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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22. 2020

화폐의 기능 변화

현금 없는 사회는 코로나 감염 위험을 낮춘다

우리는 지갑에 현금 한 푼 없어도 카드나 스마트폰으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전자 금융 등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고, 탈세 방지 및 지하경제 축소, 거래의 간편함과 현금 관련 강력범죄 단절 등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현금거래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는 동전과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등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사회를 말한다. 은행 계좌로 월급을 받게 되면서부터 이미 현금 없는 사회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현금이 어디에 있든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현금은 우리가 금융 산업을 견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지불 수단이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거래 수단이다. 언제든 돈을 찾아 보관할 수 있으며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우리끼리 거래할 수도 있다.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에서 간편하게 결제하고,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이렇게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도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은 현금을 쓸 수 있어도 쓰지 않는 것이지만, 정말 현금을 쓸 수 없는 사회가 오고 있다. 


현금이 사라지면 정부와 은행과 일부 기업들이 우리의 금융 거래를 비롯한 삶의 전반적인 부분들을 통제할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모든 거래가 금융 전산망과 전자 결제를 통해 진행되고 기록될 것이다. 이는 모든 거래가 추적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금 없는 사회의 모델로 꼽히는 스웨덴에서 상인들이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현금 공급 창구 축소에 따른 현금 접근성 약화, 취약 계층의 소비 활동 제약,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공적 화폐 유통 시스템 약화 등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은 우체국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 ATM 운영업체에 대한 감독 강화, 화폐 유통 시스템 통합관리 협의체 설치 등의 대응책을 발표한 상태다. 뉴질랜드의 경우 화폐 유통 시스템에 대한 중앙은행 또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현금 없는 사회가 큰 화두다. 가장 먼저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에서 시작된 ‘아마존 고’는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도 문을 열었다. 금융지구 한복판에 있는 ‘아마존 고’에서는 현금이 전혀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아마존 고’ 모바일 앱을 실행한 뒤 이를 인식시키고 입장하면 된다. 물건을 산 뒤에는 별도로 계산하는 절차가 필요 없다.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든 뒤 걸어 나가면 그만이다. 본인이 앱에 저장해 둔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에서 자연스럽게 납부된다.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잔돈 계좌 적립 서비스 시범사업자를 선정하고 매장에서 현금거래 후 발생한 잔돈을 고객 계좌로 입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금 사용의 가장 큰 단점은 대중교통에서 환승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버스 요금 역시 카드 결제보다 비싸다. 현금 사용의 좋은 점은 디지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데도 취약 계층, 노인, 장애인, 외딴곳에 사는 사람, 저소득층이 소외되는 결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고령층과 장애인 등은 현금거래 의존도가 높고, 현금 없는 사회로 나가면 이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는다. 아무리 신용 거래가 보편화하여도 현금밖에 못 쓰는 사람들이 있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금으로 대체할 방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또 다른 문제다.     


사용하기 편리한 신용카드가 생기고,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등장하여 지갑 속에 현금을 넣지 않아도 물건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돈의 지급수단으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현금’의 필요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자 결제는 간편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도난 우려가 없어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입점한 스웨덴의 가구 전문점 이케아 매장에서는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다.     


앞으로 가상화폐가 많이 쓰이게 되고 단기간에 성장할 것이다. 돈을 포인트로 전환하고, 전환된 포인트로 상품을 구매하고, 그 포인트는 이자가 적립되는 디지털 화폐가 예상된다. 온라인 가상화폐는 디지털 정보량 기본 단위인 비트와 동전을 의미하는 코인이 합쳐져 ‘비트코인’이 탄생했다. 특정 개인이나 회사가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간 거래에 사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만들고, 거래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사람 모두가 비트코인 발행주가 된다. 인터넷에서 누구든지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데 이 계좌를 ‘지갑’이라고 부른다. 지갑마다 숫자, 알파벳을 조합한 고유의 번호를 주는데,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공개된 장부에 기록이 추가된다.     


가상화폐는 실제 시장에서 사용되는 실물 화폐가 아니라 가상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이고,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콘텐츠 제공업체가 이용자에게 마일리지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해외 업체로 송금하여 해외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외화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화 송금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송금하는 사람은 원화로 입금을 하고, 비트코인 업체 등을 통해 현지 화폐로 받는 이 방식은 기존 시중은행을 이용하여 외화를 송금하는 것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다.     


비트코인은 중앙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된 디지털 화폐로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일종의 ‘비법정 화폐’로 취급되면서 금과 같은 가치 자산으로 여겨진다. 실제 비트코인은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됐을 당시에 중국 자본의 매수세로 폭등하는 양상을 보였고, 전운이 감도는 중동발 악재에 우상향 하는 모습을 보이며 관심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정부와 금융기관 등 기성 권력을 불신하며 새로운 경제 질서를 세우고자 등장한 '디지털 화폐'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기득권에 의해 강력한 투기 수단이 되었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소유하는 방법으로 돈을 주고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직접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작업을 ‘채굴 Mining’이라 한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우선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어야 하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비트코인 온라인 지갑 사이트에 접속해서 비밀번호만 등록하면 개인 지갑이 생성된다. 이메일 주소조차 선택사항이며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지갑 수에도 제한이 없다. 비트코인 지갑을 만든 후에, ‘비트코인 마이너 Bitcoin Miner’에 접속한 후에 수학 문제를 풀면 1 BTC가 지급된다. 다만 채굴된 전체 비트코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수학 문제가 어려워지므로 인간의 두뇌로는 한계가 생긴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더라도, 채굴되는 전체 비트코인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와 성격이 다른 지역 화폐도 있다. 지역 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화폐로 종이 상품권, 모바일, 카드 형태로 결제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특정 지역 또는 집단 내에서만 사용하는 돈을 말한다. 상품권이나 카드 형태로 많이 유통되고 지역 소비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골목상권이나 영세상가 등 지역 소상공인들은 카드 수수료를 따로 부담할 필요가 없기에 지역 화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지역 내에서만 화폐로서의 가치를 갖고, 외부로 자금이 유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지역 화폐는 단순히 물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복지 영역에서 활용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가 빠른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감염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된 비대면 문화 확산이 현금 사용을 줄이고 있다. 각국 정부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화폐 발행 비용 부담을 덜고, 위조 방지와 거래 투명화 차원에서 온라인 결제 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위생 문제가 소비자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되면서 현금 사용이 줄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0년 4월 이후 인도 소비자의 75%가 현금보다 온라인 결제를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약 20%가 아예 은행 계좌가 없고, 인터넷 보급률이 30%도 안 돼 온라인 결제 보급률이 극히 낮았다. 코로나 봉쇄령으로 발이 묶이면서 현금 대신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현금을 쓰지 못하는 '코인 주차장'이 등장하며,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은 현금 사용 감소에 대비해 영업 지점과 ATM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10%대인 비현금 결제 비율을 오는 2025년까지 40%대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에서도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코로나 봉쇄 이후 개인의 현금 사용량이 40%가량 감소했다. 점포 내 온라인 결제 건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35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현금 사용이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1만 원 미만 거스름돈을 현금 대신 고객 계좌로 입금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다. 스타벅스는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는 현금 사용에 따른 비용을 아끼고 코로나 감염 위험을 낮추는 순기능도 있지만,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은 소외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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