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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13. 2020

오사카 여행

우리 민족의 억울한 역사를 더듬어보았다

온 가족이 오사카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그곳에 머물며 우리의 억울한 역사를 더듬어 보았다. 나는 일본 땅을 밟을 때마다 강제징용으로 억울한 삶을 살았던 한국인의 억울한 사연이 떠오른다. 아오모리 탄광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한恨을 말하는 이어령님의 ‘아오모리의 벽화’라는 시가 있다.

“일본에 징용 온 조선 사람이/ 아오모리 탄광의 어두운 벽을/ 손톱으로 긁어 글을 썼대요.// 어무니 보고시퍼/ 고향의 그리움이/ 글이 되고/ 그림이 되어// 남의 땅 벽 위에 걸렸대요.”    

이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아오모리 탄광에 고인이 되신 내 아버지께서 징용으로 끌려가 갖은 고생을 하셨다. 처참한 땅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죽기를 각오하고 대열에서 탈출하여 오사카로 숨어들다. 오사카에 도착하여 교민들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고 작은 아버지도 만나 3년간 함께 고생하셨다.


아버지는 전쟁 중이라 생활물가가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쌀을 뒷거래했다. 가격이 싼 지방으로 가서 쌀을 구입하여 오사카로 가지고 온 다음 우리 교민들에게 팔았다. 기차가 쌀을 운반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쌀 한 포대를 사서 운반하여 팔면 배가 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루에 한 번만 기차를 이용하여 쌀을 사다 팔면 돈이 모아졌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전쟁의 터널을 걸었다. 살아남으려면 돈이 있어야 했고 돈이 있어야 고국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버지 형제의 아픔이 서린 땅에서 자유로운 몸으로 여행을 만끽하고 다른 나라 관광객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하루를 즐긴다. 형제분이 우리 가족들의 오늘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겠는가? 두 분이 살아계셔서 다하지 못한 그 옛날의 사연을 동행하며 풀어놓으시면 얼마나 좋을까? 이곳 어디쯤에서 그 어려운 시간을 고생하시며 보내셨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오사카는 일본 최대의 상업도시이자 제2의 수도이다. 오사카성 공원 관광, 신사이바시와 도톤보리를 관광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세워진 오사카성에서 시내와 오사카성의 역사를 보고, 천수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우리 민족의 억울한 역사를 더듬어보았다.     

난바역과 신사이바시역 중간 정도에 위치한 도톤보리로 향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 중 하나인데 음식점과 각종 가게들이 많고 과거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수로가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수로 위를 지나가는 유람선 여행에 나선 사람들이 가이드가 안내하는 내용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수많은 인파를 구경하고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은 배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강 주변에 있는 쇼핑거리가 명동 거리를 닮았다. 구석구석 구경하다 도톤보리의 일식집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깔끔하고 정갈한 저녁 식사를 즐겼다. 자유 일정이 있는 날에 취향이 다른 가족들을 위해 2팀으로 나누어 여행하였다. 손자 팀은 오사카 최고의 관광 상품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의 세상을 즐겼다. 모자며 지팡이 등 선물을 안고 호텔로 돌아왔다. 가격이 조금은 비쌌지만 볼거리가 많았다고 자랑한다. 할리우드, 뉴욕, 샌프란시스코, 쥐라기 공원, 유니버설 원더랜드, 라군, 워터월드, 해리포터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종 오락 시설 등 입장하는 순간부터 영화 속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나는 ‘나라’에 있는 사슴공원으로 갔다. 지하철은 급행열차와 보통열차가 있고 같은 곳에서 승차하더라도 방향도 다르고 운행 노선에 따라 열차 색깔도 달라 열차시간과 열차에 적힌 글을 잘 보아야 했다. 열차는 자주 있었고 서울의 모습과 비슷했다. 버스와 택시는 우리와 다르게 반대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고 버스나 택시를 탈 때도 우리와 반대방향에서 승차하기 때문에 헷갈리기도 했다. 버스는 뒷문으로 타고 승차권을 뽑고 내릴 때 운전기사가 요금을 계산하였다. 택시 승하차도 중형차를 타는 곳과 소형차를 타는 곳이 따로 있었다.

동대사 입구에는 1,200여 마리의 사슴이 방목되고 있었으며 관광객들이 과자를 주면 사슴들이 따라다니며 받아먹었다, 배가 부른 사슴 20여 마리가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고, 관광객들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진을 찍는데, 사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롭게 졸고 있다.

사슴공원을 지나 동대사로 갔다. 한국어 해설사가 친절하고 어둔한 한국말로 우리 가족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 동대사는 백제인이 만든 일본 최고의 목조건물로 거대한 부처 동상의 높이가 16.2m로 일본 최대급이다.

다음날은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청수사로 향했다. 청수사는 ‘물이 맑은 절’이라는 뜻이고 780년에 ‘나라’에서 온 승려 엔친이 세운 절인데 본당의 마루는 139개의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고 교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청수사의 맑은 물줄기가 세 갈래로 나오는데 연애, 학문, 건강을 뜻하고 만약 욕심을 내어 세 가지 모두 선택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며 두 가지를 선택하여 마시라고 한다. 이어서 대나무 숲이 우거진 ‘아라시야마’의 명소를 찾았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청량하다. 비가 오는데도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무리 지어 대나무 숲을 걷는다. 대나무 숲은 다른 곳에서도 구경할 수 있지만 비 오는 거리에 줄을 서서 걷는 기분이 묘하다. 지붕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는 대나무들이 쭉쭉 자랐고, 인력거를 탄 관광객들이 대나무 숲길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간다.    


하루 일과가 끝날 무렵, 온천목욕탕으로 향했다. 남탕 안으로 들어서는데 안내하는 할머니가 목욕탕 안까지 따라와 샴푸, 비누, 린스를 일일이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여 주는데 당황스럽기만 하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목욕 용구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노천온천탕 옆에 장식해 놓은 죽림의 정취가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다채롭게 꾸며진 욕탕을 3대가 자리를 옮겨 다니며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 나들이는 음식과 볼거리와 마음이 어우러진 여정이었고 여행 중에 수많은 내 모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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