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해발 700m에 하늘 아래 첫 동네가 있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라는 산촌마을이다. 마을 남쪽엔 설총과 율곡 선생이 공부한 해발 1,322m의 노추산이 있다. 노나라의 대표적인 인물인 공자와 추나라의 대표적인 인물인 맹자의 뜻을 기려 ‘노추산’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모정탑이 있다. 모정탑은 '차옥순'이라는 분이 자식과 가정을 위해 헌신적으로 평생 돌탑을 쌓았다고 하여 불러지는 이름이다. 이 사람은 서울 사람으로 스물셋의 나이에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갔다. 슬하에 4남매를 두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아들 둘을 잃었고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우환을 없앨 방법으로 돌탑을 쌓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돌탑을 쌓을 명소를 찾아다니다가 율곡의 정기가 살아 있는 노추산 자락을 발견하였다. 혼자 몸으로 1986년부터 26년 동안 3,000개의 돌탑을 완성하였다. 돌탑을 완성하고 2011년 8월 29일 68세에 사망하였다. 그 후 이곳은 관광 명소가 되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녀는 26년 동안 세상을 등지고 가족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3,000개의 돌탑을 쌓았다. 돌 하나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맞춰보기를 수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모진 삶으로 청춘을 바쳤다. 낮에는 날짐승과 해님을 벗 삼고, 밤에는 별을 보고 밤하늘에 그리움을 그렸다. 움막 주변에는 1∼2m 크기의 수많은 돌탑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숲과 돌탑과 개울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그 많은 돌탑을 완성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렀을까?
이처럼 특별한 사연을 안고 돌탑을 쌓는다. 천년 비바람에 견딜 탑을 마음으로 쌓는다. 진실한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의 탑을 쌓는다. 바람이 불어도 정성으로 탑을 쌓는다. 끝없는 하늘을 향해 마음으로 쌓는다. 공허한 마음이 들어도 간절한 소망을 모아 탑을 쌓는다.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돌 하나하나로 탑을 쌓는다. 돌만 쌓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쌓는다.
나는 탑을 쌓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어쩌면 글은 내 삶이 준 선물이다. 글을 쓸 때는 항상 내가 주인공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만의 소원이 있으면 돌탑을 쌓지만 나는 어딘지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글을 쓴다.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외부로 드러내는 부끄러움과 뻔뻔한 행위이다.
내가 쓴 글들이 낮게 평가되고 외딴곳에 숨겨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 나의 글들이 받을 냉엄한 현실이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은 사연을 언제든지 글로 표현하고 싶다.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그 사람들이 내 글의 어떤 부분에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 사람들을 끌어당겼을까?
인터넷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작가와 독자 간의 관계를 맺는다. 어쩌면 나에게 관심을 준 것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주고받기 위한 소통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내 책과 내 글을 보아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고마울 뿐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기다리며 또 새로운 글을 쓴다.
글은 마음으로 쓴다. 마음속으로 온갖 이야기를 가다듬는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을 때에는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다. 마음으로 씨앗 한 알 쌓고, 마음으로 열매 한 알 쌓는다. 글 한 줄 쌓는데 하루가 거릴 때도 있다. 대장간의 무쇠덩이가 연장으로 변신하듯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오로지 자신과의 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