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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13. 2020

씨앗의 비밀

학자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세계 고고학계를 흥분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집트의 한 무덤에서 원형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미라 한 구가 발견됐다. 학자들을 더욱 흥분시킨 것은 삼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의 손에 쥐어져 있던 곡식 한 줌이었다. 생명의 씨가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와 생명은 강하기 때문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곡식을 땅에 심었다. 삼천 년 동안 미라의 손에 쥐어 있었던 씨앗이 옥토에 뿌려지자 놀랍게도 70%의 씨앗에서 싹이 났다. 적절한 조건에서만 지베렐린이 나와 씨앗이 발아한다. 씨앗의 발아를 조절하는 식물체 내의 호르몬은 크게 지베렐린과 앱시스산이 있다. 지베렐린은 씨앗에 존재하는 단백질, 녹말 분해효소를 활성화시켜 씨앗의 발아와 조직의 생장을 촉진하며 앱시스 산은 씨앗에 불리한 환경이면 이러한 작용을 막는다. 적절한 조건에서만 지베렐린이 나와 씨앗이 발아하고 떡잎이 나온다. 이러한 생명을 이어주는 현상으로 생명의 씨앗이 견뎌내어 메말랐던 땅에도 봄이 오고 초록 세상을 만든다.     


   씨앗 속에는 무궁무진한 기운과 많은 가능성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우리 몸에 좋은 물질이 있고 생존의 필수품이 들어 있다. 씨앗은 최적의 조건이 되어야 싹이 트고 발아조건이 되지 않으면 버티고 참는다. 오랜 시간 기다려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사라지기도 하지만 몇 백 년이 지난 후에도 기회가 되면 놓치지 않고 발아한다. 씨앗의 생명 유효기간은 씨앗마다 다르다. 씨앗이 지나치게 마르면 싹이 나지 못하고, 껍질이 부패해도 씨눈이 상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조건들이 맞지 않으면 죽는다.    


   씨앗의 생명은 껍질에 있지 않고 껍질 속에 있는 씨눈에 있다. 씨눈에 있는 생명의 힘은 놀랍다. 씨앗 안에 있는 생명이 껍질 밖으로 나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열대식물에 비해 온대식물에서 씨앗의 분산이 뛰어나고 일 년생 식물은 여러해살이 식물보다 씨앗의 크기가 작고 씨앗 숫자는 많다. 그러나 포식동물의 눈에 잘 띄는 큰 나무의 경우 씨앗의 크기는 크고 숫자는 적다. 씨앗의 크기는 식물의 수명과 관계가 있다. 수명이 짧은 식물은 작은 씨를 많이 퍼트리고 수명이 긴 나무는 주위 환경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큰 씨를 만든다.     


   버려진 씨앗에도 생명이 있다. 산밭 한쪽에 있는 퇴비장에 호박씨를 버렸는데 싹이 나고, 줄기를 길게 내민다. 심은 것도 아니고,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생각하여 호박씨를 버렸는데 그곳에 생명이 있었다. 함부로 버려진 씨앗들이 경쟁하듯 뿌리를 내리고 주인이 가꾸지 않아도 밤새 내린 비를 맞아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주변을 잘 정리해주고 관심과 사랑을 넣어주었다. 땅에 싹이 솟아나는 곳은 땅 자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밭의 여기저기에 뿌린 씨앗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엄청난 힘으로 싹이 솟아오른다. 씨앗 중에 밀, 벼, 옥수수, 보리, 콩 등이 우리의 식량이고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씨앗의 크기가 작은 참깨, 더덕 씨, 배추 씨 등은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씨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씨앗 속에서 싹을 틔우고 농작물이 되어 많은 양의 씨앗을 주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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