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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Sep 09. 2020

줄서기 통찰하기

2020년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주요 도심 번화가는 인적이 뜸하고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한다. 주말마다 인파로 북적이던 관광지는 물론이고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마저도 신도들의 발길이 뜸하다. 나들이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하여 사람들이 몰리며 줄을 서고,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 앞에도 줄을 선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고, 우리의 슬프고 어두운 줄서기 행렬이 이어지고, 줄서기 풍경은 방역과 환자 이송 과정에서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흰색 보호복과 각종 소독 장비, 119구급차의 행렬에서는 긴박감마저 든다. 전통시장 방역에 나선 방역 요원들은 옆으로 촘촘히 줄지어 선 채로 전진하며 소독약을 뿌려댄다. 줄서기 중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줄서기를 만나고, 답답함만 주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바삐 움직이는 일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활기찬 모습인지 새삼 그리워지고, 마스크 좀 벗고 모두가 즐겁게 웃는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줄서기가 문명의 척도다. 줄서기는 타인이 명할 때는 위협적이지만 스스로 참여할 때는 뿌듯하다. 줄서기는 수준 높은 사회일수록 통제가 아닌 상호 배려와 신뢰로 이루어진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줄서기가 하루 일상의 급선무라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다. 그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줄서기에 익숙해졌다. 마스크 대란은 수급 부족, 지급 체계의 비효율성, 정보의 불확실성에 불안 심리가 더해진다.


우리는 어떤 줄서기를 하고 있나?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선생님이 ‘앞으로나란히’하는 구령에 맞춰 줄서기를 배웠다. 어른이 되어 각종 표를 살 때도 사람이 많으면 줄을 서고, 지하철을 탈 때도, 물건을 살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줄을 섰다. 줄서기는 사회생활의 기본 행위였다.


줄서기의 비유적인 뜻은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 등에 붙어서 친분을 맺는 일이다. 경쟁이 치열한 줄서기는 의사가 되려는 줄서기,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줄서기, 일류 대학에 입학하려는 줄서기, 취업 문을 두드리는 줄서기, 승진하기 위한 줄서기, 부자가 되기 위한 줄서기 등 무수히 많지만, 인생의 마지막 줄서기는 아무도 모른다.     

요즈음에는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꿈인 젊은이들이 줄을 길게 선다. 문밖에 나서면 어디론가 무작정 달리거나 걷거나 줄을 잇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직장을 향해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느라 줄을 서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밤낮을 보내며 끝없는 줄을 선다. 주어진 기회도 사람마다 다르고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기약 없는 줄을 선다. 그들은 긴 줄에서 돈도 많이 벌고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들은 긴 줄에 끼어 이 방향으로 가는 줄이 맞는지조차 모르고 앞사람만 보고 줄을 서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서 있는 줄이 정답이기를 바라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적응하며, 지금까지 줄을 선 의미를 찾는다.  


고용, 시험, 취업, 경제 불안 등의 정도에 따라 줄이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한다. 어차피 인생길은 끝없는 줄서기다. 우리가 살면서 본의든 타의든 숱한 줄서기를 한다. 선택의 대상이 짧은 줄이 되기도 하고 계파나 이념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한 줄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면 성공이고, 자기의 뜻에 반하면 실패다. 우리 인생길에는 줄을 잘못 서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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