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켜면 나오는 오은영박사님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의 아주 특이한 국민성이 있다.
몇 년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심리학과 교수님이 출연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특별한 국민성과 우리나라 현재 머물고 있는 상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등을 입담좋게 강의하셨다.
사실상 주제는 무거웠으나 교수님의 재미난 강의 덕분에 방청객들은 시종일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한 그 교수님이 보여주시는 예시 하나 하나 우리모두 '공감'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심리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다들 웃고는 뒤돌아서면 거의 모두들 그 강의 내용을 잊을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TV를 보낸 동안 나 역시도 함께 웃었지만, 무언가 씁쓸함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Carl jung이 말한 '집단무의식'은 더 원초적이고 더 원형적인 인류의 끝자락에서부터 기원된 것이겠지만
이렇게 집단 무의식이 강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날이 갈 수록 깊어진다.
유튜브 채널 ‘코리아넷(Koreanet)’ 의 한 영상에서는 우리나라를 Korea, Woderland 라고 하면서
우리나라사람들의 정말 '이상한' 국민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이상한 나라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늘 이렇다”며 “어려울 때면 공동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던
이 나라 사람들은 COVID-19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사건 때 수많은 시민들이 기름 제거 봉사활동을 펼쳤던 일들을 보여주며,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던 시절에는 온 국민이 나랏빚을 갚겠다고 집안 깊숙이 숨겨뒀던 금붙이를 죄다 들고 나오기도 했다”며 “유조선 사고로 바다가 온통 기름에 뒤덮였을 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천 조각을 가지고 나와 모든 기름을 닦아낸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던 이상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뒤돌아보면 실로 감격할 만한 상황이겠으나,
그것은 긍정적 관점에서 바라 볼 때 이다.
몇 년전 우리나라의 태풍과 같은 트렌드는 '요리' 였다.
아니 좀더 자세히 말하면 '요리사' 였다.
경력이 4~50년된 백발의 한식전문가 부터 젊고 멋있는 남자 요리사까지.....
요리 베틀 프로그램 부터 시작하여,
남의 냉장고를 통째로 뜯어와 촬영현장에서 15분만에 요리를 해내는 프로그램까지........정말이지 TV만 켜면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아니면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요리사들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여 그야말로 '요리사 춘추전국시대' 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튜브 채널에서 '먹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잘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구독자가 10만명이 넘어서고 또 그 사람이 TV에도 출연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일반인들도 요리에 관심이 많아지고 요리재료중에 특이한 것들은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하는등....
정말이지 당시에는 요리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더니....
또 작년에는 주식을 안하면 멍청이가 된 듯한 분위기로
'삼성전자 주식 아직도 없냐' 는 질문이 돌아다닐 만큼
예능에서조차 가상 주식투자 대회를 하거나
주식전문가들이 많이도 TV에 출연했었다.
작년 고점 대비 현재 -40%수준이다.
이제 더 이상 주식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정말이지 언제 그랬냐는 듯................
최근에는
그야말로
'상담' 이 대세이다.
아무래도 같은 분야에 있다보니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심할 정도로 TV만 켜면 이제 한 분이 나온다.
오은영 박사.
사실 오은영 박사는 오랜시간 <생방송 60분 부모> 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다. 한마디로 방송을
최근에 급격하게 많이 해서 급격하게 '뜬'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앞에는 '육아의 신' 부터 시작해서 어마어마한 수식어들이 따라 다니고,
아동으로 시작한 상담 프로그램이
연예인, 성인, 부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오은영 춘추전국 시대를 다시금 맞이한 걸로 보여진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를 두고 '에르메스 VIP' 라는 둥,
'시간당 상담료가 75만원' 이라는 둥,
실제 직접 확인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루머들도 돌아다닌다.
오은영 박사가 하는 상담스킬이나 그녀가 했던 솔루션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나보다 그녀는 상담경험이 더 많고,
학식도 더 높으리라 생각한다.
내담아동에 대해서 내가 상담자로서 솔루션을 마음속에서 생각해보면서 TV를 시창하기도 했지만,
때때로 '아,,,굳이 왜 저 말을 언급했지?' 라고 생각할 때도 물론 있었고,
친한 후배가
'오은영 박사도 미술치료 하던데요?' 라는 엉뚱한 말을 해서
내 속을 뒤집어 놓을 때도 있었다.
그건 미술치료가 아니라 심리진단기법의 하나로 사용한 것이다--라고 침 튀기며 한 시간 가량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는 그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안타까운것은
아무래도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국 사람들의 여러 편집기술과 촬영 비하인드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인데
대부분 시청자들은,,,혹은 어린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정말 아이를 상담센터에 데리고 가면 1-2 주만에
오은영박사가 상담한 아동들 처럼(마치 기적처럼)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다 해결되거나
이상행동이 씻은 듯이 나을 거라고 믿는 것이 문제다.
세상에 어떤 상담센터도 그 아이의 집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여 상담하는 곳은 없다.
TV프로그램이니까 그 모든 것을 다 보여 주어야만 패널들도, 오은영 박사도, 문제를 빨리, 그리고 정확학게 진단 할 수 있기 때문이며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 채워지니 당연한 일이다.
이미 TV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부모들은 집안 내부까지 모두 촬영을 허락하고
시작한것 역시 당연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심리상담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아이의 어머니는 일주일간 아이의 생활과 행동에 대해서 기억의 오류 또는 의도적인 거짓말을 할 수 있고,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방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때문에 심리상담은 더 더 더 오래걸리고
더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자녀가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저렇게 심리상담센터에가서
'유명한' 선생님을 만나면 우리아이가 확 달라지겠구나....
라고 생각할 것이 너무도 뻔하기에 염려가 된다.
(실제 주변 지인들이 내게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안그래도 심리. 정서적으로 건강하기가 힘든 대한민국 현실에 더욱 더
아픈 아이들을 많이 만들었다.
미술치료센터도 팬데믹과 그 이후 더 많은 아이들이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심리상담이 마치 마법처럼 모든 어려움을
'금방'
'뚝딱'
낫게 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여러 분야(미술치료, 동작치료, 모래놀이치료, 연극치료, 음악치료, 무용치료 등..)
에서 정말 박한 봉급으로, 고군분투하는 심리치료사들이 너무나 많은데,
마치 '여왕' 처럼 한 사람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TV에서 시청률을 높여주는 마법같은 심리상담만 보여주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그리고
과연 이것이 또 몇 년을 갈까.......싶다.
한 분야, 또는 한 사람이 떴다 싶으면 시청률 경쟁과 대세를 좋아하는 한극 사람의 근성을 이용해서
방송국 사람들은 이곳 저곳에서 억지스럽게 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연회를 만들고....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나면 정말이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분야에 열광하고
또 몇 년 뒤면 완전히 기억에서조차 잊혀져서
막상 그 '떴던' 사람이 더 이상 매스컴에 출연하지 않을 상황이 되면
마치 '한 물간' 또는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러한 '이상한, 대한민국 사람'
이러한 집단무의식에 대해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연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