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정밭

산밭에서 어린 시절을 찾았다

by 명문식
산자락 옆, 묵정밭에 하얀 망초꽃이 무리 지어 서 있다.


그 꽃들은 땡볕에 살을 비비고 버티며 하얗게 피었다.

밭주인이 떠난 후에 밭도 산이 되었다.

떠난 주인이 금방이라도 발자국 소리를 내며 돌아올 것 같다.


호미와 삽을 들고 올까 봐 무심한 작은 산새들이 숨어들고 있다.

한가로운 대낮인데도 묵정밭은 그날처럼 갈아엎을 정 많은 새 주인을 기다린다.

풀 냄새를 좋아하고 손으로 흙을 뒤집어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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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온갖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묵정밭에는 뒷산 뻐꾸기 우는 고향 하늘이 있고,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이 남아 있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신 우리 선조들의 옛이야기가 있다.

아득히 내려오는 신기한 인연도 있다.


묵정밭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은 손이 닿지 않아 못 긁은 등처럼 어린 시절이 가렵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긴긴 뙤약볕에 이 묵정밭을 매시랴 떨어지는 땀을 손등으로 씻고, 무딘 호미 한 자루 들고 계셨다.

이 밭에 흘리신 땀이 자라 청초함이 스며든 하얀 망초꽃이 피었다.


아버지들은 밭 근처에서 지게 끝이 넘을까 말까 하게 쇠꼴을 한 짐 베어 오셨다.

그 풀을 소에게 먹이로 주고, 물 한 바가지로 목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