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20 Avril 2015
어떤 사진 한 장만으로 그곳에 가고 싶은 이유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도쿄엘, 오키나와엘 갔었고, 아직도 가보고 싶은 많은 곳이 있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단편적으로 에펠탑을 봐야겠다, 개선문을 봐야겠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돌아다닌 하루. 개선문에 도착해서 개선문을 단지 바라만 보지 않고 올라가 봐야겠다라고 생각한 건 늘 그랬든 오래전에 봤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개선문은 보이지 않지만, 개선문에서 보이는 풍경을 찍은 그 사진 한 장 때문에.
뮤지엄패스로 개선문에 올라갈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몰랐던 난, 그 풍경을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티켓을 끊고 빙글빙글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 그 풍경에 당도했다. 내가 바라본 풍경은 어쩌면 파리 여행자들의 사진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사진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적당한 바람 그리고 다른 여러 작은 행운들이 더해져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그런 풍경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었다. 같은 풍경을 찍은 많은 사진들이 있었지만, 유독 그 사진 한 장만이 내 마음에 콕, 하고 박혔던 것처럼.
혼자 한참 개선문 위를 서성이다 내려왔다. 덥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는데 마침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스타벅스를 발견해 들어갔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 플리즈” 라고 했던가 아니면,
“라떼 바닐 글라쎄” 라고 했던가 아니면,
“라떼 글라쎄 아벡 바닐라” 라고 했던가는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주문한 음료를 받아 보니 바닐라 프라푸치노였고, 나는 너무 당연하게 그게 파리의 아이스 바닐라 라떼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원래 프랑스에는 아이스 커피가 없고, 스타벅스에서만 유일하게 아이스 커피를 판다고 알고 있었던 나는 그러니 그게 아이스는 아이스니까 그냥 이곳과 한국은 많이 다른가 보다라고 생각해버린 거다. 라떼의 의미도 원래 우유니까. 커피 없이 바닐라 시럽이 들어간 프라푸치노 음료로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 바로 얼마 후 그때 내가 시킨 그 음료가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웃기고 슬프던지.
몰라도 좋았고, 몰라서도 좋았다. 개선문에 오를 때, 뮤지엄패스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난 도착한 첫 날엔 개선문에 오르지 않았을 테니까. 그랬다면,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적당한 바람이 함께 했던 그날, 그때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을 마주하지 못했을 테니까. 내가 시킨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사실은 잘 못 나온 음료라는 걸 내가 그때 알았더라면, 온종일 행운이 가득했던 그날의 기억에 작은 얼룩이 생겼을 테니까. 그랬다면 나는 그날 조금은 실망한 좋지 않은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을지도 모르니까.
때때로 몰라서 좋은 것들도 있다.