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천년을 주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시간 속에 사는 우리에게 ‘시간의 의미’는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다. 인류는 문명을 이루면서부터 시간의 흐름에 적응하고자 노력하였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같게 주어졌고, 태양과 지구와 달의 천체 운동 속에서 일정하고도 규칙적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시간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목적으로 소비하는가에 따라 시간의 가치가 달라진다.
‘촌음 약세’란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일 년 같다는 뜻으로, 간절하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심정을 이르는 말이다. 어느 사형수가 겪은 ‘마지막 5분’의 이야기에서 촌음 약세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 있다. 28세의 이 사형수는 마지막 5분이 너무도 소중하였다. 그 사형수는 고민 끝에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 기도를 하는데 2분, 하나님께 감사하고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 마디씩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2분, 나머지 1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최후의 순간까지 있게 해 준 땅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삼키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작별 인사와 기도를 하는데 벌써 2분이 지나 버렸다.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돌이켜 보려는 순간이었다. ‘이제 3분 후면 내 인생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28년이란 세월을 아껴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다시 한번 인생을 더 살 수만 있다면’ 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기적적으로 사형집행 중지 명령이 내려와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풀려 난 그는 사형집행 직전에 주어졌던 그 5분간의 시간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마지막 순간처럼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 결과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영원한 만남’ 등 수많은 불후의 명작을 발표하였다. 그가 바로 ‘도스토옙스키’이다.
5분보다 너무도 긴 '천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이가 백 살이 넘은 임금이 있었다. 그는 자식을 백 명이나 두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 임금이 죽음을 맞이하여 저승사자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이제 저와 같이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임금은 지금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승사자에게 통사정하였다.
“나를 대신해 아들 중 한 명을 데려갈 수는 없겠소? 난 아직 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소. 나라의 일을 보살피느라 너무 바빠서.”
저승사자는 그가 하도 측은하여 이렇게 말했다.
“좋소. 아들 중에 대신 죽겠다는 자가 있어야 하오.”
그러나 아들 중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막내아들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제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죽겠습니다.”
막내아들이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뒤, 다시 백 년이 흘러 저승사자가 왕에게 찾아올 때마다 매번 아들 하나가 대신 목숨을 바쳤고 왕은 살아남았다. 그가 천 살이 되었을 때, 저승사자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도 다른 아들을 데려갈까요?”
그러나 왕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요. 이젠 천년이 지나더라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백 년의 시간이 열 번이나 계속 이어졌지만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소. 나는 삶을 낭비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오. 이제 시간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소.”
5분과 천년이라는 이야기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를 말한다.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었던 날이 오늘이라는 것을 마음속에 담아 내일을 기약하라는 뜻이다. 시간은 쪼개어 쓰면 쓸수록 5분을 몇 년으로 늘릴 수 있다. 천년을 주어도 1년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1년을 살아도 천년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을 쓰는 방법이나 요령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길지만, 세상에서 가장 짧을 때도 있다. 활동하는 시간은 살아있는 시간이고, 나태한 시간은 죽은 시간이다. 사람이 많이 움직일수록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인간은 시간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현대 문명의 저변에 최대치의 생산력을 뽑아내려는 시간의 요구가 저변에 깔려 있다. 현대 문명의 풍요를 누리기 위해, 사람들은 초 단위,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인간을 통제한다. 그러나 세상의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눈앞의 사물에서 나온 빛은 바로 망막에 도달하기 때문에 시차를 느끼지 못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시간이 존재한다. 연, 월, 일, 시, 분, 초로 시간을 나눈 것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눈 것도 인간이다. 인간은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생이 짧다고 말하는 것도 굳어진 시간의 족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