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내 고립·은둔 청년의 수는 54만 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약 7조 원에 이른다. 은둔을 시작하는 시기는 주로 20대(60.5%)로, 10대(23.8%)와 30대(15.7%)가 그 뒤를 잇는다. 은둔의 주요 이유로는 '취업 실패'(24.1%), '대인관계 어려움'(23.5%), '가족관계 문제'(12.4%) 등이 있다. 성별로 보면 여성(72.3%)이 남성(27.7%)보다 약 2.6배 많다. 이들은 주로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동영상을 시청하거나(23.2%), 온라인 활동(15.6%)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80.8%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라고 답하였다.
'은둔형 외톨이'는 인간관계에서 격리되고 고립된 환경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머무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감정적으로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며, 우울,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사회적 관계와 소통의 부재로 대인관계 능력이 저하되고, 일상적인 활동이 제한되며 체육활동이나 실외 활동 기회도 줄어들어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은둔형 외톨이가 있는 가정은 삶의 질이 저하되고 사회적으로 배제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자신감 감소, 경험 제한, 직업 기회 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은 개인의 상황과 경험에 따라 다르다. 내성적이거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즐기지 않는 성향,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사회 불안 장애 등 정신 건강 문제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청소년기에 부모와의 대화 단절, 사람과의 만남 회피, 등교 거부 등은 은둔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게임에 중독되기 쉽고, 미디어 기기를 통해 정보를 얻으며 인간관계를 피하려 한다. 그 결과 인간관계와 사회관계가 무너진다.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 쉽고, 이는 피해 의식으로 이어져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은 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병리 현상의 한 유형이다. 이들은 주야가 뒤바뀌는 현상을 겪으며 낮 활동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잘 따랐던 사람일수록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 쉽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다가 왕따를 당하거나 실직 등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은둔형 외톨이는 주로 10대나 20대에 시작되어 이후로도 이어진다. 어린 시절 과잉보호를 받거나 주도성을 잃은 환경에서 자란 것도 은둔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을 실패자로 낙인찍는 것은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자책이 미움으로 전이된 결과이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남과의 비교를 가장 싫어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은둔 청년'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상하였다. 전문가들은 대인관계를 맺지 않고 6개월 이상 집에만 고립되어 지내면 은둔형 외톨이로 판단한다. 이들의 은둔 원인은 취업 실패, 대인관계 실패 등 각종 실패 경험에 기인한다.
'은둔형 외톨이' 현상은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확산하고 있다. 초경쟁 사회에서 좋은 직장이나 학력을 가지지 않으면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집단 문화는 청년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은둔에 빠지면 가족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일본에서도 '히키코모리'는 은둔형 외톨이를 의미하는 단어로, 정신적인 문제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적 교류를 거부한 채 방에만 머무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병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된다.
중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크게 불거진 사건 중 하나는 '구마자와 히데아키' 전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이 40대 히키코모리 아들을 살해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구마자와의 아들은 어머니에게 주기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였으며, 여동생은 오빠의 폭력 문제로 자살하였다. 구마자와는 아들이 초등학교 운동회 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낸 날,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 같다는 두려움에 아들을 살해하였다. 그는 20년 넘게 아들의 히키코모리 문제로 고생하였으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2020년 1월 11일, 도쿄 아다치 구청 회의실에서는 히키코모리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한 남성은 40대 아들이 TV와 선풍기를 여러 대 망가뜨렸다고 하며, 친척들이 아들을 무서워해 집에 오지 못한다고 토로하였다. 이들은 경제적, 체력적 한계를 느끼며 언제까지 아들을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을 나누었다.
2023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만 15~64세 인구의 2%에 해당하는 146만 명이 6개월 이상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로 추산되었다. 일본에서는 80대 노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연금 수입으로 부양하다가 빈곤에 빠져 노인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집에 틀어박혀 폐인 생활을 하는 '폐인형 외톨이'와 집에 틀어박혀 의식주를 부모에게 의존하며 부모를 괴롭히는 '폭력형 외톨이'도 있다. 폭력형 외톨이는 부모에게 욕설하고, 왕 행세를 하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에 따르면, 예전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취업 문제로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만들어 낸 복잡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취업 실패에 대한 좌절감이나 대인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세상과 멀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과 경쟁 속에서 점차 자신을 패배자로 여기게 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먼저 국가 차원에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심리 상담, 직업 재교육, 사회 복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여 은둔형 외톨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들이 자신을 실패자로 느끼지 않도록 사회적 문화를 바꿔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해결하려고만 하지 말고 외부의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상담을 받거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은둔의 시작은 작은 고립에서 시작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 역시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조금씩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다시금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그들이 세상에 다시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따뜻한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국가의 지원과 개인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