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문식 Oct 10. 2020

다시 가고 싶은 계림

양삭은 각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이다

더위가 한창일 무렵, 계림행 비행기를 타고 약 3시간 30분을 날아갔다. 중국 남쪽의 계림은 더웠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계산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광서장족자치구 동북부에 위치한 인구 38만여 명의 지방 도시로 가을이 되면 거리에 계수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라고 계림이다. 계림은 매년 음력 8월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시작하면 계수나무 꽃이 활짝 피면서 그 향기가 사방에 퍼진다. 그래서 桂林山水甲天下계림의 산수가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시내의 산과 명승지를 찾았다. 상비산은 옥황상제와 싸운 코끼리가 그대로 굳어진 산으로 코끼리 모양을 닮았다. 상비산의 모습이 코끼리의 코와 같아서 명소다. 날씨도 좋고 관광객도 많다. 복파산의 북쪽으로 5~6분 걸어간 곳에 첩채산이 있다. 다음 관광지는 복파산이다. 독수봉의 동쪽 이강의 기슭에서 가장 높다. 서쪽 길에서 277개의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도시의 동쪽으로 이강이 감쌀 듯이 흐르면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어서 은자암으로 향했다. 은자암은 계림에서 85km, 양삭에서 3km 떨어진 여포현 마령진에 위치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천연 분재 화분과 같고, 주위에 있는 산에 둘러싸여 산에는 복숭아나무가 숲을 이루고, 사계절 내내 풍성한 열매가 맺는다.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인 양삭으로 향했다. 유럽 어느 구석 같은 분위기다. 양삭은 2,0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여행객들로 만원이다. 1km가 안 되는 서가는 조각조각 맞춘 석판의 거리가 S자형으로 구불구불하며, 거리 양편으로 여행객들을 위한 각종 기념품이 가득하다. 양삭의 서가는 중국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거리다. 매년 이곳에 머무르는 외국인 여행객의 수는 이곳 주민의 3배 정도 된다.     

이곳은 중국 최대의 외국인 거리이면서 국제결혼의 비율도 중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관광학계 전문가나 학자들은 양삭을 중국의 ‘지구촌’이라고 한다. 서가의 호텔이나 음식점, 인터넷 카페, 바 등은 중국과 서양의 양식이 합쳐진 것으로 거의 모든 간판이 중국어와 영어가 함께 쓰이며, 상점의 주인에서부터 종업원, 노점상의 아주머니들도 간단한 영어를 한다. 이곳에서 기념으로 도장을 하나 새겼다. 옥으로 된 도장인데 우리 돈 1만 원이며 짧은 시간에 음각으로 만들었다.     


지하 암반천에서 풍어가 많이 서식한다는 풍어암을 찾았다. 아시아 최대 동굴인 풍어암의 총길이는 약 8km이다. 풍어암의 첫 부분은 육로관광 2km, 다음은 배를 타고 3.3km 관광 후, 궤도 열차를 타고 1.8km 노정의 전원 경치를 관광하였다. 지하 암반천 양안의 풍경은 그야말로 기이하고 자극적이며, 배를 타고 유람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신비한 지하 암반천이다.     


용승으로 가는 길에 요족 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여자들의 긴 머리와 검고도 윤기 나는 긴 머리가 이색적이다. 요족 여성은 13살부터 머리를 기른다. 일생에서 16살에 한번 머리를 자르는 데 그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표식이다. 그 후로는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 머리가 사람의 피의 결정체라고 인정하고 여자의 머리는 생명의 상징이라고 여긴다. 여성들의 머리를 보면 원형으로 얹은 것은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것이고, 앞에 머리숱을 드리운 것은 결혼 후 어린애가 있다는 것이고, 둥근 형으로 얹고 수건으로 싼 것은 미혼여성이다. 특이한 초약에 쌀 씻은 물과 마을을 흘러 지나는 맑은 물로 머리를 감아 그들의 머리가 검고 길다고 한다. 머리 모양과 은장식과 손으로 수놓은 복장이 이들의 상징이다. 

몸에 맞는 붉은색 자수 복장에 공작새가 깃을 편 것 같은 주름치마에 넓은 꽃띠를 짧게 맨 처녀들이 밝은 웃음을 머금고 손질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들의 손님맞이 행사가 더 흥미로웠다. 관광객들을 몇 명 불러내어 결혼식 행사를 한다. 요족 민속을 가요와 춤으로 표현하는 가무를 즐긴다. 이곳에서 만난 유럽 관광객들의 여유 있는 모습과 캠코더를 모두 가지고 있어 문화의 이질감을 볼 수 있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미소를 카메라 속에 간직하고 다음 여행지로 발을 옮겼다.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이동하여 용승에 도착하였다. 호텔 시설도 좋고, 산속 노천욕 시설도 시원하고 휴양지로 그만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더운 여름에 무슨 온천욕이냐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시원하고 모기도 없고 공기도 맑아서 찬물로 목욕을 할 수 없었다. 모처럼 온천물로 가득한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옛날에 잘하던 수영 실력은 다 어디로 갔는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음을 다시 확인하는 하루였다.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만났다. 계단 논은 묘, 요, 장족 등의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용승각족자치현이다. 계림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134km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가니 계단 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 입구와 계단 논과 소수민족의 가옥이 눈에 들어온다. 노약자를 위한 대나무 가마가 있고, 산에 오르내리는데 필요한 경비는 우리 돈으로 2만 원이다. 주변 산에는 계단식 논이 있다. 우리나라 녹차밭 같은 느낌을 준다. 멀리 그들이 사는 가옥이 보인다. 그들의 목조 가옥과 계단식 논이 인상적이다. 내려오는 길도 가마꾼의 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미안하다면서 함께 걷는다고 한다. 오후에는 관음동굴을 탐사했는데 예술이다. 무려 4km 길이의 관음동굴은 굴 안에 기차도 다니고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코스도 있어 재미를 더 한다. 관음동굴은 멀리서 보이는 모양이 '관'을 쓴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계림 최대의 종유석 동굴로, 카르스트 지형과 혼재되어 있다. 정문에서는 계림지역의 소수민족이 관음동굴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물을 뿌려주며 환영 노래를 불러준다. 동굴 안에 넓게 분포한 종유석과 석순의 형상은 천태만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으로 하여 대자연의 궁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곳의 자랑거리로 여기는 이강 유람에 나섰다. 이별의 강이라는 ‘이강’의 물 위에서 배를 타고 산천을 보니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이강은 총 400여 km나 된다. 유람선이 줄지어 떠나는 모습도 장관이다. 강 양편을 지키고 선 3만 6,000개의 봉우리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풍광이 수려하다. 칠성암 공원은 공원 안에 바위산과 레스토랑, 롤러 스케이트장 등이 있다. 공원에서 칠성암의 종유동이 특이하다. 약 1km의 동굴을 30분 정도 돌아보았다. 적, 청, 녹색의 불빛에 종유석이 신기하다. 이어서 리프트를 타고 요산의 정상에 올라 산 위에서 보이는 풍경화 같은 계림 절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케이블카로 왕복하는 재미와 정산에서 상인들과 물건값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다. 언제 찍었는지 리프트 타고 올라오는 모습을 찍어 우리 돈 2,000원에 팔고 있다. 우리도 기념으로 한 장 샀다. 은빛 나는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면서 주변의 수림들을 감상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자극적인 체험이다.     

다음 관광지는 동물원이다. 유난히 더운 날씨에 넓은 동물원을 구경하기에는 무리였다. 계림 시내 입구에 자리 잡은 웅호 산장에는 많은 곰과 호랑이가 살고 있다. 각종 동물 쇼가 이색적이다. 울안에 풀어놓은 소를 호랑이가 잡아먹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호랑이가 번개같이 소의 목덜미를 물었다. 소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물고 있던 호랑이는 조련사의 경운기가 들어가자 도망갔다. 저녁에는 발레와 서커스를 만났다. 전통춤과 서커스를 약 1시간 정도 관람했다. 


귀국하기 위하여 계림 공항으로 향했다. 1주일 동안 우리를 안내하여 주었던 가이드의 얼굴에 서운한 표정이 드러났다. 나는 그녀에게 부자가 되라고 하였다. 조선족이라는 그녀는 우리를 만나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면서 미소를 주고 떠났다.


작가의 이전글 갑질 문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