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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Sep 08. 2020

인생길


영국의 심리학자 ‘브롬디’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정신 연령과 영적 나이를 승화시키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자연 나이와 건강 나이를 채워 보낸다고 하였다. 사노라면 가기 싫어도 가야 할 길이 있고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길도 있다. 인생길은 안 가는 길과 못 가는 길이 있고, 못 보는 길과 보이는 길이 있다.     

세월은 멈추지 않지만 삶은 자연 속에 머물고, 어느 날은 길에서 별을 보고, 또 어느 날은 먼 훗날 행복이 올 것이라는 꿈을 꾼다. 우리는 세월이라는 배를 타고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종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잔잔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배에 우리가 타고 있다.     


김소월의 ‘가는 길’이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가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뒤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이 시의 전반부에서는 그리움과 망설임이 뒤얽힌 내면적 갈등을 느끼고, 후반부에는 그러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적 배경이 마음에 닿는다. 그냥 가 버릴까 단념하면 그래도 미련 때문에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그래도 머뭇거리고 있는 화자에게 까마귀는 길을 재촉한다. 날이 저무니 어서 떠나자고 자꾸만 재촉한다. 화자의 곁에서 흐르는 강물마저도 연이어 흐르면서 갈 길을 재촉한다.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과 하나씩 멀어져 가면 미련과 아쉬움에 먹먹해진다. 짐승은 달리고,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개미는 기고, 인간은 걷는다. 걷다 보면 가진 것이 무거워지고, 풀어놓아야 한다. 이는 나눔도 되고, 베풂도 되고, 자유도 된다. 인생은 길 위에 서거나, 걷거나, 뛰는 일이고, 그 많은 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인 천상병은 한평생을 동심으로 욕심 없이 바람처럼구름처럼 그렇게 살다떠났다. 동백림사건 때 누명을 쓰고 폐인이 될 정도로 고문을 받아 심신이온전치 못했지만그래도 그는 언제나 “좋다! 참 좋다.”는 말을 하였다. 그가 인생살이를‘소풍’에 비유한 시 ‘귀천’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시는 삶에 대한 달관과 죽음에 대한 체관을 주제로 하는 시다. 세상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의 정신이 담겨 있다. 세속을 초월한 세계와 조화시킴으로써 욕심을 버리는 마음과 불교의 윤회 사상을 읽을 수 있다. 이 시는 매우 철학적이고, 죽음 후에도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 세상에 잠깐 소풍 왔다가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도 그저 연못 속 작은 물고기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웃을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다. 록펠러는 재물이 많아지자 남들이 자기를 보고 재물을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것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하였다. 또한, 카네기는 많은 재물은 얻었지만, 슬하에 자식이 없어 고민하였다. 늦게 딸을 얻었지만 반신불수였다. 이들은 부자로 성공했으나 그들만의 고민이 따로 있었다. 베토벤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청신경 마비였고, 음악가 최대의 고통이었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 새롭게 빚어진다. 현재가 고통스러우면 행복의 밑거름이라 생각하고 고통을 극복하면 미래가 행복해진다.     


가는 길이 있으면 돌아오는 길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 인생길은 한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다. 인생길에 동행하는사람이있으면 행복한일이다. 동행하면 힘들때 서로 기댈 수 있고, 아플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우리 인생은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중간에 쉬었다 가도 되고, 어떤 때는 뛰어가고, 어떤 때는 천천히 가도 된다. 행복도 내 몫이고, 불행도 내 몫이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살아갈 길도 자기가 선택한다. 우리 삶은 여행이다. 그것은 낭비가 아니고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은 왕복이 없는 편도 승차권 한 장만 손에 쥐고 떠나는 여행이다. 그 길은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고, 왜 떠나고 싶고, 무엇을 꿈꾸는지가 더 중요하다.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설렘이 있고, 여정에 따라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풍경을 본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낀다. 여행은 한번 가본 곳을 다시 가볼 수 있지만, 인생 여행은 한번 가보고 나면 다시는 갈 수 없다.     


여행은 추억을 사진에 담고, 인생 여행은추억을 마음속에 담는다. 여행과 인생길의 공통점은 불평할수록 힘이 들고, 자기 몸 관리를 해야 하고, 자기 짐은 자기가 가져가야 하고, 동행자와 보조를 맞추어 같이 가는 것이다. 인생은 도착 지점을 모르는 여행이고, 누구나 비슷한 희로애락으로 몸부림치며, 가진 것에 감사하면 행복이 된다. 한 페이지씩 쓰는 삶의 과정을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우물쭈물하는 중에 세월은 가고 어영부영 나이를 먹는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수많은 불후의 명작을 발표한 ‘도스토옙스키’가 쓴 사형수의 '마지막 5분'이다. 그는 사형수가 되어 마지막으로 주어진 최후 5분간의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그에게 5분은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5분을 어떻게 사용할까? 그는 고민 끝에 결정했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 기도를 하는데 2분, 오늘까지 살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하고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 마디씩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2분, 나머지 1분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최후의 순간까지 서 있게 해준 땅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삼키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잠깐 생각하며 작별 인사와 기도를 하는데 벌써 2분이 지나 버렸다.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돌이켜 보려는 순간

“아! 이제 3분 후면 내 인생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나가 버린 28년이란 세월을 아껴 쓰지 못한 것에 후회하였다. 

“아! 다시 한번 인생을 더 살 수만 있다면”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기적적으로 사형집행 중지 명령이 내려와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구사일생으로 풀려 난 그는 그 후, 사형 집행 직전에 주어졌던 그 5분간의 시간을 생각하며 시간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하루하루를 마지막 순간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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