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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현 Jun 20. 2017

오빠는 허풍쟁이야

능력을 필요 이상으로 과시하는 남자

인터넷에 떠도는 글 중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냥 웃어 넘기기엔 좀 무게가 있는 내용이어서 잠깐 공개하고자 한다. ‘SNS 허세. 재무설계사의 특징’이라는 제목으로 32가지나 글이 있는데 그중 몇 개만 추려서 소개하자면 이렇다.  

‘뭔 놈의 상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이 달의 우수사원상, 출근상, 뭔 상 뭔 상, 인증사진 무조건 필수’

‘계약 건수 3건 따내면 주는 트로피 사진. 늘 인스타/카카오스토리/페이스 북에 도배하기 바쁨’

‘계약도 1등, 출근도 1등, 가장 늦게 퇴근하기도 1등, 죄다 다 1등인데 대체 2등인 재무설계사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음.’

‘개나 소나 최연소 타이틀에 부지점장, 점장임.’

‘자산관리사 SNS에 왜 명품시계 차고 외제차 핸들 샷 올리는지 이해 불가.’

‘항상 24시간 바쁜 척하고 있음. 뭔 놈의 교육, 출장, 세미나가 그렇게 많은지.’

‘페이스 북 보면 “100% 고객님과의 소중한 계약”이라며 악수사진 혹은 같이 촬영한 사진 있음.’

‘무슨 카페 등에서 남녀 8:2 비율로 정장 입고는 “오늘도 페북 김덕배 팀 전원과 함께하는 즐거운 티타임”이라며 사진 찍어 올림.’

‘인스타, 페이스북만 보면 세무사보다 세법을 더 잘 아는 거 같음.’

대충 이 정도인데, 미리 얘기하자면 여기에 재무설계사에 대해서 비하하거나 혹은 그 직업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니 오해는 하지 않기를.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허세’, 나 ‘과장’에 대한 것이다. 제목은 ‘재무설계사의 특징’이지만 내용을 보면 여성보다는 남자의 특징을 꼬집은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에도 항상 결과를 먼저 얘기하는 두괄식의 표현을 즐겨한다. 그리고 빙빙 돌려서 말하는 방법에 대해 상당히 거북해한다. 꾹 참고 얘기를 듣다가도 결국엔 “그래서 결론이 뭔데? 결론부터 얘기해봐.”라고 말하는 경우다 대부분이다. 이렇게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결과뿐 만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를 둔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당연하다. 원시시대 시절 남자 원시인의 능력 은사냥 실력으로 판가름 난다. 덩치 큰 짐승을 사냥할수록 그 남자 원시인의 주가는 상승하고 그것이 바로 능력의 기준이 된다. 이런 습성은 현대에 와서도 그대로 남아서 본인의 능력을 남한테 수시로 자랑하거나 또 필요 이상으로 그것을 과하게 표현하는 것을 상당히 즐긴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한 반응 역시 엄청나게 기대한다. 반응이 많을수록 그것도 능력 치를 과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틈만 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하고 또 그것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얘기를 못해서 안달이 나면 났지 ‘내가 너무 과하게 표현했나?’라고 고민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 ‘그 일을 통해서 얻은 상, 등수’, ‘자가용’, ‘의상’, ‘수입’, ‘사는 집’ 등 남자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그 모든 것들이 다 사냥의 획득 물인 셈이다. SNS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정도의 차이가 남자들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는 경향이 짙다.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 없이 철없어 보인다. 그래서 항상 세대가 바뀌어도, 세상이 변해도 여자들이 남자에게 하는 잔소리가 있다. “남자는 젊으나 늙으나 다 철이 없고 애 같다.’는 소리다. 

 나 역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앞서 언급한 인터넷 글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도 남자니까. 누가 나보고 방송을 잘 한다고 하면 잘 생겼다는 소리보다 훨씬 듣기 좋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어쩌다 방송했던 상품이 대박이 나면 다 내가 잘 해서 대박 난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자랑하고 싶은 본능이 꿈틀댄다. 

 김중혁 의장 편 소설 ‘나는 농담이다.’에서는 이런 과장하기 좋아하는 남자에 대해서 표현한 글귀가 있는데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롭다.  

‘우주복을 입으면 소변을 담는 봉투도 착용하게 된다. 우리끼리 ‘페니스 기저귀’라고 부르는 물건이다. 페니스 기저귀의 크기는 세 종류다. 스몰, 미디엄, 라지. 나는 좀 예외였다. 나는 라지로도 감당이 안 되는 바람에 엑스라지를 추가로 주문했다. 하하하. 별론가? 재미없나? 모두들 라지를 선호하긴 한다. 미디엄으로도 충분한 사람들이 어쩌자고 자꾸 라지를 찾는 건지. 남자들이란 원래 그렇게 한심한 족속들이다. 외계인들에게 한마디만 전하려면, 지구에 가게 되더라도 남자는 믿지 마라. 뭐든지 크게 부풀리고, 과장하고, 거짓말하는 족속이니까 그들을 믿으면 안 된다.’

이렇게 결과물 에지 나치게 집착하고 과장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자신의 감정이나 해석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과장한다. 여성들이 올리는 SNS 내용을 보면 ‘오늘은 우울한 날ㅠㅠ…… 하지만 달콤한 캐러멜 마끼아또 덕에 우울함이 싹 사라짐.’ ‘네일케어 받고 기분 업 됨 ㅋㅋ’ 식의 글들이 많고, 유독 음식이 나 음료 사진이 많다. 이것 역시 맛있거나 모양이 예쁜 음식을 맛보고 좋아진 기분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확연하게 다른 남녀의 과장 특징은 결국엔 커뮤니케이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못하는 게 없을 것 같이 과장하는 남성을 보고 여성은 감정이 과장되면서 “언제는 못하는 게 있기나 했어?”식의 다소 날이 선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럼 남성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는 ‘내가 하는 건 무조건 못마땅하고 내가 우스운 거지.’[i]식으로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은 그저 오버하지 말라는 했을 뿐인데. 반대로 감정을 과장하거나 확대하는 성향을 가진 여성에게 남자는 “너는 왜 맨날 그렇게 우울하니?”식의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하면 대형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남자가 과장을 하면 여성은 ‘이 남자가 나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달라고 어리광을 피우는구나.’라고 귀엽게 봐주면 된다. 그 정도가 심하다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다.   반대로 여성에게 남성은 상대의 감정이나 느낌에 같이 발을 맞춰주면 된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나는네 편이야.’의 느낌만 심어주면 최상의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이 허풍이나 과장을 즐기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본인이 한 것들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넘치기 때문에 색안경을 쓰고 판단할 일은 결코 아니다.  

 쇼호스트 후배 중에 미남에다가 성격도 활달하고 붙임성도 좋아서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가 있다. 이 친구도 전형적인 남자 사냥꾼의 두뇌를 갖고 있어서 그의 SNS를 보고 있자면 유난히 최고가 많아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타사에는 재앙이었던 ***방송. 업계 신기록인 125분간 31000 콜!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화려한 퍼포먼스(최고) 최고의 홈쇼핑이 작정하고 나서면 얼마나 무서운지 확실히 보여줌.’

‘방송 하루 종일 하고 무조건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찾은 종로 닭볶음탕 유명 맛집. 국물 맛이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들이여, 그대들이 잘 난 건 굳이 스스로 강조하지 않아도 세상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성의 따끔한 지적으로 자존심에 상처받는 일을 자초하지 말고 적당히 본인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만큼만 자랑하기를. 


      

[i] 눈치 없는 남자, 속 좁은 여자. 이정숙. 랜덤 하우스. 2009.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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