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성장 엔진이라 불리는 중국의 베이징에서 역사 탐방을 나섰다. 중국의 거리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자전거의 행렬이 승용차의 물결로 바뀌었다. 계획된 건물의 질서는 성장의 속도를 말한다. 내부순환도로 주변에 보이는 끝없는 빌딩들, 언제나 밀리는 차량 행렬, 여전히 많은 사람들. 역동적으로 번영하는 중국의 겉모습이다. 심각한 환경문제가 숨어 있고, 특히 겨울에는 살인적인 스모그가 중국을 위협한다. 많은 공장에서 연기를 뿜어 대고, 수많은 자동차가 매연을 토해내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중국은 초고속 경제성장을 하면서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찬란한 문화유산이 대기 오염으로 덮여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북경에는 눈 닿는 곳마다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만리장성에 올랐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 현장이다. 중국 역대 왕조들이 북방 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세운 방어용 성벽이다. 이 성벽을 만들 때, 시멘트가 없어서 석회를 반죽하고 수수 가루를 섞어 아교처럼 사용하여 벽돌을 붙였다고 한다. 연장 길이가 약 5,000㎞ 이상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군사적 방어선이자 문화적 경계이다. 그 규모와 기상이 놀랍다. 노력과 비용에 비해서 방어벽으로서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만리장성은 중국을 대표하는 명물로 세계 7대 불가사의이다. 관리가 부실하여 주민들이 벽돌을 빼내 자기 집을 짓는 데 사용한 곳도 있다.
금면왕조를 관람하였다. 뮤지컬 ‘금면 왕조’의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5만 원이다. 한국 사람들로 만원이다.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 북경의 밤에 대형 뮤지컬을 관람한다. 중국 전통의 무용, 의상, 장엄하고 다양한 전통음악, 다양한 가무를 통하여 찬란한 문화를 접한다. 금면왕조는 화교들의 자금으로 건설한 화교단지에서 공연하는 일종의 뮤지컬이다. 중국 고대 신화 속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중국 고대 신화의 전쟁, 상전, 위조, 경축, 달빛, 홍수, 제사, 환화 등 8개 단계를 빌어 전쟁 속에서 만들어낸 사랑을 볼 수 있다. 이 뮤지컬의 내용은 한 소녀가 책을 읽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 이야기이다. 남면 왕과 금면 여왕은 전쟁을 치르게 되고 금면 여왕은 남면 왕을 이기고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전쟁 후, 금면 여왕은 포로가 된 남면 왕과 그 부하들을 위해 축제를 열어주고 결국 두 왕은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시기한 하늘이 홍수를 내려 금면왕조는 멸망의 위기를 맞고 금면 여왕은 스스로 돌이 되어 홍수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죽는다. 남면 왕과 백성들 앞에 금빛 태양새로 변한 금면 여왕이 나타나 금면 왕조의 번영을 지켜준다. 공연 내내 자유롭게 움직이는 무대와 실내에서 수백 톤의 물이 나오고 홍수가 나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이화원의 인파 속에서 사람들부터 구경하였다. 이화원 관람을 원하는 관람객이 연휴에는 80만 명이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입장을 통제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날은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어 8만 명을 넘었다. 역사가 살아서 그 후손들에게 돈을 벌어주고 있다. 이화원은 북쪽의 만수산과 남쪽의 곤명호로 이루어져 있다. 총면적은 약 3.7km로서 4분의 3을 수면이 차지하고 있다. 만수산은 본래 옹산이라 하였다. 남쪽의 곤명호는 본래 ‘서호’라 하였으나 건륭 15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고쳤다. 서쪽에 서태후가 거처하던 낙수당이 있고 그 당전은 큰 암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낙수당에서 서쪽으로 장랑이 있고 동쪽의 격월문에서 서쪽의 석장정까지 728m이다. 1998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완전한 형태로 잘 유지된 황족 정원이며 서태후의 여름 별장으로 더 유명하다. 이화원은 살아 있는 중국의 역사다.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을 거닐었다. 천안문 광장은 8세기 이상의 역사를 고수해 온 장소다. 1651년에 지어져 중국의 역사를 지켜본 곳이다. 이곳은 중국 최대 규모의 광장이며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로 중국 역사의 주요 무대가 되었다. 겉모습과 양적으로 세계 강국임은 틀림없지만 천안문 사건에서 말하듯 정신적인 민주화는 더디다. 중국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 상태로 외적으론 민주화, 내적으론 공산화에 있다. 천안문의 진압은 보다 효율적인 사회의 통제를 가져왔고 밀어붙이기식 경제 발전은 그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북경을 발전시켰다. 천안문에 걸린 모택동 초상은 위압감과 묘한 느낌을 준다. 매년 초상화를 업데이트하고 기존 그림은 경매로 처분한다.
자금성은 1406∼1420년에 준공된 명·청대의 궁전이다. 중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금성은 세계 최대의 궁전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는 중국의 자존심이다. 명·청대의 황제 24명이 거쳐 간 유서 깊은 곳으로 넓이가 어마어마하다. 1987년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황금빛 지붕 아래 붉은 벽을 따라 무려 9,999칸의 궁실을 품고 있다. 황제가 국가적인 의식을 하던 외조와 일상생활을 하던 내정이 있다.
오문과 태화문을 지나면 흔히 3전이라 부르는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이 나타난다. 3전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금성의 내정에 이르게 되고 이곳에는 건천궁, 교태전, 곤녕궁 등이 있으며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동육궁과 서육궁이 자리 잡고 있다. 방어의 목적으로 궁전 밖에는 10m의 담이 있는데 사방에는 성루가 있고 밖에는 호성강이 흐른다. 가로질러 가는 데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북경 수도박물관 전시관에 들어갔다. 기존 공묘 안에 자리하고 있던 수도박물관이 2001년부터 신축공사를 시작해 2006년 초 새롭게 단장된 초현대식 건물로 개관했다. 세련되고, 특색 있는 건물 외관과 깔끔하게 장식된 내부 장식이 눈길을 끌며 기존 전시물을 보충하여 더욱 풍부해진 전시 내용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규모를 갖춘 박물관은 입구 왼쪽 종모양의 원형전시실과 오른쪽의 유리로 꾸며진 일반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왼편 전시관에는 주로 미술, 회화, 서예 등 예술 분야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오른편에는 역사 유물, 건축물, 옛 북경 문화 등 주제별 전시관이 있다. 유물마다 중국어와 영어로 자세한 설명이 있어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관광지이다. 대만에는 중국의 알짜 유물이 많이 있다. 유물이 너무 많아 전시를 다 못 하고 있다. 이곳에는 대만보다 질이 떨어지는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중국의 아픈 역사가 여기에 진열되어 있다.
왕부정 거리에서 인파 속에 합류했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로 시 동편에 길게 늘어선 상가 거리다. 이곳은 일찍이 황실의 저택이 있던 곳으로, 황실의 우물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따서 왕부정이라 불리게 되었다. 북경 속의 왕부정은 황실 우물과 황실 저택 등의 불빛으로 화려하다. 북경 최대 번화가로 우리나라 명동 거리와 비슷하다. 쇼핑 천국, 음식 천국에서 군것질하며 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걸어본다. 사람 구경, 건물 구경이다. 명품들은 값이 너무 비싸다. 가격 면에서 우리나라 백화점과 비슷하다. 우리는 마음껏 쇼핑하고, 색다른 대추를 한 봉투 사서 호텔로 가지고 왔다. 그 대추를 안주 삼아 한잔하는 것으로 베이징의 밤은 저물어 갔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베이징에 다시 들어와 거리를 거닐고 싶다. 아침에는 호반을 거닐며 올라오는 물안개를 보고, 한낮에는 거리를 거닐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멍하니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내 삶의 터전을 벗어나 남의 삶을 바라보면,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넌지시 엿볼 수도 있다. 그들의 저력이 다시 보고 싶어 지면 다시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