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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Oct 18. 2018

<펭귄 하이웨이>: 소년의 꿈

아이의 꿈을 믿어주는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

당신은 어릴 적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나요?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나도 수많은 꿈을 꾸고 자랐다.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카우보이가 되겠다’는 엉뚱한 선언이었다. 어디서 났을지 모르는 줄을 꼬아서 변기에 앉아 줄을 빙빙 돌리고 화장실 문고리에 골인시키는 연습을 하곤 했다. 물론 여자인 내가 카우’보이’가 될 수 없다는 건 꿈에도 몰랐고.


아마도 이런 나의 모습을 꿈꾼 것 같다.

웃자고 한 카우보이 이야기지만, 어릴 땐 누구나 그렇듯 수없이 많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교탁 앞에 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멋있어 보일 땐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의사가 말하는대로 척척 해내는 간호사가 멋있어 보일 땐 간호사가 그리도 되고 싶었다. 나의 허무맹랑하기도 한 그 꿈을 누군가가 믿고 지지해주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한 적도 있었다. 지금의 내가 보잘 것 없다는 건 아니지만, 날 믿어주는 어른 한 두명이라도 있었다면 어쩌면 어릴 적의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어릴 때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던 일을 하고 있지만, 만약 진지하게 내 꿈을 믿었다면 분명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그게 카우보이라도.


<펭귄 하이웨이>의 주인공 11살 아오야마는 영화가 시작할 때 대단한 포부를 내놓는다. 자신이 어른이 되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고. 그 장면을 보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오야마가 아주 맹랑한 꼬맹이라며 웃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아오야마에게는 그의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어른들이 있었다. 아이의 연구 주제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현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알려주는 아버지와 누나가 있었기에 아오야마의 꿈이 절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아오야마가 좋아하는 한 누나와 아빠는 아오야마가 연구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함께하기도 한다.

영화는 초자연적인 SF 애니메이션이라고 할만큼 상상력이 풍부하다. 한 마을에 펭귄이 대거 등장하고, 아오야마가 좋아하는 누나가 펭귄을 만들어내고, 마을의 산에는 거대한 물 덩어리(‘바다’)가 나타난다. 사실 개연성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판타지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오야마를 응원하게 되었다. 그 아이가 현실에 굴하지 않고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 하고,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가 되기를 바란다. 카우보이가 되고 싶었던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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