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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Jul 29. 2020

공감이 먼저다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아는 지식이나 지혜는 한계가 있고, 각자 하는 말과 논리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일부분이고,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절대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잣대로 세상을 보고 내린 결론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보면 옳고 그름이 바뀔 수도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절대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정치인들의 끝없는 자기주장이 있고, 인터넷에 자기주장과 다른 글이 올라오면 여지없이 댓글로 인신공격하며, 각종 모임에 나가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언쟁을 하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정치 이야기는 될 수 있는 대로 나누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좋게 말하면 언론의 자유가 극도로 발달한 현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국론이 세대별로 분열되어 통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국가발전에 장애물이 등장했다는 신호다.


세상이 급변하여 기존 사회구조가 많이 변했다.


정체성의 변화로 대인관계에 부적응 현상이 나타나고, 자기의 뜻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 논리를 펴고, 처지가 바뀌면 지금까지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주장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황희 정승의 ‘너도 옳고, 너도 옳다, 그리고 너도 옳다’라는 일화가 있다. 집안 노비 둘이 다투다가 한 노비가 다른 노비의 잘못한 점을 고하자, 황희 정승이 ‘네 말이 옳다’고 하고, 이어서 또 다른 노비가 와서 앞서 다녀간 노비의 잘못을 고하자, ‘네 말이 옳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황희 정승의 부인이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고 하면 대체 어느 쪽이 틀렸다는 말씀입니까’라고 하자, ‘그 말도 옳소’라고 했다.


황희 정승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아랫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공감해 준 것이다. 세상에 아닌 것은 없다. 나도 옳고 너도 옳다.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대방의 생각도 나름대로 옳은 일면이 있다. ‘너도 옳고, 나도 옳다’고 인정하는 사회가 함께 행복할 수 있고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지도자는 상대방의 말을 세심하게 경청하여 상대가 느끼고 생각하는 단서를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


사람은 믿는 것의 절반만 겨우 기억한다.


스위스 정신과 의사 ‘폴 투르니에’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절반만 듣고, 들은 것의 절반만 이해하며 그중에 절반만을 믿는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믿는 것의 절반만 겨우 기억할 수 있게 된다.’라고 했다. 사람들이 원활한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지하게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보다 자기가 말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거나 자기 방식대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송나라 진종 때 한 대신의 아들 둘이 상속받은 재산 분배로 소송을 제기했다. 형은 동생 몫이 많다고 하고, 동생은 형 몫이 더 많다고 주장하여 “두 형제가 서로 재산이 불공평하게 나누어졌다고 주장하니, 서로 공평하게 두 형제는 재산을 서로 교환하도록 하라.”라고 재상 장제현이 판결했다.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된 기술이다.    


소통과 공감의 핵심은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공감하려면 우선 경청이 필요하고, 경청이 소통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경청 능력은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능력이고, 공감 능력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의 관점에서 느끼고, 이해할 줄 알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다. 공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즐거워하면 함께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이 슬퍼하면 함께 슬퍼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된 기술이다. 상대의 관점을 존중하며 이해할 수 있을 때 공감 능력이 높아지고, 사회적 관계가 좋아질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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