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가 말하는 아마존의 성공 문화 그리고 생존법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읽고

by MOON

항상 궁금했다. IT 기업에 관한 이야기나 기사마다 예로 등장하는 아마존은 어떻게 그렇게 사업을 확장하고 성공했는지. 작년에 <아마존 미래전략 2022​>를 읽으며 비즈니스 차원의 전략에 대해 배웠지만, 실제 다니고 있는 사람의 내부 이야기가 알고 싶었다. 회사의 성공에는 회사 문화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믿기 때문에 과연 내부자가 보는 성공의 원인은 무엇인지, 아마존 사내 문화의 명과 암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는 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아마존의 '고객 중심주의'와 '본질 추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회사의 성공에 기여했는지, 그리고 저자는 그 속에서 어떤 생존법을 갖고 일했는지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성공 문화 1. 고객 중심주의

우리 회사도 고객 중심주의를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삼는다. 그로 인한 고유의 회사 문화도 있다. 그런데 단순히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반응을 신경 쓰는 것보다 더 선제적으로 고객 중심주의를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소 모호했다. 아마존은 어떻게 고객 중심주의를 실천했던 것일까?

마이크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도 초기에는 이베이처럼 한 제품의 페이지가 판매자의 수만큼 존재했다. 판매자들은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상품을 소개할 수 있었고 제품 이미지도 마음대로 골라서 보여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기 상품일수록 형형색색의 이미지와 광고 문구로 도배된 많은 페이지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 아마존은 고민했다. 과연 이것이 고객을 위한 방식일까? 답은 간단했다. 고객들은 각 제품당 단 하나의 페이지만을 보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사이트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무모하리만큼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늘날 품평이 없는 인터넷 쇼핑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마존이 세상 누구보다도 먼저 리뷰 기능을 도입하려고 고민할 때 당시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라고 했다. (...) 과연 이 기능은 소비자에게 필요한가?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가? 소비자 리뷰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역시 답은 간단했다. 제품에 대한 이전 구매자들의 평가는 소비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부풀려진 광고보다 자신과 같은 소비자들의 평가는 한층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마존은 좋지 않은 리뷰들로 인해 매출이 떨어질 것을 감안하고 품평 기능을 도입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고객 중심 철학에 따른, 남들이 따라 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나는 위 두 사례를 통해 고객 중심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이렇게 하나의 사례로 만드니까 생각보다 간단해 보이지만, 저 사례의 한 문장, 한 문장대로 나아가기 위해 내부에서는 수많은 논의와 실험을 거쳤을 것이다.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고, 참고할 레퍼런스도 없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중압감도 상당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나아갔다.



성공 문화 2. 본질 추구

아마존은 배포에 앞서 변화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들을 하나하나 신중히 따져보지 않는다. 그 대신 어느 정도 좋은 결정이라고 판단되면 발 빠르게 새 디자인을 적용한다. 이후 매출이 감소하거나 다른 부작용이 발견되면 즉시 이전 색상으로 되돌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
이처럼 배포와 롤백에 걸리는 노력과 시간이 줄수록 이에 따른 리스크도 줄어들어 같은 시간에 남들보다 많은 수를 둘 수 있다. 체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소프트웨어 기업 간의 경쟁에서는 장고 끝의 묘수보다 빠르게 ‘배포하고 되돌리는deploy and roll-back’ 속기 전략이 승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비결은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ervice-oriented architecture와 아폴로Apollo라 불리는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배포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빠르고 안정적이며 반복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한 시스템을 가졌다는 말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시스템보다도 큰 폭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프라에 투자하여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연상시킨다.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에 관한 부분은 기본과 본질에 집중하는 것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전략이 본질에 닿아 있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되 고객이 원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 집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생존법 1. 모호함 다루기

‘모호함 다루기dealing with ambiguity’는 아마존이 높이 사는 정신 중 하나다. (...)
단순히 감이나 이미 아는 지식으로 근접한 숫자를 빨리 맞히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기 위함이다. 지원자는 세계 인구같이 누구나 아는 수치로부터 시작하여 지원 가능한 대학 졸업자 수 및 업계의 평균 근속 연수를 토대로 한 이직 희망자 수 등을 순차적으로 추론하고 대화하면서 최종적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답에 접근하며, 또 효율적으로 면접관과 대화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과정이 훌륭했다면 실제 숫자를 맞혔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 개인으로서는 이 책에서 모호함을 다루는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을 해보니, (다른 직무도 그러하겠지만) PM의 일 대부분은 답이 없는 애매모호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다. 그래서 PM에게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판단력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문제에 대한 정답이 이미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부담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물론 정답에 근접한 자기만의 대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답이 있다고 규정해버리는 순간 나의 모든 대답은 오답이 되어버린다. 모호함 다루기와 관련해서는 아래 저자가 터득한 방법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생존법 2. 대화기록방식

내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은 단계에 따라 묻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단순한 과정의 반복이다(일의 성격에 따라 질문과 답 대신에 지시와 행동인 경우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하나의 작은 질문이나 지시를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언제나 문서의 가장 윗줄에는 ‘목표’를 한 줄로 명확하게 쓰고 다음 줄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더 구체적인 단계들을 보통 4~6개가량 순서대로 쓴다. 이렇게 글로 목표와 단계를 쓰는 것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한 것과 같다. 경험상 이렇게 목표와 단계를 쓰고 나서 그 일을 해내지 못한 적은 거의 없다. 목표를 글로 쓸 때 비물질 세계의 연기 같은 추상이 비로소 현실 세계로 건너와 나의 무의식의 안내자가 되는 듯하다.
이 대화기록방식의 일처리가 좋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사고의 흐름이 기록으로 남아서 미래에 비슷한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웬만한 자기 계발서가 추천하는 기법보다 더 실천하기 쉽고, 논리적이어서 적용하기 쉬운 것 같다. 특히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정리되고 가독성이 좋은 문서를 만들려는 욕심이 있는 편인데(욕심만 있지, 정확히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논리가 빠진 문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내 고민의 흔적을 보이지 않게 하려다가 생각의 흐름까지 지워버려서 논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저자의 추천대로 대화기록방식 문서를 작성하면서 깔끔한 문서는 아닐지라도 논리가 보이는 문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워낙 아마존이라는 회사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이 출간된 직후에도 언젠가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워낙 잘하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이고, 뛰어난 인재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그리는 이야기일까 봐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 take away가 있을지 의문스러워서 최근에야 읽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중요시 여기는 태도와 방향성이 아마존과 유사하기도 하고, 내가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하는 일과 접점이 있는 내용도 있어서 예상보다 굉장히 유익했다. 너무나 미국적인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으로서의 경험, 그리고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keyword
팔로워 285
작가의 이전글Product Management의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