 16시간씩 잤다. 그렇게 잤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특히 점심 식사 후에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잠이 와서 3시간씩 자고 일어나야 그나마 힘이 생겼다.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을 누워만 있었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싶어 며칠 쉬면 괜찮겠지 하고 두고 보았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 선생님이 진맥을 짚어 보시더니 장이 거의 운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무기력증이 온 거라고. 장이 문제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한약을 먹으면서 매일 나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매일 수면시간을 기록했고, 하루 동안 뭘 먹었는지, 변은 봤는지 체크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하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커피로 인해 불규칙한 수면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하루에 물을 1컵도 마시지 않고 있었다. 전혀 운동을 안 하고 있었고 게다가 심한 변비였다. 변비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이었다.
음식 일기를 쓰고 난 뒤 어떤 음식이 나에게 안 맞는지 알게 되었다. 인스턴트 음식과 설탕이 가득한 음식을 먹으면 곧바로 몸이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고 다음날 피부에 염증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특정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무척 더럽거나 혐오스러운 벌레가 나오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 현상을 알아차린 이후엔 그 특정 음식에는 손이 안 간다. 내가 무척 좋아했던 음식이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나를 약하게 만드는 음식들을 멀리했다. 유산균을 먹기 시작했고, 과일과 야채 섭취를 늘리고 커피를 줄였다. 하루에 한 번 공원 산책도 했다. 그렇게 하니 몸이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커피를 줄이니 자다가 깨는 일도 없어졌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던 몸의 염증도 이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식곤증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 경험 이후로 나는 장 건강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다.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두뇌 활동이 멈추는구나.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자기계발, 자아실현을 꿈꿀 수도 없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새해부터 유튜버 자청님이 강력추천하는 <건강의 뇌과학>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의 장(장내 미생물)이 뇌를 조종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 43퍼센트, 미생물 57퍼센트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반 이상이 나가 아닌 셈이다. 내 몸의 반 이상을 이루고 있는 미생물은 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특히 장내 미생물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뇌를 조종해서 특정한 음식을 먹도록 행위를 유발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장내 미생물이 불균형 상태일 때 장은 뇌로 불안함과 우울의 신호를 보낸다. 장에서 올려 보낸 부정적인 감정은 사고능력과 집중력을 방해하고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 한연구결과 위장 장애를 가진 사람 대부분이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꼈고, 자폐증 아동의 40~90퍼센트가 장 누수 증후군을 보였다고 한다.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90퍼센트는 장 속 미생물 군에서 발생된다.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일 때 우리는 더 행복하고 차분하고 덜 걱정하고 덜 변덕스럽게 된다. 행복감은 우리의 사고와 정신, 인지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읽고 좀 더 장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뇌를 조종하는 장 건강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소식과 간헐적 단식
인간의 두뇌는 배가 고프거나 굶었을 때 그 활동이 더욱 강렬해진다. 음식 섭취량의 10퍼센트만 줄여도 두뇌에 확실한 도움을 준다. 소식과 간혈적 단식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두뇌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생성한다. 음식 공급을 제한한 쥐들은 풍부하게 공급한 다른 쥐들에 비해 거의 두 배나 오래 살았다고 한다.
둘째, 비타민 섭취
비타민 섭취는 두뇌에 영향을 공급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비타민은 두뇌 노화 속도를 늦춰주고 기억력과 학습에 도움을 준다. 염증을 억제해 주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는데 필요한 물질을 생성한다. 우리 몸은 대부분 비타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직 외부 섭취를 통해서만 비타민을 얻는다. 책에는 각종 비타민과 그 비타민을 함유한 식품들을 친절히 안내해 놓았다. 추천해 준 음식 중에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된 브로콜리와 시금치는 평생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셋째, 운동
일주일 동안 10시간 이상 운동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들 사이의 장내 미생물군 차이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운동을 많이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도움이 되는 박테리아를 더 많이 보유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보다 다양하고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 확보에 기여한다.
나는 무기력증을 겪고 나서 확실히 깨달았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과 마찬가지란 것을. 행복한 삶도, 인간의 최상위 욕구라는 자아실현도 감히 꿈꿀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영적인 것에도 관심이 많은데 깨달음으로 가는 길도 이 책 <건강의 뇌과학>이 제시하는 '뇌가 건강해지는 길'과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 등 영적 수행자들은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소식과 단식을 한다. 무술과 요가 등으로 몸을 단련하고 자연과 함께 명상을 한다. 모두 최고의 뇌를 가질 수밖에 없게 하는 수행 등이다. 장과 뇌 건강을 관리함으로써 자아실현과 깨달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