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무 , 사람 을 그려보라는 심리검사의 일종인 줄 만 아는 당신에게
나는 초보 미술치료사이다.
임상시간 1,000시간을 넘어서고,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 중에 들어서서 어느덧 4학기를 지나고 있는..
나는.
그래도 아직은 초보 미술치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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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집사부일체>라는 프로그램에서 또 다시 미술치료의 잘 못된 인식을 '굳히기' 하는 방송이 나와 복장이 터지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시청률을 위한,
연예인을 위한,
시청자를 위한 모두의 방송임을 알지만
차마 그 부분에서만은 웃을 수 없었다.
초대되어 나오신 선생님(미술치료사가 아닌 임상심리사)의 말씀과 분석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국가 자격증 조차 없는 미술치료사라는 직업이 대한민국에 잘못된 인식으로 뿌리 박히고 있는 이 상황을 개탄하고자 한다.
A형? 너는 소심 하구나. 하지만 굉장히 이타적이고 사회적인 남의 시선을 의식해.
B형? 너는 자유분방하고 직진이구나. 때로는 나쁜 남자야. 하지만 뒤끝은 없고 쿨해.
O형?너는 누구와더 잘 어울릴 수있는 성격의 소유자야. 하지만 진짜 화날 때엔 이성은 없지.
AB형? 너는 천재아니면 바보야. 그리고 매우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녔지.
자...........이러한 말은 우리 7080 세대라면,,,정말 질리도록 듣던 풀이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이 오십이 넘은 사람들도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어우, 박차장 A형이야? 왜 이렇게 소심해?" 라고.........
나는 대기업,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약 10년간 하고,,,
5년간 경단녀의 쓴맛을 보고 난 뒤 미술치료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 대한민국의 사회와
미술치료의 필드는 아직도 4가지 혈액형에 다수를 끼워 맞추는 놀이를 좋아하고 있다는것.... 심리 치료 상황에서도 그것들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다, 이제는 심지어 16개로 조각 조각 나눈 MBTI 가 대세가 되어 아예,
"너 T 야?" 가 이제는 그냥 다 통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 멀리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라는 작가가 한국에 방문을 했을때에도
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 당신의 MBTI가 무엇이냐?" 라고 질문하는 것을 보고 정말로 기암했다.
그 작가의 정신, 철학, 신간의 내용, 한국에 대한 인상, 의미......는 다 재껴두고,
저 질문이 그리도 급했을까.....내가 얼굴이 달아오는 느낌을 받을 지경이었다....
미술치료는...
"나무를 그려보세요.. 나무는 무의식입니다. 어머 ? 나무가 아주 굵네요. 자존감이 강합니다..어머 나무가 너무 작아요. 어머님, 아이가 자존감이 낮네요."
" 빗속의 사람의 그려보세요... 비는 스트레스를 나타냅니다... 소나기가 내리고 있네요. 스트레스가 엄청 많으신 가봐요. 다행히 우산을 쓰고 있네요. "
이 따위의 그림 "때려 맞추기" 가 아님을 진심으로 크게 고하고 싶다.
물론 TV에 나와 그날 성실하게 방송해 주신 임상심리사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안타까운 것은 시청자들이 그림을 점 보듯이, 철학관에 갔듯이, 그 사람의 심리를 마치 점술사처럼
읽어내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을 미술치료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미술치료의 아주 작은 부분이며,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는 일종의 심리 검사 과정일 뿐.
진정한 미술치료의 의미와는 전혀 별개의 것임을 성토하고 싶다.
달랑 3년 석사만 공부하고 미술치료사하고 떠들고 센터 차리시는 분들...
정신차리세요. 어차피 문 닫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글을 읽으시는 분이 혹시...자녀가 뭔가 속을 썩여서 상담을 받고싶은 분이 계시다면그런 곳에 자신의 아픈 아이을 절대로 데리고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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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뭐가 미술치료냐구요?
ㅎㅎㅎㅎㅎ
그렇게 간단하게 쓸 답같으면 제가 한 학기에 670만원이나 쳐 들어서 박사 공부하겠어요?
(다음 글에 자세히 설명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진단검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도 절반은 성공한 미술치료사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