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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10. 2020

베트남 사람들

수천 개의 섬이 절경이다

베트남에는 인구의 약 90%가 킨족이다. 나머지는 약 60여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다. 호텔로 가는 도중에 만난 오토바이 물결이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나라였다. 여행객들이 하는 말이 ‘평생 보고 남을 오토바이를 여기서 다 본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2002 월드컵 때 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의 머리만 보였다. 베트남의 교통질서는 엉망이었고 아슬아슬한 운전 모습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을 맞으며 일어났다. 단잠을 자고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하였다. 아침 식사 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닌빈’으로 향했다. 이곳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름다움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닌빈’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으로 산, 논, 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이곳의 매력은 ‘삼판’이라는 나룻배를 타고 운하를 따라가며 관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공의 안내대로 유유자적하게 ‘삼판’을 타고 있으면 푸른 벼가 자라는 논밭과 드문드문 보이는 민가, 그리고 한가로이 농사를 짓는 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골 풍경의 멋스러움에 한껏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절경을 사진 속에 담느라 노를 젓는 여인의 땀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 ‘삼판’이라 불리는 야자로 만든 조그만 배가 수로에 가득하다. 사공이 긴 장대로 뒤에서 밀며 땀꼭 계곡의 긴 수로를 지난다. 젊은 여자 사공이 젓는 배가 수면 위를 부드럽게 헤쳐 간다. 멋진 정경이 보이고 한 폭의 산수화가 파란 하늘에 걸려 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씨클로’를 타고 재래시장 구경을 다녔다. 수많은 차와 인파, 오토바이의 물결 속을 헤치고 무질서한 도로를 부드럽게 천천히 달렸다. 직진 신호에 좌회전을 허용하는 나라. 사람과 오토바이와 차가 온통 한데 섞인 북새통 속에서도 곡예하듯 이리저리 복잡한 하노이 시내를 잘도 누빈다. 한 시간 정도, 시장 거리, 철공소 거리 등 구석구석을 다닌다. 아슬아슬하게 오토바이와 스칠 듯 말 듯하여 비명을 지른다. 운전하는 ‘씨클로’ 기사는 여유를 가지고 웃음을 선사한다.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는 한자로 된 비석들이 줄지어 있는 곳을 찾았다. 거북이 등에 물개 머리를 한 것도 있다. 이 머리를 매만지며 자녀들의 입신양명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고, 얼마나 매만졌는지 반들반들하다. 그날 저녁 하노이의 명물이자 세계 인형극 대회에서 1위를 한 경력이 있다는 수상인형극을 관람하였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푹푹 찌고 손부채질을 하면서 관람하였다. 외국인 관람객들이 대다수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베트남어로 진행되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물 위에서 인형이 움직이고 연극이 1시간 동안 이어지는 동안 조금씩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호찌민 묘를 찾았다. 월, 금에는 개장하지 않고 평일에도 11시까지만 개장한다. 마침 비가 와서 베트남인들과 외국인이 뒤섞여 줄을 서고 있다. 긴 줄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것을 보면 더운 지방에 왔음이 실감 난다. 비옷을 입고, 가방이며 카메라를 모두 가이드에게 맡기고, 간단한 복장으로 검사대를 거친다. ‘호찌민’ 묘에는 망자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소매 없는 나시를 입어서도 안 되고, 대화를 나누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면 어김없이 군인들이 제지한다. 은은한 불빛을 받으며 마치 인형처럼 조용히 누워 있는 그의 모습에서 민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호찌민 시신을 대하게 되었다.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1~2분으로 끝난다. 그의 유언대로 화장하지 않은 채, 이렇게 몇 촉짜리 백열등 아래서 평안히 쉬지 못하는 것이 과연 그를 존경하는 표시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호찌민 묘를 나오니 노란색으로 지어진 예쁜 대통령궁이 보였다. 프랑스 통치 시절 총독이 기거하던 장소다. 베트남에서는 노란색이 화합과 권위를 상징하기 때문에 중요 건물이 노란색이다. 베트남 국기도 붉은 바탕에 노란 별로 이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길을 따라가니 호찌민의 생가가 나왔다. 그의 집무실에는 그가 생전에 쓰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방인에게는 큰 의미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사뭇 진지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생가를 돌아 나오니 하나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일주사가 나왔다.     

전설에 의하면 황제가 자손이 없었는데, 꿈에 부처님이 연꽃을 타고 나타나 사내아이를 주었고, 평민 처녀와 결혼하여 후사를 얻은 것을 기념하여지었다고 한다. 주위에는 연꽃이 가득하고 이 절도 연꽃을 형상화하였다. 처음에는 나무로 기둥이 되어 있었지만 잦은 전쟁과 화재로 인해 지금은 하얀 콘크리트로 대신한다. 독특한 양식에 하얀 기둥이 흉물로 보인다. 뒤에는 호찌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한 현대식 호찌민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안에는 호찌민의 동상이 반기고 있고, 그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역사와 현대미술품도 전시되고 있다. 베트남 박물관에서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하려면 더 많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베트남은 열대과일의 천국이다. 코코넛, 망고, 두리안, 람부탄, 망고스틴, 파파야. 그밖에 이름 모를 과일들 모두 맛있다. 게다가 값이 싸서 1달러에 한 보따리씩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과일들이라 많이 사 먹고 싶지만, 탈이 날까 참아야 했다.     


다음 여행지인 하롱베이로 향했다. 차와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하노이를 벗어나 베트남 시골의 정취가 있다. 북부 베트남 삼각주 델타 지대의 젖줄인 붉은빛을 띤 홍강을 건너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논과 밭으로 끝이 없는 지평선이 펼쳐졌다. 말이 고속도로지 우리나라 시골길만도 못하였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지나가고 느릿느릿 도로를 가로지르는 소 떼도 몇 번 만났다. 그러면 차들이 알아서 피해 간다.     

뜨거운 태양이 따가운 들판에 논이라 불리는 삼각 모자를 쓴 베트남 여인들이 모를 심고 물을 퍼내며, 소를 몰고 밭을 갈면서 일을 하고 있다. 20세도 채 안 되는 어린 소녀도 많다. 우리 농촌에 종종 걸려 있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의 당사자들이 이들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농사를 지었기에 우리나라 시골에 와서 적응을 잘하며 산다고 한다. 농촌에 있는 집들 옆에는 어김없이 연못이 있고 오리들이 물장구치고 있다. 건기에 대비해서 물을 비축해 놓은 것이다. 도로변에 줄지어 선 농가의 살림살이와 드넓은 들판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보인다.     


3시간 30분 이상을 달려 하롱베이에 도착하였다. 멀리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 문화유산으로 3,000여 개의 섬들이 마치 병풍 속 산수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천하의 절경이다. 대한항공의 CF로 유명한 하롱베이 입구의 섬 서너 개가 통째로 잘리고 파헤쳐지고 있다. 석회석 채취를 위해서 경관이 뛰어난 산을 아예 통째로 파내어 없애버리는 현장이다. 게다가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도 한창이다. 배를 타면서 선박 위에서 이 섬 저 섬을 구경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줄이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섬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kiss 하는 섬’이다. 섬을 이루는 2개의 거대한 바위가 소위 말하는 "kiss"하는 자세로 서로 맞닿아 있는데 사진 찍기에도 배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어느 섬에 머물러 석회동굴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석순, 석주, 종유석들로 가득하고, 각기 특이한 모양이다. ‘하롱베이’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티톱섬’으로 향했다. 전망대까지는 약 20분 정도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하였다. 중간 쉼터에서 바라보는 하롱베이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비경이다. 드디어 티톱섬의 정상 전망대에 올랐다. 베트남의 국기 금성홍기가 펄럭이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 바라보이는 전망은 정말 신들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섬 밑에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그림같이 아담한 해변이 있고, 야자 잎으로 엮어 만든 파라솔 밑에서 가족 단위로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경관을 즐기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점점이 떠 있는 수천 개의 섬. 그 사이를 유유히 오가는 갖가지 모양의 배. 말할 수 없는 절경이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함성을 토해냈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선상에서 먹던 점심은 별미였고, 지금도 다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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