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는 스피치와 바디랭귀지

감성을 자극하는 스피치

by 문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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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을 보면, 간혹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손동작이나 표정 등을 과하게 하는 쇼호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별 내용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천기누설이라도 하는 것처럼 오버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쁘게 얘기하면 오버이지만,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방송을 하는 쇼호스트들도 각각 이런 방송 스타일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반반이다. 과한 오버액션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스럽게 방송하는 사람이 있고, 일단 동공을 크게 확장하고 눈썹을 찌푸리면서 손을 위아래로 과하게 움직이면서 방송하는 쇼호스트들도 많다. 이런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도 각각 성격에 따라서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웃음을 유발할만한 포인트에서는 액션이나 목소리를 과하게 하는 편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방송하는 진행자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런 스타일에 대해서는 선호의 차이가 있고, 호오(好惡)가 갈릴 수 있다. 그런데 일단 액션을 과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의한 정치인의 행동이나 수사에 대해서 어느 기자가 평을 했다. ‘충성심’,‘열정’으로 대표되는 그 정치인은 발표나 연설 때마다 논리보다는 ‘감성’을 이끌어내는 워딩을 주로 사용한다. ‘이단아였던 정치인이 당내 다수의 지지를 받아내는 극적 성공의 배경에는 그의 독특한 화법이 있다. 그는 튀면서도 대중적인 어법을 많이 쓴다. 대표적인 언사가 “서럽다”는 단어다. 서민들이 스스로 ‘흙수저’라고 비하하자 자신은 거기다 더해 ‘무수저’라고 했다.’[i]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본인의 처지를 낮추어 표현하는 등의 수사를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연설 때의 행동은 커지게 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이 정치인의 이미지를 보면 손동작과 몸동작이라든지 표정 등이 상당히 과하다. 정치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표정도 다양하고 액션도 상당히 강한 편이다. 주로 쓰는 낱말이 ‘서럽다’, ‘무수저’, ‘열정’ 등이니 액션이 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정치인은 정치 이념이나 이력 등을 다 떠나서 액션이나 수사 등만을 본다면, 이것 하나 만으로도 분명히 시선을 끌게 한다.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인으로서 일단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무기를 가진 셈이다.

‘과한 액션’, ‘높은 음성’, ‘절규하는듯한 격한 목소리’ 그리고 그에 따른 격한 ‘리액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 경험했던 어느 교회에서의 부흥회의 기억이 강렬한데 마침 이와 비슷한 장면이 소설에 있다.

옥성호의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는 자본에 집착하고 상업화에 매진하는 교회를 비판한 풍자 소설이다. 주 무대가 교회이다 보니 목사의 연설 장면이 빠질 수 없는데 설교를 하는 목사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읽어보시길.

“제가 잠깐 제 간증(이야기)를하면요. 참, 신기해요. 하나님께서 어떻게 미리 다 내다보시고, 물론 우리 하나님은 모르시는 게 없지요. 제 부친을 통해 제 이름을 ‘대출’이라고 지었어요. 무슨 말인가 하면 어느 날 제가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이러시는 거예요.

‘나를 위해 성전을 건축하라, 성전을 건축하여 내 아들 솔로몬이 그랬던 너도 나를 기념하고 내 이름을 높이라.’

저는 깜작 놀랐어요. 그 음성을 들었을 때 제가 섬기는 일산의 ‘하늘 동산 교회’ 교인이 채 천명도 안되었거든요. 물론 천명이면 웬만한 규모의 성전은 지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 시시한 건물, 고작 천 명이 들어가는 건물을 지으라고 하나님께서 제게 그런 음성을 주셨겠어요? 저는 하나님께 한참 떼를 썼습니다.

‘아버지, 다른 교회, 저 기도 유명한 목사님, 더 큰 교회 목사님들에게 지으라고 하세요. 저는못합니다. 아이고 하나님, 저는 아직 믿음이 부족해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크고 웅장한 성전은 저기 강남의 서초교회 김건축 목사님같이 통 큰 목사님한테 시키세요. 제발 하나님, 김 목사님처럼 통 큰 목사님한테 시키세요. 하나님의 글로벌 미션을 하려면 큰 성전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하나님, 저는 글로벌 미션을 하는 목사도 아니고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막 떼를 쓰면서 때굴때굴 구르면서 기도했어요.”

‘이곳저곳에서 성도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용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듯이 이런 설교를 하면서 가만히 서서 같은 톤으로 목소리만 내기도 어렵다. 아마도 이런저런 몸짓과 액션을 섞어가면서 말을 이어갔을 것이다. 말하는 이의 액션이 강하니 주목도도 커지고 듣는 이의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강해진다. 계속 이어지는 배 대출 목사의 대출 성공 설교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더 고조되고, 배 대출 목사의 액션과 목소리는 더 커지면서 소설 곳곳에서 성도들의 리액션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할렐루야가 터졌다.’

‘다시금 아멘과 할렐루야가 쏟아졌다.’

‘’ 성도들은 크게 아멘을 외쳤다.’

앞서 모 언론에서 소개했던 어느 정치인의 수사나 연설 방식, 제스처와 참 비슷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여기저기서 할렐루야가 터지고, 쏟아지고 아멘을 크게 외치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후에도 싫든 좋든 배 대출이라는 사람을 두고두고 긍정적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선동의 귀재로 알려져 있는 히틀러는 대중 연설의 시간을 주로 사람들이 피로를 많이 느끼는 해 질 녘에 주로 했다고 한다. 일단 피곤하면 사고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진다. 몸 상태가 이럴 때 누군가 높은 연단에서 큰 목소리로 과한 팔 동작을 하면서 무언가를 외친다고 생각해 보라. 무슨 얘기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피곤해서 생각하기도 싫지만, 저 사람이 저렇게 열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중요한 얘기인 것 같기는 하고, 또 저렇게 자신 있는 목소리로 강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니 틀리진 않아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어서 그냥 지나치면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라도 머물러 있게 된다. 또 여기저기서 ‘옳소!’ 하는 함성이라도 들으면 곧 나도 모르게 저절로 사람들을 떠라 하게 되고 결국 한 뜻이 된다.

PT를 하든 어떤 발표를 하든, 인상 깊은 발표로 기억되고 싶다면 약간의 과장된 몸짓, 손짓이 필요하다. 이것 만으로도 상대에게 나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 열정을 갖고 발표를 하는 사람을 외면하긴 쉽지 않다. 그리고 상대에게 ‘참 열심히 준비했구나.’란 인상을 주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발표하는 사람 스스로로 제스처를 크게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의 주장에 스스로 설득이 되면서 더더욱 열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이때 상대로부터 긍정적인 리액션이 나오면? 그 순간부터 분위기는 더더욱 좋아지고 그 장소의 주인공은 내가 되는 것이다.


[i] 당 대표지만 청와대 수석 같은 ‘당무 수석’ 이정현. ‘정치 BAR’ 한겨레. 201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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