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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Mar 18. 2023

봄앓이

삶에 감사할수록 오늘이 풍성해진다

자고 나니 봄이다. 봄이 찾아왔어도 밭에는 가뭄이 심하다기에 겨울잠을 다 잔 후에 찾았다. 죽은 듯 메말랐던 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봉오리가 솟는다. 봄만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나이가 들수록 봄이 좋고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곳에는 할 일도 많고 일할 생각에 무게감도 다가온다. 그래도 농사일을 하고 싶은 것은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고, 농작물 값과는 상관없이 부자가 되는 느낌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자, 호박, 옥수수, 고구마를 심을 예정이다. 오늘은 감자를 맨 먼저 심고 호박을 심은 다음, 매실, 사과, 대추나무 가지를 정비하고 그물망 울타리를 보완했다. 해마다 매화꽃이 앞장서서 피기 시작하면 엄나무, 두릅나무 순이 솟아오른다. 밭 둘레에 매화꽃도 피고, 어린 시절에 보던 벚꽃과 어우러지면, 추억의 보따리가 화사하다. 새소리를 듣고 봄을 느끼고,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날개를 단다. 땀을 흘리다 보면, 땀이 흐르는 내 모습과 날마다 변하는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때쯤이면 허리가 아파 통증 클리닉에 한두 번 다녀와야 했다. 물통을 나르고 밭이랑을 만들고 삽질을 하면 허리와 오른쪽 팔뚝에 통증만 담아 온다. 사람들은 마트에서 사 먹으면 될 일을 봄부터 무슨 고생이냐고 했다. 매년 치르는 봄 앓이는 그리움이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밭을 다듬고, 어린 시절을 그리면 오늘만 보인다. 


아내는 밭모퉁이에서 달래를 찾았다. 2〜3년 전에 심어둔 달래와 부추가 어김없이 올해도 솟아났다. 집에 돌아와 온갖 양념을 더 해 달래무침을 만들었다. 살짝 데쳐 새콤한 봄 향을 담아 큰 그릇에 밥을 비벼서 먹었다. 언 땅을 뚫고 나온 봄나물처럼 우리도 그렇게 산다. 


무엇이 오늘의 삶인가? 대부분 사람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을 원한다. 재물이나 명예나 사랑을 원한다. 그러나 단지 원한다고 하여 즐길 수는 없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얻는 것을 좋아하고 잃는 것을 싫어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탐내고 속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모든 사람은 자기 분수에 맞는 삶을 넘으려고 욕심을 부린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그 삶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많을수록 오늘이 풍성해진다. 마음의 행복이 일차적으로 행복한 삶을 만든다. 누구나 저마다 상상하고 소망하며 산다. 남의 행복을 탐내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며, 이웃과 함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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