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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15. 2020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

노천탕의 따뜻한 물에 잠겨 하늘의 별을 보는 맛은 매우 낭만적이다

허물없는 동료들과 함께 걸으니 더 상쾌했다. 기내에서 만난 일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상품을 들고 북적인다. 우리나라의 관광지를 오가는 일본인들이나 일본을 관광하는 한국인들은 서로 좋은 느낌은 아니더라도 이웃나라로 인정한다. 그러나 일본에 입국할 때마다 지문을 날인하라니 기분은 언짢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마주한 일본인들이 모여 그들의 상사인 것 같은 사람에게 절도 있게 허리를 굽히고 동시에 구호를 외치며 인사한다. 그 모습이 낯설다. 하카타 호텔로 향하는 공항 택시를 탔다. 운전기사가 여행 가방을 받아 실어주고 차문을 열고 닫아주는 인본인 특유의 친절함에 고마운 마음이 절로 난다. 차들이 복잡하고 협소한 차도를 지날 때도 경적을 울리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교통사고 건수가 목욕탕에서 일어나는 사고 건수보다 적다고 자랑한다.


TV에서 한국어 강좌와 일기예보가 보인다. 일본 주변으로 독도도 있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발판으로 대륙 진출의 꿈을 가진 이유를 알 것 같다. 관광지 곳곳에 한국어로 된 안내 표시가 흔하다. 여행에서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여행길에 날씨가 도와준다. 다자이 후텐만구 신사를 찾아온 학생들이 무엇을 기원하고 있다. 학생도 교사도 모두가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소뿔의 모형을 만지면 복을 받는다는 속설을 믿고 행동하는 모습이 익숙한 장면이다.


히가시시아노 폭포를 찾았다. 낙차가 85m인 폭포이다. 어디를 봐도 울창한 삼나무 숲뿐이다. 초록빛 숲에서 뿜어 나오는 맑은 공기가 여행의 질을 높여준다. 일본의 인공적인 삼나무 숲은 각양각색의 나무들로 가득한 우리나라의 산과 대조적이다. 그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상쾌한 공기 덕에 심호흡만 해도 힐링이 된다.

온천 마을 유후인에서 아기자기한 기념품점과 레스토랑, 카페를 만난다. 이곳저곳의 가게를 드나들며 즐거운 추억을 만든다. 차가운 물과 뜨거운 온천수가 섞이는 킨린 호수는 사진 촬영 장소로 제격이다. 서로가 포즈를 취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온천의 꽃이란 뜻의 유노하나로 이동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험준한 산을 넘으면 바다가 보이는 벳부 시내이다. 벳부 시내로 들어가기 전 산록에 유노하나 재배지가 있다. 유노하나는 명반 온천으로서 독특한 제조 방법에 의해 생산되는 일본 특유의 온천 성분을 결정화하여 만든 것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유황을 재배하는 곳이 유노하나이다. 유노하나의 효용은 어떤 것일까? 유노하나는 신경통,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유노하나 재배 과정도 볼 수 있다. 견학용으로 만들어 놓은 300년 전 전통 가옥이 있다. 유황 채취하는 모습, 가족탕, 지옥 온천도 있다. 바다와 시내 모습이 보이고 온 도시가 온천 수증기로 덮여 산골 마을의 저녁 무렵 모습이다. 벳부 시내의 저녁노을과 밤 풍경이 너무도 평화롭다. 기온은 제주도와 비슷하다.

풍월 하몬드 호텔에서 일본인들이 즐겨 입는 유카타라는 옷을 만났다. 이 옷은 여름에 입는 의복으로, 안감으로 만든 기모노의 일종이다. 기모노보다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일본인들의 여름 외출복이다. 우리 눈으로는 잠옷처럼 보인다. 유카타를 입고 호텔 로비나 온천탕, 식당을 오가는 젊은 남녀들의 모습이 예쁘다. 젊은이들은 유카타를 입고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추억이 된다. 나이 든 사람들은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우리나라 호텔에도 개량 한복을 준비하여 외국인들이 입어보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일행과 함께 어울려 유카타를 입고 온천탕에 갔다. 다른 생각은 더 필요하지 않다. 국경을 뛰어넘는 소도구이며 색다른 경험이다.


입을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왼쪽이 위로 가게 입어야 한다. 죽은 사람에게 오른쪽이 위로 가도록 입히기 때문에 바꾸어 입으면 일본인들이 깜짝 놀란다고 한다. 호텔에 온천은 1층과 꼭대기 층에 있는데 꼭대기 층은 노천온천이다. 노천탕의 따뜻한 물에 잠겨 하늘의 별을 보는 맛은 매우 낭만적이다.


구마모토 현에 있는 아소산의 분화구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정상 가까이 올랐다. 정상은 에메랄드빛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생긴 연못이 있다. 아소산은 지금도 분화구에서 모락모락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활화산이다.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접근한다. 더 이상은 위험하여 접근할 수 없다. 대신 아소화산박물관 영상을 관람한다. 박물관 3층에 전망대와 극장이 있다. 5면 멀티 홀로 구성되어 있으며 ‘불의 산 아소’라는 영화를 입체적인 영상으로 감상한다. 그 모습이 강렬하고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일본인들이 지금까지 불안한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이 간다. 2차 대전 패배, 자주 발생하는 화산과 지진으로 인한 많은 자연재해가 그들을 항상 긴장시키고 대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자연재해의 잔재가 온천 문화를 만들었다. 어디를 가도 온천이 있다. 그 많은 온천 중에 일본 여자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규슈 지역의 온천이라고 한다.


다시 후쿠오카로 왔다. 캐널시티 백화점에서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한다. 한국의 백화점처럼 편하다. 여기저기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이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그들을 입증해준다. 백화점 상가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점원이 배치되어 있다. 오늘도 물을 사 가지고 호텔방에 들어가야 한다.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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