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바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아리아로 꼽힌다. 사랑의 묘약을 마신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확인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응축된 감정으로 표현한 독창곡이다. 도입부의 높은 음역과 굵직한 저음은, 네모리노가 자신의 사랑 앞에서 취하는 진정성이 고귀하고, 경이로운, 기쁨 이상의 감정임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네모리노의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서는 테너가 누구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테너의 성량이 음의 질량과 비례할 때 관객의 신경계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그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영화 <파바로티>는 전 세계가 사랑한 오페라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일생이 담긴 다큐멘터리이다. 대중성과 예술성,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그의 삶이 마치 하나의 아리아처럼 그려졌다. 영화는 파바로티의 주변인들이 전하는 그의 태생부터 죽음까지 세계사적인 일대기를 담백하게 접근했다. 오페라 가수로서, 가족의 가장으서, 한 남자로서, 사회운동가로서 파바로티는 어떤 인물이었냐는 것. 그리고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넌지시 꺼내어 관객에게 던진다. 삶의 근간이,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특히, 영화는 파바로티만의 인본주의를 두드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사람을 믿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그의 삶의 철학이 무릇 박애주의와 연결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만의 삶의 방식에서 말이다.
때문에 영화에서 그려지는 파바로티는 단순한 테너에 그치지 않는다. 1990년 백혈병에서 완치된 호세 카레라스, 아름다운 경쟁자라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펼친 ‘쓰리 테너’ 자선 공연도 그의 인본주의에서 비롯됨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당시 오페라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의 클라이맥스를 열창한 그는 비단 오페라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친구를 위하고 전 세계 환우에 대한 믿음을 가슴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끌어냈던 것. 이후 그의 음악에 대한 영역은 다양성을 추구한다. 고유 성역으로 일컬어지는 클래식을 다양한 음악 장르와 결합시킨 크로스 오버를 탄생시킨다. ‘파바로티와 친구들’을 타이틀로 스팅과 주케로, U2, 엘튼존 등 당대 팝스타들과 음악적 교감을 활발하게 나눈다. 물론, 새로운 기획자의 파격적인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사람을 믿는’ 파바로티의 삶의 철학이 녹아 있기에 실현될 수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은 인간 파바로티가 추구하고 삶의 지향점이 무엇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그것에 대한 공유를 담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파바로티의 여성 편력 또한 이러한 인본주의와 맞닿아 있음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지극히 가정적인 그가 변화무쌍한 사랑을 하고, 그런 사랑을 가변적으로 대입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인본주의의 해석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인지 그 경계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영화에서 파바로티는 U2의 보컬 보노에게 작곡을 부탁하고, 공연을 요청한다. 보노를 섭외하기 위해 보노의 가정부를 먼저 포섭한 일화는 그의 ‘인간미’를 가늠하게 한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파바로티의 접근 방법에 ‘파바로티 답다’는 긍정적인 이해를 자연스럽게 한다. 아마도 이런 자연스러움은 그의 인본주의에 대한 공감을 이미 영화에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쇠잔해진 파바로티의 모습을 비춘다. 그 당시 관객들은 이런 파바로티의 아리아에 혹평을 하고, 언론은 비평에 서슴없다. 론 하워드 감독은 당시 파바로티를 향한 비평을 허투루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보노를 통해 파바로티를 역설적으로 정의한다.
“파바로티의 음악이 훌륭한 것은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명곡은 그 자체로 명곡이므로 설명이 필요 없고, 그 안에 무엇을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파바로티의 아리아에는 삶이 채워졌음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음악적 기술과 기교, 역량만이 아닌 그의 삶을 투영시킨 삶의 아리아를 말이다. 영화는 파바로티의 공연을 바스트샷에서 클로즈업 샷으로 비추며, 그의 시선을 관객에게 맞춘다. 영화가 아닌 오페라 공연을 보는 듯, 관객을 파바로티의 아리아에 빠져들게 한다. 그의 삶이 담긴 아리아에 박수를 보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