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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11. 2020

땅강아지

우리와 땅강아지는 땅이 터전이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주말농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밭두둑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땅강아지를 만났다. 어두운 땅속에서 눈 대신 더듬이나 온몸의 감각기관으로 살아온 땅강아지가 참으로 반갑다. 어린 시절에는 밤에 땅강아지가 등불 주위에 날아들어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논밭에 농약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좀처럼 땅강아지를 만나기 힘들다.   

  

땅강아지 몸의 길이는 3cm 정도이고, 흑갈색을 띠고, 가슴은 크고 튼튼하여 땅속을 파고 가는데 제격이다. 더듬이는 짧고 마디가 있으며 2개의 홑눈이 있다. 앞다리는 땅을 파기에 좋고 앞날개는 짧고 뒷날개가 크다. 땅강아지는 두더지처럼 땅속에 굴을 파고 다니며 산다. 동작이 아주 빨라 아이들이 잡기가 쉽지 않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면 힘센 두 앞발로 손가락을 불쑥불쑥 밀어낸다. 땅강아지는 땅굴 생활을 하며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거나 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다. 수컷은 땅속에서 ‘비이∼’하는 울음소리를 내고, 암컷은 수컷을 만나면 ‘비이, 비이’ 소리를 낸다. 암컷은 5∼7월에 땅속에 200∼350개의 알을 낳고, 부화 기간은 16∼36일이며 유충은 네 차례 탈피하면 성충이 된다.   

  

내가 어릴 때는 장난감이 부족하여 땅강아지를 가지고 놀았다. 땅강아지를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검정 고무신을 벗어 물을 넣고 그 위에 땅강아지를 놓으면 빙빙 돌며 헤엄을 쳤다. 땅강아지가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여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구경하였다. 큰 물통에 물을 붓고 한쪽 끝에 땅강아지를 놓아주면 활발하게 헤엄쳤다. 땅강아지는 물통 중간쯤에서 되돌아오는 버릇이 있어서, 결국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헤엄만 쳤다. 이런 버릇을 '땅강아지 물 건너기'라고 한다. 끈기가 없고, 분수를 모르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이다. 땅강아지를 가지고 놀다가 잠시 한눈을 팔거나 감시를 소홀히 하면 순식간에 땅속으로 사라질 때도 있었고, 놀다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풀숲에 놓아주면 잘도 도망갔다. 땅강아지는 산골 아이들에게 인기 있던 친구였지만 농부들은 벼, 채소 등의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싫어하였다.   

 

그러나 땅강아지가 마음껏 땅을 파며 사는 세상이 인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땅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먹이사슬로 서로 얽혀 살아가고 있다. 토양생태계는 토양미생물과 선형동물, 땅강아지와 같은 소형 절지동물에다 환형동물인 지렁이에 두더지 같은 작은 척추동물이 살고 있으며 식물이 뿌리를 박고 산다. 각종 농작물이 자라고 수확하여 인간이 먹고사는 것을 보면 우리와 땅강아지는 땅이 터전이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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