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라

일본의 사례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보완해 줄 것이다

by 명문식

UN의 초고령사회 기준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대비 20%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일본은 2018년에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변화와 대응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일본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리 앞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취업자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고,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시간제다.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건강진단, 관리, 의료기기 등의 산업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로 재정 적자가 확대되어 공적 연금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앞으로 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현행 최고 70세에서 75세까지로 늦춰진다. 법 개정에 따라 2022년 4월부터는 60세에서 75세 사이, 원하는 시기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인구 구조 측면에서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눈앞에 다가온 현안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탓에 재원 부족으로 지급액이 줄어들고, 지급 시기를 늦추는 일본의 공적 연금 개편 방향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의료기술과 건강 관련 산업을 집중하여 육성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으로 일본 정부의 실상이 잘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접종 진행속도가 왜 그렇게 느린지 궁금해했다.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공언하고도 1회 이상 접종자 수가 많아지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초고령사회라는 일본 사회의 특징이 있었다. 접종 장소에서 접종을 받으려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노인들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일본은 인구의 30%가 65세 이상이므로 정책의 실행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노인들이 많았고, 집에 컴퓨터가 없는 분들도 있었다.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판이나 화면의 글자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시각이나 청각 장애가 있는 분도 많았다.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이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 겪게 되는 일이다.


노인들이 국내 검증 없이 서구에서 수입된 백신 제품을 그냥 바로 접종하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는 취약성과 맞물려 있었다. 고령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부작용 발생 확률도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고령자가 더 높기 때문이다. 많은 노인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아예 바깥출입을 삼갔다.


행정 시스템의 문제도 한몫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이 없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 카드가 없는 사람이 인구의 3분의 2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얼굴 사진과 지문 정보가 전산 관리되는 주민등록증이 있고, 개인마다 소지한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시청에서 주민들의 주소지로 ‘접종권’을 우편 발송하고 접종권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접종해주었다. 그래서 접종 진행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의 안면 정보와 지문 정보, 개인 정보들을 국가가 전산 관리하는 나라들이 별로 없다. 일본, 영국, 미국 등 선진국들은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없다. 영국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해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자기 주소지 정보를 밝히지 않는 한, 누가 어디 사는지 찾아내기도 어렵다. 서방 국가들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증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것은 기술이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나친 정보 집중과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라든가 개인 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다.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그동안 익숙했던 풍경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20여 년 앞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는 ‘편의점 난민’이라는 말이 있다. 편의점 난민이란 쉽게 말해 편의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걸어서 쉽게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으면 ‘편의점 시민’이고, 그렇지 못하면 ‘편의점 난민’이다.


앞으로 닥쳐올 심각한 간호 인력 부족 문제에 대비해 일본 정부는 간호 인력으로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 많아지고 그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당면 과제들을 일본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주목받고 있다. 노인시설의 치매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예쁘게 화장해주는 화장품 회사가 있고, 할머니 고객의 안전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늦춰주는 백화점도 있다. 고령자 병간호센터를 두는 ‘케어 편의점’이 생겼다.


고독사가 늘자 ‘고독사 보험’이 생기고, 빈집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회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어떤 경비회사는 출장 직원이 전구를 갈아주는 등의 가사 대행 서비스까지 해준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온천 여행을 도와주는 ‘travel helper’가 등장하고, 시내 러브호텔은 노인 고객들을 위해 계단에 난간을 설치하고, TV 리모컨 버튼도 글자가 잘 보이는 큼지막한 것으로 교체한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는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 노인들에게 노년기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초고령사회 일본이 고령자들의 경제활동을 위한 법률을 어떻게 수립해 적용하고 있는지, 공공과 민간에서 고령자 고용을 지원하는 체계와 역할을 일본의 예를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상황을 예측하고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