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사람은 나의 동반자

완벽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과 상대하기

by 문석현










어떤 사회든, 학교든, 직장이든, 후배가 마음 편하게 선배와 대화를 나누기는 참 어렵다. 선배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편하게 대하려 하지만 후배는 편하게 해주는 게 더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에게 엄격하게 대하면 그건 그것대로 후배는 힘들다. 후배는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선배 입장에서는 아무리 똑똑하고 싹싹하고 예의 바른 후배가 있다 하더라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보이기 마련이다. 원래 사람의 뇌는 상대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는 데에 민감하도록 설계가 됐으니 선 후배가 서로 아름다운 시선으로 볼 수가 없다. 만약에 우리의 뇌가 서로의 장점을 먼저 발견하는 쪽으로 발달해 왔다면 지금쯤 대한민국의 모든 술집은 다 망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터 놓고 지내기 힘든 관계. 그러면서도 항상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불편한 관계가 선 후배 사이가 아닐까? 더구나 사회에서 직급이 훨씬 높은 선배라면 더더욱 말 한마디 꺼내기도 어렵다. 또한 협력사 관계라든지 고객과의 관계로 마주치게 되면 대화는 더더욱 어렵게 된다. 이럴 때 초장에 상대의 마음을 봄 눈 녹듯이 녹일 수 있는 필살기가 있다면 세상 살기 참 쉬울 텐데……

한번 상상해 보자. 평소 가까이 옆에 있기도 불편한 부장님이 있다. 더구나이 분은 일 처리에 있어서는 빈틈이 없는 분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도 깔끔하고 빈틈없이 하는 스타일이라 평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일에 있어서 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으니 감히 누구도 그 분과 다른 의견을 내지 못할 정도로 카리스마도 대단하다.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혹시 그럴 리야 거의 없겠지만 후배 입장에서 어쩌다 이 부장님과 단 둘이 점심식사라도 하게 되면, 그때 먹는 밥은 밥이 아니라 차라리 모래에 가깝다.

티는 내지 않지만 이런 불편한 기색은 바로 상대에게도 전달된다. 그럼 같이 밥을 먹는 하늘 같은 부장님 도 불편하다. 그럼 그 불편함의 후 폭풍은 다 내가 감당해야 한다. “000 씨 어디가 안 좋아? 밥 먹는 게 왜 그래?” “앗 아닙니다. 맛있습니다!”(이 자리가 불편해요!). (살짝 웃으며 농잠 조로)“밥 먹는 것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000 씨는 늘 어딘가 불편하구먼.” “네? 윽…… 아닙니다. 열심히 먹겠습……아니 열심히 하겠습니다!”(내가 왜 이런 말을 하지?)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과 있다는 느낌이 들면 모든 게 불편하고 어렵게 된다. 약간 오버스럽지만 앞의 대화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말은 앞으로 나오지만 그 말이 지니고 있는 뉘앙스나 감정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유석의 소설 ‘미스 함부라비’에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신임판사 박 차오름이 등장한다. 부푼 가슴을 안고 법원으로 출근하는 첫날, 정의감에 불타는 박 차오름은 지하철에서 목격한 성추행 범에게 다짜고짜 치마를 입은 채로 사타구니에 니킥을 작렬한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이 장면을 지하철 누군가가 스마트 폰으로 촬영을 하고 순식간에 SNS로 퍼지면서 ‘대박! 여판사 니킥 작렬’이라는 제목으로 퍼져나갔고 당연히 폭발적인 댓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 해프닝 이후 법원에서는.

전화기가 울린다. 한 세상 부장의 호출이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호통.

“어떻게 출근 첫날부터 사고를 쳐! 판사가 점잖지 못하게 몸싸움에 말싸움에. 이게 정상이야? 부장을 첫날부터 법원장 실에 호출되게 만들어?” 임판사가 말려본다. “부장님, 박 판사는 여학생을 구하려고…….”

“끼어들지 마! 신고 나해주 면 되지 왜 나서서 일을 시끄럽게 해! 여대생이면 지가 알아서 하겠지. 무슨 여중생이야? 하긴 그런 짧은 치마나 입고 다니니까 그런 일당 하지. 그런 것들이 공부나 하겠어?”

박 판사가 발끈했다.

“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짧은 치마 입는 게 잘못인가요?’

“어디서 말대꾸야! 여학생이면 여학생답게 조신하게 하고 다녀야지, 보바리 부인이 한 말도 몰라?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노력을 해야 여자다운 여자가 되는 거야!”

임 판사가 끼어들었다.

“저 부장님, 보바리 부인이 아니라 시몬 드 보부아라고요. 그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한 부장이 폭발한다. “끼어들지 말라고! 어디서 위아래도 없이!”

박 차오름 판사는 엄격하고 까다롭고 권위까지 높은 한 부장 판사에게 제대로 찍혔다. 이 사건

이후 두 사람의 대화는 어떻게 전개가 될까?

사회에서 만나는 까다로운 사람들은 비슷한 특징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윗글의 부장님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일을 잘 하려면 주관이 뚜렷해야 하고 소신도 투철해야 한다. 거기다가 그 신념을 밀고 나갈 추진력도 갖춰야 한다. 여러 모로 사회생활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덕목으로 보이지만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상대와 상당히 소통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니 고집은 말도 못 하고, 그 뜻에 거스르는 말을 했다가는 상대는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공격적으로 돌변하게 된다.

이렇게 까다롭고 권위적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이재준의 ‘스마트 토크’에서는 풋내기 기자와 노련한 기자의 예시를 들며 소개하고 있다. 이두 기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대목이다.

“선생님, 00 신문 000 기자입니다. 이번에 불거진 ‘사드(THAAD)’문제와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이렇게 식으로 질문을 하면 인터뷰에 성공할 확률은 떨어진다. 확실히 풋내기 기자다. 하지만 깐깐하고 권위적인 사람을 많이 상대해 본 노련한 기자는 같은 내용을 부탁하더라도 풋내기 기자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평소 존경해오던 선생님과 통화하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이번에 불거진 ‘사드(THAAD)’문제와 관련해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계신 교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쭙고자 연락을 드렸습니다………”

일단 예의 바르게 접근하는 것이 좋았고 상대가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는 것을 부각한 다음 부탁을 한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아무리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꼼꼼하게 따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권위적인 사람이라도 냉정하게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

“음…… 그럼 일단 질문을 이 메일로 보내세요. 내용을 보고 생각해 볼게요.”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 거기다 상당한 권위까지 지닌 사람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쉽게 소통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남들보다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먼저 전달하고 난 다음 대화를 이어 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무리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본인을 먼저 인정하고 남과 다름을 강조해 준다면 그때부터 상대는 아주 부드러운,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이 문제에서만큼은 부장님께서 최고 실력자이시니까 분명히 다른 답을 갖고 계시리라고 믿고 찾아왔습니다.”, “가장 현명하고 객관적인 대답은 역시 가장 현장 경험이 풍부하신 과장님께 듣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까다롭고 빈틈없는 사람들은 자기 주관과 색깔이 뚜렷하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 일단 한 번 소통의 길을 뚫어 놓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분명하고 뚜렷한, 소중한 정보를 얻을 확률도 높다.

TV 홈쇼핑에서 가장 까다롭고 권위 있고, 각양각색이며 특별하고, 상대하기 힘든 존재는 바로 ‘고객’이다. 그래서 언제나 방송에서도 이 특별한 분들의 ‘특별함’을 항상 먼저 강조한다. “지금 대한민국 검색의 왕이신 30대가 이 방송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전화도 많이 주셨고요. 검색의 왕들께서 선택했다는 것은 최소한 실패의 확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닐까요?”

“가성 비와 가격 비교의 달인이신 40대 고객께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어지간한 조건으로는 꿈쩍도 안 하시는 분들이시잖아요.”,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해도 인생 경험이 풍부하신 5-60대 고객님들의 통찰력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이 분들의 통찰력이 지금 저희를 주목하고 계십니다. 동참하세요. 인생 선배 따라 해서 손해 본 적은 없었잖아요.” 이제부터는 멀기만 하고 접근하기 어려웠던 존재가 내 인생에 없어선 안 될 소중한 동반자로 만들 수 있다.

함무라비.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돋보이는 스피치와 바디랭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