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환영하는 피드백
직장 상사인 남성과 여성이 인사 고가를 주제로 얘기를 하고 있다. 좋지 않은 평가 결과를 통보해야 하는 남자 입장에서는 부하직원인 여성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부드럽게 전달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렇다고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없다. 남자 후배라면 술 한잔 하며 인간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줄 수도 있겠지만 여자 사원이라 그것도 쉽지 않다.
남: (해마다 이맘때면 아주 돌아버리겠네... 인사 고가 결과를 얘기해 줘야 하는데 안 해줄 수도 없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이번엔 뭐라고 달래야 하나...)
여: 팀장님 부르셨어요?
남: 아 어서 들어와요. 점심을 먹었어요?
여: 네 뭐 간단하게…… 인사고과 결과 때문에 부르신 거 아니에요?
남: 네…… 말하기가 영……. 불편하네요.
여: 무슨…… 아인 사고 가요? 그럼 하반기 프로젝트 실패 건이 크게 작용했겠네요? 그 결과가 제게도 영향을 줬겠네요. 그죠?
남: 그……. 관련이 있다 라기보다는 뭐…….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게…….
여: 무슨 말씀이세요?? 좀 시원하게 말씀 좀 해보세요.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남: 네 그럼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하반기 프로젝트 실패 때문에 평가가 안 좋게 나왔어요. 그중에서도 대리님 평가가 평균 이하네요…….
여: 네?? 제가 왜요? 그 일은 저 혼자 한 건 아니잖아요!! 너무 하세요 정말…….
그래도 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그 프로젝트를 위해서 얼마나 뛰어다녔는지는 누구보다도 팀장님께서 더 잘 아시잖아요! 그런데도 팀장님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니 너무 서운해요!!
남: 아니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저도 참 답답해요.
여: 뭐가 그렇게 답답하세요!! 제가 일을 못해서 답답하신 건가요?? 이렇게 매년 비슷한 평가만 나온다면 제가 필요 없다는 뜻 아닌가요? 차라리 저보고 그만 일하고 집으로 가라고 하시고 싶은 거 아니신가요?? (울먹울먹)
남: 아유 무슨 그런 얘기를 해요……. 대리님이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데요.
여(울먹이는 강도가 높아가며): 일은 열심히 하는데 실적은 늘 형편없다는 말씀이시잖아요!!‘너는 능력이 안 돼.’라고 쉽게 말하면 될 것을 뭘 그렇게 어렵게 말씀하세요??
남: 제발 진정 좀 하세요……. 하반기 건이야 그렇다 해도 대리님이 지금까지 한 기여도는 저도 인정해요. 그래서 저도 이번 평가를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받게 하기 위해서요.
여: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받아들이라 이건가요??? 저를 인정하는 건 하나도 없으시면서……. 너무 서운해요!!! 어차피 너 능력 없다. 이 얘기잖아요!!
남성과 여성이 공적인 일로 대화를 하는데 여성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면 대부분 남성은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위대화에서 직장 상사인 팀장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상대에 대한 이해가 2% 정도 부족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남자 입장에서 보기에 이 여성 은분 하고 억울하기 때문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서둘러서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이런 식의 대화를 한 번이라도 겪은 남자는 여성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나 혹은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는 여성의 감정 변화를 의식한 나머지 매우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성은 울고 있는 여성을 어떻게 이해할까?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건 아마도 분노나 두려움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 때문에 나온 결과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감정적인 위로보다는 냉정해 보이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다음 계획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 편이 훨씬 나을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남성의 79%가 여자들에게 비판적이고 시기적절한 피드백을 해줄 때 신중하게 돌려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82%는 남자들에게 정확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말한다.’(Work with me. J. Gray. 더 난 출판 2012)는 통계가 있다. 같은 주제를 놓고 여성과 남성은 정반대의 이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 쉽게 얘기하면 남성과 여성이 데이트를 할 때 여성은 스테이크를 먹든 떡볶이를 먹든 확실하게 남성이 의견을 제시하면 대부분 따르거나 그때서야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다. 그런데 남자가 ‘응 아무거나.’ 라거나 ‘너 먹고 싶은 거로 하자,’라고 말하는 남자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공식적인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여성에게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정아은의 장편 소설‘잠실동 사람들’(한겨레 출판. 2015)에서는 여성이 원하는 대화 방식에 대해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가사 도우미 일을 하고 있는 선화는 일을 하는 날이 아닌데 불쑥 해성 엄마의 집으로 찾아갔다. 가끔 해성 엄마가 쓰지 않는 살림살이를 모아주기 때문에 오늘도 혹시나 해서 찾아간 것이다.
“기왕 오신 거 들어오세요. 다음부턴 이렇게 불쑥 오시는 건 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니면 미리 전화를 주시든가. 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람 딱 질색이거든요. 오늘도 선의로 와주신 거니까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일게요.”
선화는 해성 엄마가 물러선 틈으로 얼른 발을 들이밀었다. 너무 직설적이라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선화는 해성 엄마의 이런 점이 좋았다. 의사를 뚜렷하게 표현하니까 선화가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집안일을 시킬 때도 해성 엄마는 또렷한 음성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그 당당한 태도 때문에 선화는‘나이도 어린 게 나를 종 부리듯 하네.’라는 생각을 품지 않고 당연한 듯 일하게 됐다. 망설이면서 조심스럽게 일을 시키는 지환 엄마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지환 엄마는 시키고 싶은 일은 많은데 말을 하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겨우 한 가지를 말해놓고 선화가 알아서 모든 걸 해주길 바라는 스타일이다. 대놓고 화를 낸 적은 없지만 지환 엄마가 자신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을 선화는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지환이네서 일하고 나오면 마음이 늘 찜찜했다. 불만을 꾹꾹 삼키며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기환 엄마보다, 너무하다 싶을 만큼 명령조로 일을 시키는 해성 엄마에게 더 호감이 가는 것은 선화가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었다.
여성과 남성 둘 다 알아듣는 얘기인데 희한하게도 이해는 정 반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 남성과 여성이기 때문에 시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남성이라면 여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여성은 무엇보다 먼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짚어 주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그러고 나서 감정을 헤아려 준다면 훌륭한 남성이 될 수 있고 좋은 직장 상사, 동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