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스타트업에 맞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이 ‘진짜 스타트업은 어떤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스타트업의 진실’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스타트업 진짜 다닐만해?
네 선택에 후회하지는 않아?
나 또한 스타트업에 들어가기 전에 그런 것들이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주변에 스타트업에 들어간 지인이 없어서 어디 물어볼 곳도 없었다. 오늘은 내가 아는 것에 한해서 스타트업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풀어내 보려고 한다. 우선, 좋은 것 먼저!
스타트업은 구성원이 많지 않다. 그래서 간혹 혼자 일을 하게 될 때도 있다. 나 또한 회사의 1인 마케터로 일하고 있고,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마케팅을 꾸려갈 수 있다(물론, 회사의 방향과 어느 정도는 일치해야겠지). 내가 내보내고 싶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내가 시도해보고 싶은 마케팅은 충분히 시도할 수 있으니, 내 능력을 키워가기에 참 좋다.
주의) 그만큼 본인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새로운 교육 코스를 준비 중인데, 나 혼자서 런칭 마케팅을 기획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해서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신입에게는 꽤 혹독한 환경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스타트업이 적합하다고 하는 말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내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을 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쓸데없는 것(인간 관계, 인사 고과 등)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환경도 내겐 중요했다. 전반적으로 모두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의견을 펼치거나 상대를 설득하기 때문에, 사적으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는 잘 없다(절대 없다고는 안 했음. 회사의 분위기와 별개로 개인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나 복장으로 건드리는 사람들도 없다. 우리 회사는 8~11시 중 아무때나 자유롭게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아무 때나 가도 된다. 본인이 필요할 때 야근을 하게 되긴 하지만, 야근을 ‘지향’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복장은, 난 아침저녁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느라 주로 레깅스를 입고 다닌다(!).
주의) 이름만 스타트업인 곳도 많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에서 잠깐 일했던 지인 중에서는 ‘팀장은 대표보다 30분 일찍, 사원은 팀장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는 대기업 문화’가 스타트업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고 한다(실은 저 문화가 실제로 대기업에 아직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 난감한 것은, 면접 과정에서 이런 문화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
보통 다른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들어온 첫날에 나름의 문화충격을 받았다. 점심 시간에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안 하고, 스타트업 업계의 소식, 블록체인 이야기, 개발 이야기를 하더라. 아마 테크 쪽 스타트업에게는 흔한 점심식사 풍경일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분위기에 동화되어서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가 훨씬 높아졌다. 업계의 유명한 사람을 팔로우하면서 소식을 접하고,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등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접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주의) 회사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면, 사용하는 플랫폼이 자주 바뀔 수 있다. 큰 어려움은 아니지만, 계획 없이 도입하다 보면 구성원들은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 회사는 평소에 구글 시트에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했는데, 국내에 시프티라는 출퇴근 서비스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바로 갈아탔다. 하지만 시프티가 너무 초기 단계일 때부터 사용하는 바람에 서비스에 부족한 점이 많았고, 적응하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유행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보니, 막상 적응하면 새로운 서비스가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곧 익숙해지긴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한 팀에 구성원이 1~3명 정도뿐이다. 나의 경우, 파트타임으로 나를 멘토링해주는 사수가 있어서 내가 한 일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풀타임 사수가 있는 것과는 양과 질이 다를 것이다(물론 사수가 어떤 사람이느냐가 더 중요하겠지만). 함께 일하는 팀원이 여럿 있다 하더라도, 스타트업은 워낙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제대로 멘토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은 본인이 스스로 학습하고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다만, 회사는 개인의 성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각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주제에 대한 온라인 코스를 지원받아서 수강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1인 마케터로서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서 업계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유명하신 분에게 1~2주에 한 번씩 코칭을 받고 있다(이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는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우리 회사처럼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것을 믿고 지원해주는 곳이라면 충분히 급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1~3년차일 것이다. 따라서 체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예로, 우리 회사에는 경조사 휴가 규정이나 병가 규정이 없었고, 누군가가 그 규정을 필요로 하는 케이스가 생기면 그때 규정이 탄생하는 식이다. 정말 별 거 아니지만, 그동안 그런 규정이 탄탄한 ‘학교’라는 시스템에만 있었던 나에겐 좀 놀라웠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어떻게 마케팅을 했는지에 대해 정리된 것이 많이 없었고, 내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우리 채널을 뒤지면서 알아서 공부해야 했다. 그나마 물어볼 수 있는 전임자가 회사를 떠나면 정말 혼자서 회사를 공부해야 한다.
다만, 내가 규칙과 틀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흔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남의 돈으로 내 사업하는 기분’이라고들 한다. 스타트업에 들어오고 나니 그 말을 체감하게 됐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퍼포먼스 마케팅을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문서가 없으면 내가 그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된다. 이메일 마케팅을 하고 있는 서비스가 내 방향과 잘 안 맞다면 좋은 서비스를 찾아서 바꾸자고 건의하면 된다. 체계가 전혀 없다는 것은 도리어 주도적인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단점은 불안정성일 것이다.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스타트업은 잘 없다. 우리 회사의 경우엔 최근에 여름 시즌을 지나면서 매출이 확 떨어져 힘든 시기를 겪었다.
특히 나는 마케팅팀이기 때문에 내가 전 달에 한 업무가 우리 회사의 매출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내가 쓴 카피 하나 때문에 매출이 잘 안 나올 수도 있고, 내가 전화 응대를 잘못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다만, 그만큼 내 역할과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므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굉장히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라서, 환경이 느슨하면 금방 게을러지고, 환경이 나를 채찍질하면 곧 정신을 바짝 차린다. 나는 대기업에서 일하면 내가 금방 타성에 젖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성장을 위해서는 나를 채찍질해 줄 스타트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한 회사에 오래 다니나?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금방 이직/퇴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스타트업은 회사의 존폐에 대한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회사는 망해도 나는 안 망한다. 일하면서 키운 내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도, 대기업에도 각각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나는 이렇게 나열한 장점은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단점은 여차저차 넘어가거나 내가 메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어떤 유형의 회사에 맞는 사람일까 잘 모르겠다면, 우선 주변과 인터넷을 뒤져서 모든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보고, 각 포인트마다 가중치를 매겨보면 계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장점1) +1 x 3을, 체계가 없다는 점이 꽤 찝찝하다면(단점2) -1 x 2를 하는 식이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지원할 회사를 골라본 적이 있다. 가끔 이런 계산식이 결정장애를 방지해주기도 하니, 내가 뭘 원하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은 꼭 활용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