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의 온기

by 명문식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오후,

버스 안에서

나는 빈자리에 앉아

하루의 숨을 접고 있었다.


버스 문이 열리며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발을 들여놓았다.

난간을 쥔 손, 흔들림을 달래는 다른 손.


빈자리가 많은데도

굳이 내 자리 앞까지 오셨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같이 앉아요.”

오래된 이웃처럼 건넨 말.

차가운 음성 속에 은근한 온기가 숨어 있었다.


나는 말없이 안쪽으로 앉았다.

그 할머니가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가느다란 숨결이 흔들렸고,

그 호흡에는

세월의 무게가 고요히 깃들어 있었다.

잠시 후,

그 할머니는 가방에서

초콜릿과 사탕을 한 줌 꺼내

내 손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고마워요. 난 금방 내려요.”

그 한마디가 사탕보다 먼저

내 마음을 녹였다.


그분이 내린 자리를

또 다른 할머니가 조용히 채웠다.

말 없는 기척에서도

오랜 시간의 결이 은근히 스며 나왔다.


나도 내리려고 준비했다.

가방끈이 꼬여 잠시 머뭇대는 사이,

그 할머니의 손이 가족처럼

말없이 매듭을 풀어주었다.

서두름도 설명도 없이,

그저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처럼.

버스 문이 열리고

나는 바람 속으로 걸어 나왔다.

잠깐의 순간들이 따뜻한 이불처럼

너그러움이 감싸고 있었다.

그날 두 번의 손길은

크지도, 요란하지도 않았지만

세월을 견딘 마음만이 건넬 수 있는

느린 온기였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흐름 속에서

그 너그러움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온기 덕분에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급변하는 세상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