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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Sep 19. 2020

다문화 소통

이방인과 경계를 허물면 차별 없는 세상이 된다

다문화가정은 우리나라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동시에,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편견, 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결혼 이주자들은 보통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면서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긍정적인 영향도 준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와 경제 성장 동력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정착 유도와 다문화사회 조성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문화와 생활 습관의 차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언어능력의 부족과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되는 정체성 상실 등 학교 교육에서 겪는 어려움도 많아 다문화사회의 교과교육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족의 엄마를 울게 한 한국말은 ‘엄마는 외국인이니까’라는 말이라고 한다. 뜻밖에 다문화가족들이 뽑은 나를 울게 한 말에는 ‘잡종’ ‘냄새난다.’ 등 차별의 의미가 밴 말들이 꼽혔다. 자주 듣는 슬픈 말은 ‘돈 벌러 왔니’처럼 동정하는 말에도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다문화가족을 웃게 하는 한국말도 있다. ‘사랑한다’라는 말이 나를 웃게 한 말 1위로 꼽혔다. 이 말을 들으면 ‘상대가 나를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했다.


미국의 뉴저지의 어느 작은 학교에서 문제아들이 모여 있었다. 이 학생들을 맡게 된 베라 선생님이 처음으로 이 교실에 들어서며 이런 말을 했다.

“세 명의 사람이 있었어요. 이 중에 누가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사람인지 판단해보세요.”

칠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쓰고 한 명만 고르라고 했다.

첫 번째 사람 : 정치인과 결탁하고 점성술을 믿으며, 두 명의 부인이 있고, 줄담배와 폭음을 즐긴다.

두 번째 사람 : 두 번이나 회사에서 해고된 적이 있고 정오까지 잠을 자며, 아편을 복용한 적이 있다.

세 번째 사람 : 전쟁영웅으로 채식주의자이며 담배도 안 피우고 가끔 맥주만 즐긴다. 법을 위반하거나 불륜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학생들은 모두 세 번째 사람을 골랐다. 그러나 선생님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이 세 사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첫 번째 사람은 루스벨트 대통령이고, 두 번째 사람은 영국의 처칠 수상이고, 세 번째 사람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나치스의 지도자 히틀러입니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잣대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믿는 것이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고 미래입니다. 여러분은 소중한 존재이고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성장한 학생들은 훗날 사회 각 분야에서 심리학 박사, 법관, 비행사, 금융 경영인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10만 명의 외국인이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각국에서 온 외국인을 만난다. 2019년에 태어난 아이 중 다문화가정의 2세가 약 2만 명이다. 2050년이 되면 다문화가정의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급격히 늘어난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이제 청소년으로 성장하였다. 문제는 이 청소년들이 우리 국민임에도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그들은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국 남자들과 저개발국 외국 여자들이 결혼한 경우가 많다 보니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로 출발하게 되고, 태어난 2세들도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게 되며, 외형적 특성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다문화가정의 여성들도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사회에 적응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우리 자식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다. 그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고 건전한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그들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그들 부모의 모국에 돌아가 우리나라를 위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들의 부모가 태어난 국가와 우리나라를 위한 일에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위한 외교활동을 하는 등 우리의 국력을 확장하는 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도 우리 국민이며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귀중한 자산이다. 이주민은 살 권리를 위해 낯선 곳에서 힘들게 산다. 이주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라는 무한경쟁의 함정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동하여 생겨난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이방인이 된다. 우리도 이주민처럼 낯선 세상에서 서로에 대해 각자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겪고 있는 낯섦과 다름을 인정하고 이방인과 경계를 허물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TV 프로그램 ‘오지 GO’는 원시 부족민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차 문화체험을 통해서 행복의 의미를 알아가는 리얼 힐링 프로젝트였다. 오세아니아 대륙에 위치한 파푸아뉴기니 지형은 해안과 완만한 구릉이 딸린 산악지대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섬으로  풍경도 좋고 열대의 정글도 있다. 오지 탐험으로 개그맨 김병만과 윤택, 김승수 등의 출연진은 해발 2,800m의 고산지대에서 ‘라니족’을 만났다. 오지 사람들은 인종과 풍습이 다르고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낯선 사람에게 보내는 미소와 친절에서 인간 본연의 착한 본성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 조상들의 힘들고 어려웠던 모습이기도 했다. 그들 속에 들어가 공감하니 오지 여인들과 어린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부엌에 눈길이 머물고 우리의 옛 모습을 발견했다. 전반부에는 한국 연예인들이 ‘라니족’의 터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후반부에서는 ‘라니족’ 두 명을 한국에 초청하여 우리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니족’이 한반도에 오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의 눈을 끌었다. '라니족' 젊은이 웨미론과 기손이 원주민 치마로 하반신만 가린 채 공항의 입국 게이트에서 나오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그들의 고향을 벗어난 적도 없고, 처음 와 보는 세상이 우리나라 땅이다. 그들은 지하철, 아파트의 자동문, 화상 통화, 양궁, 스카이다이빙, 라쿤 카페 등 이질적인 문화에 충격을 받았다. 라니 형제는 자연에서 먹을 만큼만 음식 재료를 얻고 음식이 남아도 버리는 일 없이 서로 나눠 먹는 식문화가 있다. 그들의 눈으로 우리의 한정식 문화를 보고 묻는다.

“이렇게 많은 음식이 남으면 누가 먹나요?”

이 질문에 우리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다 먹으면 좋지만, 남는 음식은 버린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신이 주신 음식을 남기면 신께서 화를 내신다.”

이 말을 듣고 우리는 부끄러웠다.


‘라니족’의 눈에 보인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고 무표정해 보인다며 우리보다 그들이 항상 웃고 느긋하여 행복하다고 말한다. 웨미론은 한국에서의 모든 것이 좋았다며 고향에 돌아가면 계속 생각날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그곳에서 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한다. 우리와 그들의 문화를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로 구분할 수 없고 다를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문화에 맞게 살고 있다. 그들은 교만했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김병만과 윤택, 김승수가 이들 형제와 마지막 이별 여행을 할 때, 우리 문화를 접하고 경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 삶을 체험하고 공항으로 들어서며 그동안의 일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며 눈물을 남겼다.


문명과 풍요가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엇이 사람다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너무 간단하다. 따뜻한 마음으로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로 가득한 곳에서 감정이 없는 차가운 눈길만 주고받을 것이 아니라, 좀 더 가깝게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눈길을 서로 보내는 것이 행복이다. 문명이 있는 곳에만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배운 사람에게만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풍요가 넘치는 곳에만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평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난한 오지마을 여인의 손끝에 행복이 묻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오지마을에도 평화가 있다는 것도 보았고, 행복은 만족한 마음이 있는 곳에 찾아온다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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