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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Sep 20. 2020

젊음을 보낸 사람

고령자가 되면 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천변 길의 반환점에 긴 벤치가 있고, 선글라스를 낀 멋쟁이 할아버지가 앉아 계셔서 그 옆에 앉았더니 말을 붙인다.

“어디서 왔어요.”

“둔산동에서 왔어요. 할아버지도 혼자 오셨네요.”

“네, 할머니가 올봄에 갔어요.”

“저런,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87세요. 할머니하고 함께 걷던 길이라 자주 나와요.”

“할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골다공증으로 다리가 골절되어 누워 있다 갔어요.”

“생활은 혼자 하세요.”

“네, 이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아파트에 있는 경로당이라도 가시지요.”

“우리 아파트 경로당에는 할아버지들은 안 와요.”

“집에 있을 때는 무엇하세요.”

“TV를 주로 봐요.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했어요.”

“생활비는 어떻게 하세요?”

“젊었을 때는 조폐공사에 다녔어요. 부러운 것이 없었지요. 지금은 기초연금 30만 원, 유족연금 30만 원, 구청에서 주는 보조금 7만 원, 자식들이 30만 원씩 주는 돈으로 살아요. 지금 생각하니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가 행복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었다. 갈림길에서 오늘 정말 고마웠다고 하면서 악수를 청한다. 잡은 손을 놓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또 한 영혼과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앞으로 노인이 될 현역 세대가 이보다 더 어려운 처지가 될 사람도 있다. 이들이 고령자가 되면 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금의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은 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도 없고, 재산을 모아야 하지만 저축도 못 하고 고령에 빈곤층으로 밀려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오늘만 산다.


노년에는 과거의 삶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살았던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게 되고, 현재보다 과거의 삶이 더 그립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눈물이 많고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젊음을 보내고 난 후에 자신의 삶이 행복하였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영구차 터미널에서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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