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박공원, 츄라우미 수족관을 가다
늦은 여름휴가를 오키나와로 떠났던 건, 끝까지 놓지 못한 마지막 여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여름 내내 붙잡고 있었던 ‘심연(深淵)’에 대한 어떠한 그리움 때문에. 나는 그해 여름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읽고, 계속 바다가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 바다에 가고 싶었다. ‘심연(深淵)’이란 말 속에 진짜 바다가 있든 없든, 내가 보고 싶은 게 사실은 진짜 바다든 아니든.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진짜 깊은 바다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상 여의치 못했다. 대신,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수족관에 가기로 했다. 그곳에 커다란 고래상어가 산다고 하니, 대답해줄 리 만무한 고래상어에게 “너 거기서 행복하니?”라고 물어보고도 싶었다.
아침의 햇살을 만끽하기 위해 버스 놓칠 걸 예상하며 여유를 부렸는데, 다행히도 우리가 타려던 수족관 셔틀 버스를 원래 타려던 시간에 탈 수 있었다. ‘봐,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잖아.’라고 누군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고, 그렇게 완벽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리조트에서 수족관이 있는 해양박공원까지는 차로 딱 5분이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해양박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멀리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전날 비 오던 날씨와 달리 하늘은 너무 맑고 쨍쨍해서 온몸이 따가울 정도였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너무 좋았다.
깨끗하게 꾸며놓은 해양박공원에서 친구와 나는 수족관은 잠시 잊고 구경을 했다. 수족관의 상징인 고래상어 조형물도 만나고, 문어 아저씨, 그리고 오키나와의 상징인 시사도 만났다.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뜰 수가 없었고 피부는 타는 것 같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녹색의 식물들이, 혹은 걷다 만난 소라게가 순간순간 더위를 잊게 해 주었다.
바다를 옆에 두고, 계속 걸으니 어느새 우리의 목적지인 츄라우미 수족관에 도착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수족관이 어쩐지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바다를 잠시 뒤로 하고, 공항에서 미리 산 티켓을 내고 수족관에 입장했다. 수족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린 수족관에 빠져들었다. 쏟아지는 햇살 사이사이로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그렇게 불가사리도 지나고, 상어도 지나 드디어 만나고 싶던 고래상어를 만났다.
이상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대형 수족관은 꽤 시끌벅적했는데, 동시에 고요하기도 했으니까. 너무 거대하고 경이로워서 고래상어에게 정작 물어보고 싶었던 말은 묻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고래상어가 대답해줄 리 없었고, 그건 고래상어 자신만 아는 걸 테니까. 고래상어가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나는 알 길이 없었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그 잠깐의 순간이 그냥 좋았다. 당분간은 아니, 꽤 오랫동안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