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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Sep 14. 2020

코로나19가 휩쓴 자리

우리의 모습을 바꾸는 출발선이 되었다

2020년이 시작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TV에서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품절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확진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보면 두렵다. 바이러스 위력에 사람들의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퍼졌다. 그래도 집안에만 있을 수 없어 걷기 운동을 하려고 마스크를 챙겨 콧잔등에 선을 잘 맞추고 문을 나서려니 이 마스크 한 장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극복해준다. 


세상 풍속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고, 악수는 꺼림칙하고,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탈이 없다는 분위기 속에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낸다. 모든 나라는 타국민의 입국을 막고 격리한다. 평소 북적거리던 상가가 썰렁하고 죽은 도시 같다. 사람들이 몰리던 식당도 을씨년스럽다. 원인불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걱정을 더한다. 가게 문을 닫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에 찬물을 뿌려댄다. 중국 우한에서 보던 생활 모습이 이탈리아, 미국 등으로 옮겨갔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에서는 축구장에 천막을 설치하여 임시 병실을 마련하였다.     


영국은 호텔을 임시병동으로 쓰기로 했으며 은퇴한 의료진까지 의료현장에 투입하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이라는 초강수를 발표하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거듭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 확산 사태와 관련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중국에서는 애플 아이폰 제조 기업인 폭스콘이 생산 설비 일부를 마스크 제조 설비로 전환해 하루 100만 개의 마스크를 찍어낸다. 


마스크 착용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도 크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인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마스크를 쓰면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 등 범죄자를 연상시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마스크를 쓸 정도로 아프면 밖에 안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밤마다 휘황찬란하던 번화가는 간판 불빛 사이로 문을 닫는 식당만 보인다.     


유튜브에 올라온 'Korea, Wonderland?'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공개됐다.코로나19 확산에 맞서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국인들을 소개했다.영상에서는 이번에도 많은 나라가 굳이 감염자를 밝히지 않으려고 할 때 이 나라는 묵묵히 검사를 계속했다. 그들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자발적으로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국민도 있고, 현장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우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의사와 간호사 등도 있다. 외신에서 한국의 공격적인 코로나19 대응을 극찬하며, ‘이상한 나라’가 했던 일은 결국 피하지 않고 앞장서서 용감하게 바이러스와 싸운 것이라고 소개했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 양상에서 세계 각국은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예외였다. 영국의 BBC는 최근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시민 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도 한국인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을 극찬했고, 미국의 ABC방송도 위대한 나라라고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폭락해도 모든 회사가 같은 운명을 겪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인터넷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밀려드는 주문을 해결하기 위해 10만 명의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월마트 역시 15만 명을 충원한다. 배달업계는 새롭게 얻은 고객들이 배달 습관을 익히는 시간이 되고 반면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소매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면치 못한다. 식당은 배달 음식 전용 주방만 운영하는 고육지책을 사용하고 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2020년 내수 불황이 이어지고, 세계 시장이 마비되고,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남미 에콰도르 과야킬에선 사흘간 집과 길거리에 방치됐던 150구의 시신을 군경이 동원돼 수습하였다. AFP통신은 “감염을 두려워하는 장례 인력이 다른 질병으로 숨진 시신도 수습을 포기했다.”라고 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수습되지 못한 시신들이 길거리에 쌓이고, 도로에서 시신을 태운다고 전한다. 장례식장에서 감염이 우려된다며 시신 수습을 거부했다.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시신 처리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사망자의 장례를 빨리 치를 수 있도록 일 처리에 속도를 내라는 시위까지 벌어지면서 사회적 불안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남아공은 국경을 폐쇄하고, 자택 봉쇄령을 내렸다. 경찰의 채찍과 고무탄을 이용한 봉쇄에 항의하던 주민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3명이 사망했다. 남아공에서 광부 등 종업원으로 일하던 2만 3,000여 명의 모잠비크인들이 국외로 탈출했지만 이후 추적도 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어 있고, 코로나19로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이번 사태로 국제관계의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났고, 각국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민생경제 곳곳이 '매출 제로'에 빠져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2020년 3월 매출액이 제로로 단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소상공인이 16%나 되었다. 돈줄이 마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적금과 보험을 깨거나 빚을 내 버티고 있다. 기업들은 은행 빚을 새로 내거나 자산 매각, 순환 휴직 등 온갖 비상 자구책을 동원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의 어려움으로 숨이 막히는 코로나 세대가 되었다. 토익 등 자격증 시험이 미뤄지고, 공무원, 기업 채용 소식도 감감하고,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매우 힘들다. 본인 능력과 무관하게 ‘백수’가 될 위기에 처한 취준생들은 생활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몰려들지만, 자영업 사장님들은 더한 위기 상태다. 코로나 사태 이후 1개월간 ‘알바몬’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건수는 서비스직이 26.1%, 외식·음료업종 일자리는 25.2%로 줄었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예정대로 4·15 총선거가 치러졌다. 미국 CNN방송은 영국, 프랑스 등 최소 47개국이 선거를 연기했으나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강행했다. 투표 방식을 자세히 소개하고, 투표소를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체온을 측정하여 37.5도가 넘으면 부스에서 투표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스탐파는 한국이 마스크를 쓰고 선거를 치르는 국가라고 했고 한국은 현 사태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유권자의 체온을 재고, 비닐장갑을 배포하는 한국 투표소 장면이 수시로 전파를 탔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경제나 안보 문제보다 코로나19 대책에 관심이 쏠려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택 격리 한 달이 되고, 아마존 품절 대란 1순위는 이발기였다. 미용실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머리카락이 슬금슬금 귀를 덮었다. 아마존 쇼핑몰에서 파는 성능 좋은 이발기는 품절이거나 최소 2주는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자택 격리 초반에는 손 소독제와 휴지가 품절이었고, 이제는 이발기도 귀한 물건이 됐다. 인류가 가장 많이 희생당한 일은 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다. 우리는 미국 등 선진국의 피해가 이렇게 클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숨 쉬는 폐를 공격하여 숨을 못 쉬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맛도 냄새도 못 맡게 되고, 설사하고, 감각기관을 마비시킨다. 신분, 나이, 인종, 성별, 직업을 구분하지 않고 공격한다.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남미 끝까지 번진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서로 돕고,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라는 교훈을 주었다. 거리는 한산하고 가게에도 손님이 없고,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고, 교회와 성당도 문을 닫고, 이런 일을 당하리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누가 가해자가 될지 피해자가 될지 몰라 서로를 피하고 두려워하며 만나는 사람을 가상의 적으로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이 생겼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집에만 갇혀 있다. 그렇다 보니 세상의 공기가 깨끗해지고, 사람들이 말이 적어지고,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더라도 유통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배달 사업은 번창하고 음식문화가 바뀌고,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며, 대중교통 이용이 감소하고, 찜질방, 영화관, 노래방, 단체여행 등에 타격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에 전체주의적인 감시와 시민 의식이 강화되고,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정부는 국민을 관찰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정부가 바이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감염자를 찾아 빠르게 조치할 수 있었다. 의료계 반발로 시범사업에만 머물러온 원격 의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의료현장에서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에서는 의료진 감염 최소화를 위해 대면 진료가 아닌 화상 진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원격 진료로 인한 오진이나 의료 사고는 나타나지 않았고 환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속수무책인 것을 보았다. 현대문명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불안정했는지 알 수 있었고, 우리의 모습을 바꾸는 출발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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