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아닌 사명

≪초콜릿 하트 드래곤≫

by 나는 나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도 잘 보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때는 소설도 가끔 읽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도 즐겼는데 어느 순간 시간 낭비이고 감정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멀리하는 동안 나의 공감능력과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 안에 해결되지 않는 감정들이 표출되지 못한 채 내면에 꾹꾹 눌러졌다. 감정들은 표출되고 분출되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감정적 배출구가 없었다.



자기계발서나 실용서 등 만을 읽다가 독서모임을 통해서 고전 문학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스비극 걸작선, 오디세이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등을 읽으면서 내면의 변화를 경험했다.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그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통해 치유되고 용기가 생겼다. 감정이 정화되었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던 내가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사회의 악을 현실적으로 직시하게 되었다. 책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뒤로는 양질의 소설을 찾아서 읽게 되었고, 양질의 영화도 한편씩 찾아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없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다 함께 모여서 비극을 감상했다고 한다. 묵혀 두었던 감정들을 작품을 통해 해소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르로 농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야기에는 감정을 배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비극의 궁극적 목적은 감정을 깨끗이 비워 버림으로써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어 'catharsis'(승화)의 의미이다. 관객은 연극 중의 인물에 동화되어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경험함으로써 그 자신의 영혼을 짓누르고 있던 그런 감정의 짐을 실제로 벋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극은 치료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 지혜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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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제목은 ≪초콜릿 하트 드래곤≫이다. 이 책은 2017년 북미 최고의 청소년 문학상 시빌 어워드 장르소설 분야 수상작이다. 어린 드래곤이 동굴 밖 세상으로 나와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사명'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 책은 성공과 안정을 말하는 시대에 '사명' 이란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사명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나에게 맡겨진 임무이다. 그 임무는 누가 부여해 주나? 내 안에 숨겨져 있는 달란트, 잠재력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명을 발견하려면 우선은 자신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그것을 찾도록 교육받지 못했다.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보다 이 사회에 필요한 부품이 되도록 설계 받았다.



남이 정해준 틀 안에서 성실히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어느 순간 '이건 내가 아닌 것 같아', '내 인생 뭔가 잘못된 것 같아'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우울증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이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자기계발을 시작한다. 자아를 찾는 작업을 시작한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고, 내면을 성찰한다. 그런 작업들을 어린 시절부터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릴 때부터 '사명'을 생각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과 실패를 통해서 사명을 찾아 나갔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 어벤츄린은 초콜릿을 만드는 것에 열정을 느낀다.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 되었다. 그럼 초콜릿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사명이 될까? 좋아하는 일을 잘 하되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될 때 그것이 참 사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며 남에게도 이익이 되는 삶이야말로 자아실현이고 행복한 삶의 기초이다.



사람들은 행복과 자유를 추구한다.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자발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고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아이들의 행복을 원한다면 어려서부터 사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어린 친구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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