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문식 Sep 02. 2020

헤븐조선 이야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주 듣던 ‘헬조선’이란 말을 조금 사용하고 ‘헤븐조선’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사용한다. ‘헬조선’은 경제 선진화와 민주화에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한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한국 사람들의 헌신성, 사재기하지 않는 공동체 의식, 오랫동안 구축한 의료시스템의 효율성, 바이오 회사의 실력 등에 세계 사람들이 놀랐고, ‘헬조선’이라는 어둠을 벗겨내고 있다. '한국이 만든 반도체는 최고다'라는 인식에서 한국이 하면 무엇이든 잘한다는 점을 세계인에게 각인시켜 줬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과 일본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을 비교하였다. 블룸버그는 양국 지도자가 모든 가구에 현금 지원금을 지급하는 인기영합주의를 채택하고, 같은 날에 각각 추가경정예산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지원금을 지급하는 속도와 효율성에서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5월 19일 현재 전체 가구의 80%가 지원금을 받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같은 날 지자체의 72%가 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은행 계좌로 송금한 곳이 19%에 불과했다. 한국은 전용 웹사이트를 운영하여, 온라인, 신용카드 앱을 이용하거나 은행, 주민센터에서 직접 신청하는 방법과 빠른 검색 링크들도 제공했다. 전국적인 신원 확인 시스템과 중앙집중화된 행정 능력은 신속한 지원금 지급의 주요 요인이 됐다.     


일본은 거주지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하는데도 많은 서류 작업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있으면 모든 개인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 데이터 통신망과 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휴대전화도 뛰어난 역할을 하였다. 지원금 카드를 사용하면 즉시 남은 액수도 알려주는 메시지도 떴다. 반면에 일본은 1억 2,700만 명의 인구 중 16%만이 온라인 신청에 필요한 신분증 번호 일치 카드와 개인식별 번호를 갖고 있을 뿐이었다. 카드 발급에만 한 달이 걸렸다. 그래서 대부분 재래식 우편으로 신청 양식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관공서 밖에서 줄을 서서 신청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지원금이 큰 화젯거리가 됐다. 동네 편의점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라는 종이를 붙여 놓은 곳도 있고, 재난지원금을 쓰면 10% 할인을 해주겠다고 나선 곳도 있었다. 재난지원금이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으면, 정부 재정을 쓰는 것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 복지의 달콤함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고,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까지도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은 마음에 우리도 받아보자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국채를 계속 찍어, 현금 복지의 비용이 늘면, 그 부담을 자식과 손주 세대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현금 복지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인류의 문명 전체가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번 계기로 과도한 소비와 자기중심의 생활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갈등이나 시련을 극복하는 경험 자체가 소중한 일이며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현재 코로나로 인류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의 눈을 세계로 돌리고, 우리의 갈등, 시련 극복 경험을 세계에 전하는 것이 ‘헤븐조선’이 되는 길이다. 우리 국민의 의지와 도전 정신이 ‘헤븐조선’을 만들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길이다.     

KAIST 경영대 어떤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젊은이들에게 가슴으로 호소합니다’라는 글의 일부 내용이다. 

당신들이 누리는 그 모든 것들, 스타벅스 커피, 스타크래프트 게임, 해외 배낭여행, 그 어떤 것들도 당신들이 이룬 것은 없다. 당신들은 지금 이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으로 지금 누리는 것에 보답해야 한다. 우리 세대는 누리지 못했기에 당신들이 누리는 것을 보는 것으로 행복할 따름이고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조롱받을 아무런 이유도 없다. 당신들의 앞 세대는 그저 물려받은 것보다 몇백 배로 일구어 넘겨준 죄뿐이고 당신들에게 인생은 원래 고달픈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한 것뿐이다. 이 나라 밖에는 어디 천국이 있는 것처럼 거짓을 전파할 때 설마 저런 소리에 속을까 하며 미리 막지 못한 죄뿐이다. 당신들의 부모들이 침묵하는 것은 어이가 없거나, 말해도 못 알아듣거나, 남보다 더해주고 싶다는 한없는 자식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지 당신들의 응석이 옳아서가 아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후련한 기성세대도 있을 것이고, 반면에 가슴이 답답한 젊은 세대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세대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민 가도 결국 고소득 국가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런 국가를 쉽게 찾을 수도 없다. 더 좋은 나라로 이민 간다고 해도 본인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 사회도 부유하고 살만한 나라에 속하고, 이런 나라에서 이민만이 살길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작가의 이전글 희망에서 행복 찾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