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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09. 2023

늙으면 다 부질없다

오늘을 보람 있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학창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고 어른의 삶은 한없이 긴 줄만 알았다. 늙은 뒤에야 살아온 지난날이 얼마나 허무한지 깨닫는다. 지난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지만,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의식주에 얽매인 세상사에 너무도 바쁜 시간 보내다 보니 손에 무엇을 쥐고 있어야 마음이 든든했다. 늙은 후에야 모든 애착을 하나씩 놓게 된다. 세상일이 한가로울 때쯤에야 인생이 꿈같다고 깨닫는다. 이제 어찌하겠는가? 몸은 사용기간이 거의 다 되어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 정신마저 혼미하니, 무엇을 탐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늘은 한 번 뿐이고, 다시 오지 않으니, 오늘을 보람 있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을 괴롭게 보내는 사람이다.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지난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과거는 순식간에 가버렸다. 인생의 가을이 오면 허무할 때가 있다. 한 번뿐인 인생, 괴로우나 즐거우나 세월은 간다. 세월은 스쳐 지나가고 빨리도 간다. 돌아보면 남는 것도 가진 것도 없는데 무얼 위해 정신없이 산다. 세월은 왜 이렇게 빠른지, 머리가 빠지고 주름이 생기더니, 안경을 없으면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고, 먹고 나면 식곤증으로 졸리니 나이 들면 철이 든다. 전화 번호부에 등록한 이름을 하나둘 지우고, 모임 날짜는 큰 달력에 표시하며 카페에 올리는 글을 하나하나 챙긴다.    

  

어느 부자 노인의 유언장의 내용이다.

비싼 돈으로 산 핸드폰은 70%의 성능은 사용하지도 않았고, 내 값비싼 차의 70%의 성능은 필요 없는 것이었고, 호화로운 우리 집도 70%의 공간은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며 옷과 일용품 중에 70%는 필요 없는 것이었다.  


살아보니 인생은 경기장과 같았다. 전반전은 학력, 지위, 권력, 돈을 갖기 위해 애써 살아왔고, 그런 것들이 높고 많으면 성공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후반전은 달랐다. 전반전에 승리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하나밖에 없는 몸이 후반전에는 혈압, 고지혈증, 혈당, 치매를 예방한 노력으로 급급했다. 전반전에서 높이 쌓았던 모든 것들이 후반전에 누리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딱히 아픈 곳이 없어도 잠자는 거 아까워하지 말고 음료수만 좋아하지 말고 물 많이 마시고, 괴로운 일 있어도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양보하고  베푸는 삶도 나쁘지 않으니, 그리 한번 살아야겠다. 돈과 권력이 있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지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하며 필요하지 않아도 휴식할 줄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걷고 또 운동해야겠다. 


50만 원짜리 옷의 가치는 영수증이 증명해 주고, 1억 원짜리 자가용은 수표가 증명해 주고, 20억짜리 집은 집문서가 증명해 주는데, 사람 가치는 뭐가 증명해 주는지 생각해 보니, 바로 건강한 몸이다. 건강에 들인 돈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건강할 때 있는 돈은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으면 자기가 쥐고 있는 돈이 그저 유산일 뿐이다. 


세상에 당신을 위해 차를 몰아줄 기사는 얼마든지 있고, 당신을 위해 돈을 벌어 줄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당신 몸을 대신하여 아파줄 사람은 없다. 물건을 읽어버리면 다시 사들이면 되지만, 생명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그러면 세상사가 아무 소용이 없다. 죽으면 호화로운 별장도 내 것이 아니고, 자신의 고급 차 열쇠도 남에게 넘어가게 된다. 재물의 욕심은 그저 늙은이의 탐욕일 뿐이다. 한때,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돈, 권력, 지위가 이제는 그저 짐이 된다. 전반전을 사는 사람들은 오늘을 너무 괴롭게 살지 말고, 후반전을 사는 사람들은 아직 삶이 계속되고 있으니 행복한 노년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며 오늘에 만족하면 그만이다. 


뒤돌아보니 가버린 그 시절은 그립고, 추억으로 가득한 지나간 날들이 인생이었다. 어른이 되니 그렇게 세월이 가고, 저물어 간다. 과거는 지나갔고, 내일은 불투명하니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어리석은 일은 필요하지 않다. 오늘도 금방 지나간다. 은행에 저금한 돈과 지갑에 든 돈도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오늘이라도 떠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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