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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비 Feb 12. 2020

천문학과 점성술

≪코스모스≫

엄마 : 너 남자친구 생겼어?

나 : 아니 왜?

엄마 : 점집에 갔다 왔는데, 점쟁이가 너 남자친구 있다던데?

나 : 헐... 진짜 없는데?

엄마 : (웃으시며) 에이~ 거짓말하지 마. 남자친구 있다던데. 

나 : ....없다고.... 억울해 ㅠㅠ

엄마는 끝내 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렇게 찝찝하게 전화 통화를 끝냈다. 딸이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냥 그 점쟁이 말을 믿어버리기로 한 것 같다. 그 뒤로 이런 전화를 한 번 더 받았다. 엄마는 점성술사에게 내가 태어난 날과 시를 알려주고 대답을 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태어난 날과 시만 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지? 엄마가 만난 그 점성술사는 명백히 틀렸다. 내 별자리(생년월일)엔 남자가 있고, 나의 현실 세계에는 없을 수 있나? 이런 모순이.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점을 보러 갔는데 '완전 내 이야기였어.' '족집게였어' 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하늘에(생년월일) 내 모든 인생이 기록되어 있다는 말인데, 이건 너무나 놀라운 일 아닌가. 또 하늘의 별을 보고 그 자료를 수집해 사람의 인생과 연결해서 하나의 규칙(사상) 같은 것을 만든 인간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칼 세이건의≪코스모스≫를 읽고 인류의 조상들이 하늘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천문학과 함께 점성술도 같이 발전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스모스≫는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에서는 천문학의 역사와 점성술이 생겨난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먼저 '왜 고대의 사람들은 천문학을 배우려 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나는 이것을 고민해 본 적이 있던가? 내가 얼마나 과학에 관심이 없었고 무지했는지 ≪코스모스≫를 읽는 내내 반성하였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존경하는 정약용 선생님도 천문학을 공부했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은 모두 천문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천문학을 알지 못하면 많은 학문들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반대로 학문을 파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천문학까지 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마음에 담고 책을 읽으니,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 옛날 사람들은 왜 천문학을 배우려 했을까? 


왜 세상 사람들은 이처럼 천문학을 배우려 했을까? 영양과 사슴과 들소는 철에 따라 이동하므로 한 지역에서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은 계절에 따라 늘고 줄기를 반복한다. 과일과 견과류는 익는 때가 따로 있으니 계절을 알아야 제대로 익은 것을 제때에 따먹을 수 있다. 농업 기술의 발명 이후 작물을 때에 맞춰 심고 거둬들어야 할 필요가 생겼으며, 또 멀리 떨어져 사는 유목민들은 미리 정해 둔 때에 서로 만나 연중행사를 치러야 했다. 그러므로 하늘의 달력을 읽을 줄 아느냐에 따라 목숨이 좌우되기도 했다. ≪코스모스≫ P110


결국은 생존의 문제 때문에 별을 관측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옛날에 인간이 하늘의 별을 보고 어떤 패턴을 찾아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제대로 된 도구도 기계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측정의 정확도가 향상됨에 따라 기록을 보관하는 일이 점점 중요시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천문학은 관측과 수학과 문자 발달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어찌 보면 이상한 사상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대체적으로 경험 법칙에 의존하던 과학의 영역을 신비주의와 미신이 치고 들어온 것이다. ≪코스모스≫ P111






여러 달에 걸쳐 행성의 겉보기 운동을 관찰해 보면 이 별자리에 들어 있던 행성이 저 별자리로 이동하고 가끔은 느릿느릿 '공중제비'를 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하늘의 여러 천체들이 모두 인간의 삶에 심오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겼다. 해와 달은 물론 별 또한 계절의 오고 감을 알려주지 않는가? 그렇다면 행성들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점성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코스모스≫ P112



사람들은 해와 달 그리고 별이 계절의 오고 감을 알려주는 것처럼, 행성들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거라고 판단했다. 점성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점성술에 따르면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날 때 어느 행성이 어느 별자리에 들어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인간은 코스모스에 연줄을 대고자 안달을 하며 산다'라고 표현을 했다. 우리도 큰 그림의 틀 속에 끼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자답게 점성술이 단지 사이비 과학일 뿐이라며 3장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장에서까지 계속 언급한다. 아래의 쌍둥이의 삶과 그 외의 여러 가지 예를 들며 점성술의 실효성을 부정한다.



한 예로 점성술의 실효성 여부는 쌍둥이의 삶을 조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쌍둥이 중 하나는 낙마 사고나 벼락을 맞아서 일찍 죽고 다른 하나는 건강하게 잘 살다가 노년을 맞이했다고 하자. 둘 다 똑같은 장소에서 겨우 몇 분의 시간차로 세상에 나왔으므로 이들이 탄생할 때에 지평선 위로 떠오른 행성은 똑같았을 것이다. 점성술이 맞는다면 두 쌍둥이의 운명이 어떻게 이리도 다를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점성술사들끼리도 어느 한 천궁도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놓고 그 풀이가 일치하지 않는다. 점성술사들이 내리는 예언을 잘 조사해 봤더니, 사림이 태어난 시간과 장소만 가지고는 그의 성격이나 미래를 예측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코스모스≫ P116



재미있게도 근세 이전의 천문학자은 점성술사였다고 한다. 현대 천문학에 큰 공헌을 한 요하네스 케플러나 코페르니쿠스도 모두 점성술사였다.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점성술을 제왕의 학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과학지식, 특히 천문학에 발달되면서 점성술은 세력이 약화되어갔다. 천문 법칙이 자세히 알려질수록 점성술사의 권위는 떨어져 갔다. 정치고문으로 왕의 비서로 재상들도 두려워하던 점성술사는 천문학의 발달에 따라서 기운을 잃고 제왕의 옆을 떠나 길가의 점쟁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천문학과 과학이 발달되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점성술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묻는다. 과학이 발달되었지만 인간의 생존 불안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아직도 점성술이 성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우리 인간들은 참으로 지혜로우면서도 재미있고 신비한 존재인 것이 분명하다. 하늘의 달력을 읽고 자신의 인생까지 예측하려 들었으니 말이다. 불을 피우며 도끼를 만들던 인간들은 우주를 탐사할 수 있는 존재로까지 진화하였다. 우리는 얼마나 더 진화를 해 나갈까? 그 최종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칼 세이건은 13장에서 인류가 그 높아진 지능으로 인해 이제 지구를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에 심히 걱정을 한다. 바로 핵, 핵 전쟁이다. 천문학자인 그는 해결책으로 사랑을 말한다. 아이러니하다. 결국 이 세상을 지키고 구할 수 있는 건 지식과 기술이 아닌 사랑이니 말이다. 사랑은 참 진리구나.


#코스모스 #칼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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