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와 허수아비

허수아비가 밭작물을 지키고 있다.

by 명문식

도심 근교에 각종 채소를 가꾸는 밭이 있다. 그곳의 맨 윗부분에 고구마를 심었다. 문제는 작년부터 고라니가 탐을 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내려와 순을 잘라먹는 일이 생겼다. 결국 작년에는 고구마 농사를 망쳤다. 올해는 어떻게든지 고라니를 물리치려고 연구하였다. 밭 전체를 그물로 울타리를 치고 고구마밭만 별도로 더 튼튼하게 방어망을 쳤다. 고구마를 심고 한 달이 지날 무렵 드디어 고라니의 침입이 시작되었고 고구마 순을 일부분 뜯어먹었다. 침입을 막는 방법으로 가시가 많은 나무를 구해 그물과 함께 울타리를 보완하고 그물도 튼튼하게 보수했다.


또 1주일이 지난 후에 가보니 고라니가 밭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습격한 흔적으로 그물 밑에 구덩이를 파고, 그물은 느슨해졌다. 고라니가 그물 밑으로 땅을 파지 못하고 그물 옆으로 깊숙이 판 것을 보니 고라니의 지능지수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고라니와 신경전은 계속되었다. 그물 중간에 못을 매단 깡통을 2개씩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어 매달았더니 바람이 불 때마다 ‘쨍그랑 쨍그랑’ 소리가 났다. 그래도 불안하여 이번에는 밭 가운데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기로 했다. 나무 그늘이 있는 쉼터에서 허수아비를 만들려고 긴 막대로 두 팔을 만들고 머리는 비닐을 뭉쳐 만들고 모자를 씌울 무렵, 근처에 있는 까치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대략 6마리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깍 깍’ 소리를 지르면 다른 숲 속에 있던 까치까지 모여 10마리 정도가 소리를 질렀다. 이상한 것을 만든다고 그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당황스러웠다. 관여하지 않고 허수아비에 옷을 입히고 장갑을 끼우고 세웠다. 까치들은 더 야단이었다. 허수아비를 밭 중앙에 세울 무렵 까치들은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밭 가운데에 서 있는 허수아비는 두 팔 겨드랑이 사이로 더운 마파람이 웃음을 불어넣는다. 팔 끝에 매달린 하얀 장갑이 흔들릴 때마다 빛바랜 손짓을 한다. 흔들리는 옷자락이 푸른 하늘에 둥실 떠가는 구름처럼 여유롭다. 허수아비가 쓰고 있는 모자는 부는 바람에 흔들리며 화답한다.


시간이 지난 후에 밭에 가보니, 이제는 그들이 오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고라니와 까치와 꿩까지 이 밭에 드나들어 손해를 입혔다. 그러나 올해는 허수아비가 제 몫을 잘하고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